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차입금의존도 50% 육박·순차입금 규모 2017년 대비 3.4배 증가신용평가사 “현금창출력 악화된 상황에 순차입금 감축 어려울 것”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실적 부진을 겪는
롯데쇼핑(023530)이 자금 사정이 팍팍해지며 신용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불어난 차입금을 벌어드린 수익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코로나19와 변화된 소비패턴 등으로 실적 난에 허덕이며 재무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재무안전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롯데쇼핑은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놓였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기준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조22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나 줄어든 1646억원, ‘영업의 질’을 대변하는 영업이익률은 1.3%로 나타났다. 업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기업들의 3년 평균 영업이익률 6.3% 수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롯데쇼핑은 업황 부진 등으로 저수익 점포 관련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을 매년 인식함에 따라 최근 3년간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2017년 206억원, 2018년 4650억원, 2019년 8165억원, 2020년 9월 23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손상차손 대상은 대부분 인수·합병했던 백화점, 할인점, 슈퍼 및 하이마트의 영업권과 부진 점포 관련 유형자산이다.
특히 2019년에는 실적이 부진했던 임차 점포 관련 손상을 대거 인식하면서 연결 기준 사용권자산 손상차손이 9475억원 발생했다. 국내 할인점의 사용권자산 손상차손이 5600억원대에 이르렀고, 백화점과 슈퍼마켓 손상차손은 각각 2386억원, 1393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불어나는 차입금이다. 롯데쇼핑의 2020년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16조87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이에 따라 차입금의존도도 45.7%에서 49.4%로 3.7%포인트 상승하며 총 자본의 절반 가까이가 부채로 이뤄져 있는 상태다.
부채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2020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1646억원인 반면 이자비용은 4275억원으로 부담해야할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3배 가까이 달했다. 이에 따른 이자보상배율은 0.4배로 나타났다. 차입금은 불어난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겹쳐 부채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 한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으로 갚아야 할 ‘이자’를 뜻하는 ‘이자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해당 수치가 1을 밑돌면 정상적인 존속이 어려운 것으로 보며 이 같은 상황이 3년 연속 지속되면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롯데쇼핑의 경우 2019년 0.6배, 2020년 3분기 0.4배를 보이며 2년 연속 1배 미만을 기록했다. 올해 1배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부채 등을 상환할 수 있는 '지불능력' 판단지표인 유동비율 역시 78%를 기록했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100% 이하일 경우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인 것을 의미한다.
롯데쇼핑은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와 더불어 종속기업 보유 차입금의 연결 재무제표 편입 효과, 리스부채 인식 등의 요인으로 지난 2019년부터 차입규모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3조9670억원 수준에 그치던 순차입금 규모는 2019년 롯데인천개발(1조38억 원), 롯데타운동탄(3343억원), 롯데카드(3366억원) 등의 지분 매입과 리스회계기준 변동에 따른 리스부채 계상(6.7조원) 등으로 2017년(3조9670억 원) 대비 9조276억원가량 증가한 12조994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실적은 저하된 반면 빚은 늘어나며 차입금은 추세적으로 증가 중이다. 2020년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13조972억원으로 2019년 말 대비 약 1026억원 증가했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현금창출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미 13조원을 넘는 순차입금을 감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신규 출·개점,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3년간 점포 구조조정 과정에서 위약금 등으로 현금지출도 확대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 모모홈쇼핑 지분을 매각한다지만 그 금액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 결국 영업으로 벌어드린 수익으로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데 코로나19 이후 상황도 좋지 않아 보인다”라며 “주안점은 점포 구조조정으로 얼마나 돈을 아끼고 앞으로의 투자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덧붙였다.
롯데쇼핑의 재무구조는 경쟁사인
현대백화점(069960)그룹과는 대조적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올해 면세점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수익성과 재무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2019년 말 기준 총차입금은 9326억원(리스부채 4112억 원 포함) 규모이나 보유 현금성자산 규모(5178억원), 리스부채를 포함한 차입금의존도(12.2%) 등을 감안하면 회사의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2020년 3분기 기준으로는 총차입금 1조8292억원, 차입금 의존도는 21.3%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7995억원으로 나타났지만 보유 현금성 자산이 1조297억원에 달해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앞서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는 정기 평가에서 롯데쇼핑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한 바 있다.
등급전망 변경 사유는 ▲사업부문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실적 저하 추이 ▲등급 대비 차입부담 과중 ▲향후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의 개선 전망도 불확실하다고 판단해서다.
신용평가사는 오는 4~6월경 롯데쇼핑이 연결 기준 ‘EBITDA/총매출액’ 지표가 7% 이하로 지속되거나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7배를 초과할 경우 등급하락 등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은 현재 기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2020년 3분기 기준 8.6배로 집계되며 신용평가사에서 제시한 하향 트리거인 7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순차입금/EBITDA는 지난 2017년 2.8배, 2018년 3.8배, 2019년 6.7배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염재화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등급변동 요인을 충족했기에 하락 여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효과와 실적 회복 가능성 등이 주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점포 등 유효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갈 수 있는지가 중점이다”라고 덧붙엿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도 “투자를 하 돼 차입금을 안고 갈 것인지 차입금 상환에 집중할 건지를 향후 행보를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롯데쇼핑이 보유점포를 구조조정할 시 재무구조는 개선될 것이고 임차점포를 구조조정할 시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기에 어느 방향성으로 움직이는 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측은 <IB토마토>에 “자산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올해는 차입금 규모가 더 늘어나지 않는 선에서 재무관리를 해나갈 계획”이라며 “2021년은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악화된 영업환경의 기저효과로 기존점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