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주요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SK그룹은 다음 주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변화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 확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 달 초에 주요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SK그룹은 그간 12월 첫째 주 목요일 인사를 단행해온 터라 전문가들은 올해 인사 발표일을 오는 12월3일로 예상하고 있다.
SK그룹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이다. 최 부회장은 고 최종현 SK그룹 2대 회장의 아들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과거 계열사 출자금을 불법적으로 쓴 혐의(횡령)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은 후 3년 넘게 복역하다 2016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 때문에 5년 동안 SK그룹의 주요 관계자에서 등기이사를 맡을 수 없는데, 2021년 10월이면 5년의 기간도 종료한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력 확대가 점쳐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이면 최 부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가 가능하다"면서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최 부회장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요 계열사 임원진의 변동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 유정준 SK E&S 대표이사 등은 연임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051910) 간 배터리 소송전과 같은 굵직한 일이 있을 때마다 시장을 중심으로 임원진들의 연쇄 이동 전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유임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이번 인사의 또 하나의 포인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딥 체인지'다. 지난 10월 말 SK그룹은 '딥 체인지의 실행, 파이낸셜 스토리'를 주제로 CEO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각 계열사 CEO들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했다. 딥 체인지의 실행, 파이낸셜 스토리 모두 낯선 주제인 터라 큰 주목을 받았다. 'BM(비즈니스 모델)변화와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 구축 등으로 기업가치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인다'라는 메시지 역시 모호하긴 마찬가지였다. CEO 세미나에서 참석자 간 ESG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해진다.
제작/뉴스토마토
계열사 중
SKC(011790)와
SK디스커버리(006120)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 두 기업 모두 환경, 바이오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계열사다. 이완재 대표가 이끄는 SKC는 전기차·바이오·반도체 소재 중심 기업으로 변화 중이다. SKC는 KCFT(현 SK넥실리스) 인수, SKC솔믹스 합병 등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으로 그룹 내 포트폴리오를 변화시켰다. 또한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화장품·건기식 소재 사업(
현대바이오랜드(052260)), SK피아이씨글로벌 지분, SKC코오롱PI 지분 등을 매각하기도 했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와 계열사인
SK가스(018670),
SK케미칼(285130)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SK디스커버리 계열사들은 친환경, 바이오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SK케미칼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계열사 SK바이오사이언스로 올 한 해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판교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를 방문하기도 했고, 지난 6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을 신청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계열사 SK가스는 국내 1위 LPG 판매기업으로서 지위는 유지하는 가운데 석탄화력 발전에서 LNG/LPG 복합 화력, 신재생 에너지과 같은 친환경 발전으로 변화 중이다. 친환경 사업인 PDH(Propane Dehydrogneation, LPG를 원료로 프로필렌 제조)에 진출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재가치를 적절하게 반영 받는 것보다 미래가치를 현재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당시 세미나에서 오갔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