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현대카드의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계열사 부실 채권 매각이 제한되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NPL·무수익여신)이 증가한 데다 연체율 상승으로 자본적정성 지표도 저하된 까닭이다. 현대카드는 상업자 전면 표시카드(PLCC)를 내세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 여신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어 수익성 하방압력은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올해 1분기 기준 부실채권비중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무수익여신) 비율은 1.2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0.73%)에 견줘 0.5%포인트 상승한 수준으로,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롯데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다.
무수익여신은 카드자산 중 건전성기준에 따라 고정이하로 분류된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채권으로, 통상 NPL비율이 낮을수록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판단한다.
현대카드의 경우 전업계 카드사 중 NPL 비율이 유일하게 전년대비 증가하며 건전성 지표가 부진한 실정이다. 특히 1분기 NPL 비율이 가장 낮은 우리카드(0.6%)와 비교하면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여신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업계 카드사의 평균 NPL비율은 1.0%로 작년 1분기(1.2%) 보다 감소했으며 고정이하여신은 1조2975억원으로 5.3% 줄었다.
반면 현대카드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21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9.1% 늘어난 상태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캠코를 통한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를 운영하는 등 금융회사의 연체채권 외부 매각에 제한을 두면서, ‘잠재적 부실’을 도맡던 현대캐피탈로의 채권 매각이 중단된 결과다. 연체율도 덩달아 악화됐다. 올해 1분기 기준 30일 이상 연체율은 1.20%로, 작년 1분기(0.79%) 보다 0.41%포인트 상승했다.
금융상품 포트폴리오. 표/현대카드
현대카드는 그동안 코스트코·대한항공·네이버·배달의민족 등과 손잡고 상업자표시 제휴카드(PLCC)를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16.3%·작년 말 사용금액 기준)을 높여왔지만, 건전성 관리는 미흡한 셈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80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39억원으로 4.1% 뛰었고, 영업수익은 6942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5.1% 증가했다. 반면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7%에서 1.6%로 소폭 하락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하방리스크 우려도 높다.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된 이후 저신용·다중채무자 관련 부실이 늘어날 위험이 내재된 가운데 하반기부터 법정최고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여신협회에 공시된 '회원등급별 공시현황'을 보면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이용실적이 있는 이용회원 비중은 8등급이 58.1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한 총회원의 8등급 분포비중은 12.2%로 나왔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취급액은 3월 말 현재 2조184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6% 뛰었다. 카드론의 경우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나 다중채무자가 카드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 변화와 금리 상승이 가속화할 경우 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등 금융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사진/현대카드
특히 올해 하반기 법정 최고이자율 인하와 가맹점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이 예정돼 있는 만큼 정태영 부회장의 경영 리스크 관리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등
현대차(005380)그룹의 금융계열사 3곳은 지난 4월 정 부회장 단독대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높은 브랜드가치와 손실흡수능력에 대해 우수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차주의 부채상환능력 저하가능성, 자금조달시장의 경색 등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측면의 부담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자산건전성이 우수하지만 계열사향 부실채권 매각 중단 이후 건전성 지표가 상당폭 저하된 상태로 연체채권 관리 정책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레버리지 확대시에는) 자본적정성 저하, 경쟁강도 상승과 저수익자산 확대로 인한 ROA 저하 등 부정적 영향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부터 카드사의 레버리지 규제 한도가 6배에서 8배로 완화됨에 따라 외형성장은 기대되는 반면, 자본적정성의 점진적 저하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카드·대손비용 상승 가능성도 우려 요인이다.
김서연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 카드산업은 지속적인 이용액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 정부규제 강화, 회원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 부담, 대손적립 부담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라며 “ 카드 이용금액 증가에 따른 부가서비스 등 카드비용 확대 가능성과 금융지원 정책의 단계적 종료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 등이 수익성 측면에서 잠재적인 위험”이라고 꼽았다.
조성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 현대카드의 영업이익률과 ROA는 각각 1.9%, 1.6%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0.1%포인트 저하됐다”면서 “결제실적이 성장하며 신용판매수익이 증가했으나, 마케팅비용과 대손비용 부담 또한 증대됐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향후 연체채권 매각이 재개될 경우 자산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고 대손비용 부담이 다소 감소할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실업 증가, 전통산업 매출 감소 등 형태로 경제에 전방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존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코로나19 피해 개인채무자 지원 협약에 따라 작년 7월부터 기존 현대캐피탈과의 ‘채권양도 및 양수에 관한 계약’에 따른 거래가 제한돼 무수익여신 잔액과 비율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3월부터 채무조정 재연체 채권 추정 소실 분류기준을 변경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작년 말과 비교하면 연체율도 개선됐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