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취임한 김 대표 이후 실적 반등 안갯속3분기 영업익 65% 감소…중국 법인 악화·높은 계열비중챙의행위 압도적 찬성 통과·비정규직 대법원 판결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연말 임원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재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주목도가 높은 기업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꼽힌다. 수시인사 체제로 바뀌었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직에 오른 후 세대교체 흐름에 맞춘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룹 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김경배 대표가 이끌고 있는 현대위아(011210)는 중국 법인 실적 악화 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며 연말 인사를 앞두고 실적 반등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여기다 최근 불거진 노조 파업 이슈는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10일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위아는 항상 현대모비스의 그늘에 있는 계열사로 평가절하 돼 왔다"면서 "정의선 회장 체제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가운데 김경배 대표의 실적 반등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숙제가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체제로 확고한 틀을 갖추면서 핵심 보직에 측근 인사들이 속속 채워지고 있다"면서 "김경배 대표의 경우 정주영, 정몽구 회장 시절 비서 출신으로 중용됐던 만큼 그룹 내 변화의 움직임을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김경배 대표. 출처/현대위아
현대위아는 자동차부품 부문이 주력 사업이다. 샤시모듈, 엔진, 부변속기, 등속조인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 물량을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등 계열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결국 매출에 대한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적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계사업부문의 경우 공작기계, FA, 방위사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12% 수준을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회사 지분의 25.3%, 13.4%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위아를 책임지고 있는 김경배 대표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차그룹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룹 내 전문경영인 대표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 재임은 드문 가운데 현재 가장 오랜 기간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위아는 2018년 1월부터 수장을 맡고 있는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쉽지 않은 경영환경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출처/DB투자증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위아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8394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5% 줄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그동안 지분법으로 인식해오던 중국 산동엔진 법인이 이번 분기부터 연결 종속 기업으로 편입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위아의 내년 실적 성장을 대체적으로 전망했지만 문제는 중국 시장의 반등이다. 현대차, 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에 대한 의존도가 산동 법인의 연결로 커졌기 때문이다. 김평모 D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기아차 모두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하락 중인 가운데 아직까지 뚜렷한 반등 시점을 전망하기 어렵다"면서 "고객사의 중국 내 판매량 부진이 지속된다면 현대위아의 자동차부문 수익성 역시 저조할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근본적으로는 높은 계열 매출 비중이 꼽힌다. 현대위아는 계열 매출 비중이 80% 수준으로 사업실적이 현대차, 기아차의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에 연계돼 있다. 주력 사업인 자동차부품부문은 2019년 저수익 모듈사업(약 4000억원 규모)을 정리하면서 매출이 감소했다. 올해 역시 인도, 러시아 공장의 신증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완성차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3.5%의 매출 감소가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경우 수익성 개선이 전망되지만 전문가들은 부정적이다. 낮은 영업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부품부문은 2015년까지 EBIT마진 6%를 상회하는 우수한 영업수익성을 보였다. 하지만 2017년 이후 그룹의 완성차 판매둔화와 함께 이익기여도가 높은 중국부문의 매출감소, 설비 확충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EBIT마진이 1~2% 수준으로 저하됐다. 2019년은 저수익 모듈사업을 정리하고, 서산공장 및 멕시코공장의 가동률이 개선되면서 전년 대비 수익성 개선이 나타났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이후 완성차시장의 수요회복과 더불어 가동률 개선이 예상됨에 따라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여전히 완성차 시장이 예년 대비 크게 부진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낮은 수준의 영업수익성을 보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재무안정성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회사는 부채비율 111.9%, 순차입금의존도 16.5% 등 전반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다. 2019년 이후 투자부담이 완화되고 현금흐름이 안정화되면서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단기적으로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밖에 여러 노조 이슈도 실적 반등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현대위아는 단체행동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9~30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2% 찬성으로 통과됐다. 실질적인 파업까지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실적 반등을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에 소모적인 시간만 흘려보낼지 우려된다. 또한 현대위아 불법파견 소송도 마지막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2014년 현대위아비정규직평택지회가 현대위아를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1심과 2018년 2심 모두 지회 측이 승소한 상황이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올해는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실적 반등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바닥을 딛고 내년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노조 이슈는 현재 노사가 원만한 협의를 진행 중인 사안이고 비정규직 관련 소송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