'진퇴양난' 빠진 씨티은행…통매각도 부분매각도 험로 예고
인수의향자로 거론된 금융사 의향서 제출 안 해…매각가 부담 느낀 듯
부분·자산매각으로 선회 시 노조와 정면충돌 불가피
공개 2021-06-10 10:00:00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8일 17:2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소매금융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출처/한국씨티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소매금융 사업 전체 매각(통매각)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인수의향자로 거론된 금융사들의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아서다. 여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금융사가 직원 고용 승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와의 정면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 소매금융 사업 매각가는 1조~2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씨티은행은 자산관리(WM), 카드, 대출 등으로 구성된 소매금융 사업을 통매각하는 방안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하마평에 오른 금융사들의 보유 자산은 소매금융 사업 전체 인수 의향을 밝히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규모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말 DGB금융지주(139130)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연결기준 1조4011억원을 나타냈다. 소매금융 사업 전체 인수 의향을 내비치기 위해선 일부 자산 처분이 필요한 상황으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매도가능금융자산)은 4조5162억원을 기록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큰 거래비용 없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일종의 대기 투자자금을 뜻한다. 반면 매도가능금융자산은 주로 매매로 인한 차익과 장기간 보유로 이자수익을 동시에 누리기 위한 금융자산을 의미한다.
 
올해 1분기 말 JB금융지주(175330)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934억원으로 최소 매각가를 한참 밑돌았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은 2조6261억원을 기록했다. BNK금융지주(138930)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4123억원, 매도가능금융자산은 4조9249억원으로 집계됐다.
 
씨티은행과 함께 외국계 은행으로 분류되는 SC제일은행 또한 올해 1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7676억원, 매도가능금융자산이 12조7769억원으로 산출됐다. 즉 거명됐던 금융사들이 씨티은행 소매금융 사업 인수를 노린다면 자산 매각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매도가능금융자산 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익은 당기손익에 반영된다. 일례로 최초 취득가액이 3만원, 처분가격이 2만5000원이라면 처분손실 5000원이 영업외손실로 반영되는 구조다. 물망에 올랐던 금융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자산이 2조원을 넘는 대형 저축은행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개별 저축은행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매도가능금융자산은 각각 1000억원을 하회했다.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이 2000억원 미만인 셈이다.
 
그 결과 하마평에 올랐던 지방금융지주와 대형 저축은행들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통매각에 참여할 만큼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사업 전체 또는 WM·카드사업 인수에 관해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OK저축은행의 모회사인 OK금융그룹도 LOI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일부 카드사도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씨티은행에 LOI를 제출한 금융사는 4곳 이상으로 보인다. 이 중 1곳은 소매금융 전체 인수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력 구조조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반발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의 전체 임직원 3500명 중 소매금융 부문은 2500명으로 조사됐다.
 
 
  
부분매각이나 청산도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을뿐더러 씨티은행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카드·WM부문에 대해 업계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반응을 내놔서다.
 
씨티은행 노조는 부분매각·청산 가능성이 제기되자 유명순 씨티은행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통매각이 아닌 부분매각이나 청산 방식으로 소매금융 사업을 정리한다면 2000명 이상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노조는 연 2000억~3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씨티은행에 매각·철수는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정적인 인수의향자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업계는 씨티은행의 국내 신용카드 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하고, WM부문은 이용자층이 겹쳐 인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티은행 카드부문 매각액은 4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금융권 관계자는 “여력이 있어도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금융사들에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사업은 큰 매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씨티은행에 LOI를 제출한 금융사들은 인력 구조와 과도한 인건비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영업점을 대거 폐쇄하는 등에 구조조정에 나섰다. 또 지난 10년간 신입공채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고연령·고연봉 위주의 인력 구조가 형성됐다.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3494명, 평균 근속연수는 18년 2개월, 평균 급여액은 1억1200만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1만7654명, 평균 근속연수는 16년, 평균 급여액은 1억400만원으로 산출됐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통매각을 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최선의 매각 방안에 도달하기 위해 세부 조건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편, 씨티은행은 내달 중에 출구전략의 실행 윤곽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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