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렬 전 회장 승부수 '인보사' 실패로 상장폐지 임박그룹 핵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 실적 악화 이어져검찰 기소에 따른 지난한 재판…오너리스크 장기화 국면
출처/코오롱티슈진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 결정이 나면서
코오롱(002020)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아울러 그룹 내 주축 계열사인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의 실적 역시 주춤하면서 그룹의 현재와 미래 먹거리가 모두 흔들리는 모양새다. 결국 이 모든 경영 결과의 핵심 의사결정권자였던 이웅렬 전 회장의 '오너리스크'가 재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13일 재계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 자체가 긴 시간 동안 많은 연구개발 비용이 들고 성공 가능성 역시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코오롱그룹의 오너인 이웅렬 회장에 대한 검찰이 기소한 여러 불법 혐의 등은 그동안 쌓아놓은 그룹의 명성을 떨어뜨리고 앞으로 반등 모멘텀을 찾기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웅렬 전 회장. 출처/코오롱그룹
지난 4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전날까지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거래소는 이의신청을 받은 날부터 15영업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상장유지, 개선기간 부여 등을 결정한다.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의 핵심 계열사였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 연구개발과 함께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영역을 넓히려 했다. 계획은 좋았으나 과욕이 문제였다. 이웅렬 전 회장은 1999년부터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개발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하지만 인보사가 허가 당시 연골세포로 신고한 것과 달리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5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이로 인해 최근 상장폐지가 의결됐으며 여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코오롱티슈진이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사건은 현재 28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투자 손실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건으로 청구한 배상액은 978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바이오 사업을 지탱하는 연구개발에 대한 자금조달이 어려울 전망이다. 그룹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으나 이 또한 그룹 전체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부분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올해 6월 기준 852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출처/메리츠증권
그룹의 바이오 부문이 흔들리는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 악화는 큰 부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3분기 연결 기준 2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4.4% 감소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인 372억원을 크게 하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5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8%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127억원으로 18.57% 감소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 중이나 성장 동력원 발굴의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투자 포인트였던 고부가 필름(CPI)의 성장성은 다소 의문이며 해외 고객사들의 판매량 부진과 국내 고객사의 수주가 없는 점이 부정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재무적으로도 잉여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다각화된 수익기반을 바탕으로 매년 3000억~4000억원 수준의 영업현금흐름(OCF)을 창출했다. 하지만 설비 증설과 마곡 미래기술원 건설, 듀폰 소송 관련 합의금 및 벌금 지급 등 현금창출규모를 상회하는 자금부담으로 인해 잉여현금흐름(FCF)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2019년 하나캐피탈 지분 매각차익 발생에 따른 법인세 납부 증가로 영업현금흐름이 감소하고 듀폰 소송관련 비용 지급이 이뤄지면서 잉여현금흐름 적자가 이어졌다.
김미희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최근 주력 제품의 수익성 저하로 영업현금 창출능력이 축소되는 가운데 차입 규모가 증가하면서 순차입금/EBITDA가 상승한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라며 "2016년 3.6배를 기록하였던 연결 기준 순차입금/EBITDA은 2018년 이후 5배를 상회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오너리스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룹의 현재와 미래 먹거리가 후퇴하는 가운데 반등의 모멘텀을 이끌어야 할 이웅렬 전 회장은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내려놓고 법원을 오가는 처지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지난 7월 이 전 회장을 약사법 위반·사기·배임증재·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업무방해·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얼마나 걸릴지, 어느 혐의까지 받아들일지 예단할 수 없지만 검찰이 기소한 혐의 하나하나가 중대한 경제 범죄라고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허가 내용과 다른 성분의 인보사를 제조·판매해 환자들로부터 약 160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인보사 2액 주성분이 당초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연골유래 세포가 아닌 신장유래 세포라는 사실을 이 전 회장이 미리 알면서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상장폐지와 관련해 이의 신청을 했으며 충분한 소명을 할 계획이다"면서 "(이웅렬 전 회장 재판 관련해서는) 덧붙일 말이 없다"라고 밝혔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