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300%' 태평양물산, 자금사정 빨간불…빚내서 빚갚아
매출 19% 감소…영업이익·순이익 모두 '적자'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금 부담 커…‘총차입금/EBITDA 14배’
차입금의존도 57.3%·부채비율 304.8%
공개 2021-03-23 10:00:0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9일 16:5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글로벌 의류제조기업 태평양물산(007980)이 빚으로 빚을 메워야 하는 수렁에 빠져 있다. 부채비율이 300% 넘게 치솟는 등 빚에 짓눌려 자금주머니가 바닥난 태평양물산은 외부자금에 크게 의존하는 모양새다. 태평양물산은 2017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회사채 발행으로 2374억원의 자금을 수혈해왔다.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난달에는 본사를 담보로 11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빚을 내서 또 빚을 갚아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지만 태평양물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태평양물산은 1972년 6월에 설립된 의류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상표명으로 완제품 생산) 업체다. 의류제조·판매사업과 우모가공사업이 주 사업이며 부동산 임대사업, 식품제조업, 홈패션사업 등도 영위하고 있다. 태평양물산은 지난 1994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19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태평양물산 연결 기준 매출은 7868억원으로 전년 동기(9716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영업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0.2%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태평양물산은 높은 매출원가·고정비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구조를 보이고 있다. 2020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매출(6416억원) 중 매출원가와 임차료·급여 등 판관비가 6339억원으로 매출의 약 99%를 차지했다. 장사를 했지만 고정비를 부담하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150억원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를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저하된 가운데 지난해 3분기 기준 기타손실·법인세비용 등 영업외비용이 각각 25%, 23% 증가하면서 당기순손실 기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국 바이어로부터 창출하는 매출이 대부분인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시장이 셧다운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라며 “올해는 아이템 다각화, 신규 바이어 유치 등을 통해 매출을 크게 하고 있으며 ‘V자’ 반등을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현금창출력 정체된 가운데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 비중 커
 
영업활동현금흐름(OCF) 역시 불안정한 상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의 영업부문 현금창출력을 판단하는 지표다. 태평양물산은 2019년(-87억원)과 2020년 3분기(-310억원) 약 2년 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도 제한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적자(-515억원)를 나타냈다. 영업활동현금흐름과 마찬가지로 2019년 -305억원으로 적자전환된 이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역시 생산설비 확충, 기계설비 투자·유지보수를 위한 경상투자 등으로 250억~300억원 수준의 자본적지출(CAPEX)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신평사 중론이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CAPEX, 차입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가지고 있는 현금을 뜻한다. 적자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실제 태평양물산은 빚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한 수준이다. 2020년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3950억원, 차입금의존도는 57.3%로 나타나는 등 차입부담이 과중했다. 특히 총차입금 중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차입금(3204억원) 비중이 81%로 만기구조가 매우 단기화 돼 있는 등 불안정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업체 측은 단기간으로 지급기한이 정해진 어음인 ‘유산스’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차입금 비중이 크다는 입장이다. 유산스란 지급인이 지급약속을 하고 일정기간(통상 30일~180일) 후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단기연불수입의 일종이다. 각국 간 무역대금의 결제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유산스 등 수출과 관련된 무역차입금 등은 회계상으로 ‘단기차입금’으로 처리된다.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실상 매입채무와 같은 개념이지만 유산스 어음은 단기차입금으로 처리된다”라며 “이로 인해 단기차입 규모가 커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부담 과중…업체 “문제없어”
 
문제는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금 규모가 커 유의미한 감축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2020년 3분기 총차입금 규모(3950억원)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211억원 대비 과중한 수준이다. 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14배에 달할 정도다. 이는 EBITDA 대비 총차입금이 14배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익창출력 대비 차입부담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부채비율은 304.8%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유동성 위험도 높은 수준이다. 대출상환능력 분석지표인 유동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4%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며 100%가 안 된다는 것은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 태평양물산은 안정적으로 상환가능한 단기차입금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에서 유산스 LC(기한부신용장)를 발급해 주면 태평양물산은 유산스 어음 한도 내에서 원자재 등을 매입하게 된다. 이렇게 수입한 원자재로 제조한 상품을 바이어에게 매각한다. 바이어로부터 받게 되는 대금으로 유산스 어음을 결제하면 된다.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총차입금 중 2000억원 가까이가 무역 관련 단기차입금이다”라며 “즉 바이어로부터 받을 대금으로 상환하면 돼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태평양물산의 채무증권 발행실적을 살펴보면 그동안 외부서 자금을 끌어와 유동성을 확보해온 것을 알 수 있다.
 
태평양물산은 2020년 3분기에만 12차례 회사채를 발행을 통해 835억원을 조달했다. 금리는 5%대 중반이며 미상환 금액은 연결 기준으로는 1035억원이다.
 
 
앞서 태평양물산은 2019년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약 901억원을, 2018년 384억원, 2017년 255억원을 조달했다. 2017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약 3년간 2474억원의 외부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또 지난달에는 본사를 부동산 담보로 1100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이는 3년 만기로 복수의 금융기간으로부터 부동산 신탁 구조하에 직접 투자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대출 금리는 3% 초중반으로 지난해 급격히 늘린 단기 회사채의 금리보다 낮았다.
 
태평양물산 측은 이번 담보대출로 고금리 단기 차입금을 상환해 이자비용 절감·재무부담을 크게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즉, 저금리 차입금을 조달해 고금리 차입금을 상환시킨다는 말로 사실상 차입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무역 등 사업구조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차입금의존도, 부채비율 등 절대적인 재무지표 수치는 높은 편이다.
 
재무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부채비율 수치는 높은 편이지만 총차입금 약 4000억원 중 장기차입금이 1720억원, 이외 대부분은 바이어로부터 대금을 받아 상환 가능한 단기차입금이다”라며 “겉으로 보이는 수치와는 다르게 안정화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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