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하반기 실적도 불안…정기선 경영 '본격 시험대'
수주 절벽 조선·캐시카우 석유화학 부문 실적 악화 우려
정 부사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신사업 추진 성패 안갯속
공개 2020-09-1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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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출처/현대중공업그룹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주력인 조선과 정유화학 사업이 타격을 받으며 하반기도 실적 반등의 돌파구가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그룹의 위기 속에서 승계를 준비 중인 정기선(38) 현대중공업지주(267250) 부사장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9일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의 승계 작업은 속도의 문제일 뿐 내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그룹의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발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과 정유 등 주력 사업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감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와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 3개 직책을 겸임하고 있다. 본업인 조선 부문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정 부사장의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실적 개선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올해 2분기 실적으로 연결 기준 매출액 4조60억원, 영업이익 10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3%, 48.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0억원으로 98%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력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3조9255억원, 영업이익 9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1%, 67.7% 증가했다.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5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흑자가 무색할 정도로 수주실적이 부진했다. 보통 선박 수주 후 건조 후 인도까지 2년가량의 시간이 걸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실적 악화가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010620))은 연 목표치가 157억 달러였으나 8월 기준 25.6%(40억2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연말까지 4개월 여가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 목표치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하고 계획 달성률도 14%에 그쳤다"면서 "연간으로 84억달러 수주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앞으로 선박 수주의 큰 장애물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57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58.3% 급감했다. 이는 클락슨리서치가 자료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래 가장 최저치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절벽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선주들이 발주를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처/대신증권
 
조선업 불황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캐시카우(지주 매출의 62.8%) 역할을 톡톡히 했던 정유화학 부문의 실적 악화는 뼈아픈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2분기 원가절감 등을 통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3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1분기 기록했던 5632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부진, 산유국 간 갈등에 따른 유가 급락 등으로 매출은 4조4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했고, 순손실은 462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재무안정성 지표도 나빠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15년 1조7051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6년(2조4777억원), 2017년(2조7170억원), 2018년(3조2608억원), 2019년 3조8658억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역시 2015년 95%, 2016년 112.1%, 2017년 116.1%, 2018년129.2%, 2019년 136.3%로 상승세다.
 
조선업이 침체되는 동안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익성을 책임져 왔던 현대오일뱅크의 역할이 앞으로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일부를 팔았다. 지분 17%에 대한 매각대금 1조3749억원이 유입됐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을 통해 감소한 재무부담의 유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대우조선해양 계열 편입 등 계열 전반의 사업구조가 변화하고 있으며 신사업 투자 및 계열사 지원 등에 자금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정 부사장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로보틱스 등을 통해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유지 보수와 기술 서비스, 선박 기재자 공급, 스마트선박 개발 등을 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이름 그대로 로봇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2024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주력사업의 어려움 속에서 신사업 가시화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올해 2분기 현대로보틱스는 매출 544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73.9% 내려갔다. 같은 기간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매출액 2305억원, 영업이익 4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나아지고 있지만 조선업황과 연관 사업인 만큼 조선 부문의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반기에도 주력인 조선 부문 수주가 이어지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면서 "카타르, 모잠비크 프로젝트 등 LNG운반선 중심의 수주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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