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SK증권(001510)이 금융사 지분을 잇달아 인수하며 설욕전에 나섰다. 지난해 증시 호황에도 불구하고 소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그렸던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자본적정성 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공격적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자금 소요가 늘어나며 재무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에스케이에스 공동투자2021 사모투자합자회사’의 주식을 170억원 규모에 취득키로 결정했다. 사모투자합자회사 출자를 통해 지분 이득을 꾀한다는 목적이다.
지난 2018년
SK(034730)품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섰던 SK증권은 올 들어 왕성한 투자 활동을 펼치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증권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시현한 가운데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증권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한 굴욕을 겪은 만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작년 말 기준 SK증권의 영업이익은 122억5032만원으로 전년동기(214억원) 대비 42.8%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60.6% 줄어든 122억9422만원으로 집계됐다.
파생상품 운용 등 자기매매부문과 기업금융(IB) 관련 수익이 감소하면서 실적에 발목이 잡힌 까닭이다. 실제 작년 말 SK증권의 자기매매 사업부문 순익은 70억5100만원으로 전년(450억원)에 비해 84.3% 급감했으며 IB 부문은 41.9% 축소된 295억7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위탁매매부문 손실은 29억원으로 전년(420억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결국 금융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시너지 창출을 통해 명예 회복을 노리는 것이다.
올해 공시된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은 모두 4차례로 나왔다. 지난 2월 SK증권은 리오제이호 사모투자 합자회사 지분 95.94%(260억주)를 자본 수요에 맞춰 재원을 조달하는 캐피탈콜 형식으로 취득하기로 결정했으며 3월에는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3.10%(52만5007주)를 구주매입을 통해 인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SK증권은 작년 1월 트리니티자산운용과 연초 피티알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한데 이어 엠에스(MS)상호저축은행 경영권(지분 93.57%·431만9284주)을 인수, 저축은행업 진출에도 시동을 건 상태다.
타법인 지분은 모두 현금취득 방식으로 이뤄진다. 취득금액은 MS저축은행이 390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리오제이호(260억원), 에스케이에스(170억원), 이지스자산운용(150억원) 취득 분을 합산 시 970억4767만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말 SK증권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1367억1700만원)의 70.9% 수준으로 당기순이익(123억원)의 7배가 넘는다. 자기자본(5807억원) 대비 비중은 16.7%다.
물론 캐피탈콜 방식의 경우 당장 현금 지출이 발생하지 않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자금 소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재무건전성에 부담요인으로 지목된다. 자본적정성 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저축은행 인수에 따른 대출자산의 잠재부실 위험이 커지거나 추가 자금이 투입될 경우 건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는 0.2%로 중소형사 평균(1.0%)를 크게 하회한다.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순자본비율(NCR)은 305.42%로 개선됐지만, 총위험액(1857억5900만원)은 1년전 보다 20.6% 늘었다.
사진/SK증권
신평업계에서는 SK증권의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자회사 실적 개선 여부와 추가적인 재무지원 발생에 따른 재무건전성 추이를 지켜봐야 할 요소로 평가했다.
이규희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SK증권은 저축은행업 진출을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수익기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MS상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영업기반이 대구·경북 지역이어서 향후 성장성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또 “MS상호저축은행의 영업지역, 수익성, 재무안정성을 고려할 때 시너지효과 창출 여부가 불투명하고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 열위해 향후 유상증자 등 추가 자금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라며 “SK증권이 최근 사업 다각화 추진 과정에서 자금소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재무안정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연구원도 “사업다각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분산과 시너지 효과가 사업기반 강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 확인해야 한다”면서 “최근 증권업계 내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주요 사업의 시장지위와 전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고 재무부담과 위험액 변동에 따른 재무안정성과 자본적정성 지표의 변화도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SK증권 관계자는 “지분 취득에 따른 재무 부담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