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주택시장 불확실성에 사업구조의 한계를 느낀 호반그룹이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골프장, 산업단지 등 다양한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신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분양 및 공사수익이 2조3433억원으로 전체의 94%에 이른다. 지난해 시흥 배곧 써밋플레이스1차, 서울 신정구역 2-2구역, 송도 5차, 화천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 고현항 항만 부지조성공사 등이 신규 건설형 공사계약으로 포함됐다.
호반그룹 골프장 수익지표. 출처/금융감독원
그동안 골프장사업, 리조트, 산업단지 등 다양한 신사업을 꾀해왔지만 아직까지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호반그룹은 최근 골프장사업과 건축사업 가운데서도 주택사업 이외의 분야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지난해 초 서서울컨트리클럽과 H1클럽 등을 품에 안으며 빠르게 골프사업 몸집을 키웠다. 현재 호반그룹은 국내 및 해외에서 모두 네 곳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골프장사업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지난 2001년부터다. 대영루미나를 인수해 이듬해인 2002년 스카이밸리CC로 이름을 바꾸고 36홀로 확장했다. 2013년에는 한국공항공사가 2김포공항 인접 유휴부지에 27홀 규모로 대중 골프장을 만드는 사업에 귀뚜라미, 롯데건설 등과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지분 20%를 확보하기도 했다.
다만 영업이익 성장세는 아쉽다. 스카이밸리CC는 2002년 영업이익 33억원에서 지난해 5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초 인수한 H1클럽은 지난해 영업이익 약 10억원을 내 2018년(4억원)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지만 2017년 약 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크지 않다. 호반서서울 역시 2015년 영업이익 22억, 2016년 23억원을 냈는데 지난해 영업이익이 23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다소 낮은 편이다. 2019년 기준 호반그룹의 스카이밸리CC는 영업이익률이 26%, 호반서서울은 14%, H1이 9% 정도다. 당시 골프장 평균 영업이익률이 22.5%인 점을 감안하면 호반서서울이나 H1의 영업이익률은 이를 못 미치는 셈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초 H1클럽을 약 550억원, 서서울CC를 약 120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그룹은 주택사업으로 그동안 꾸준히 분양물량을 확보해왔지만 마냥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의 공공택지 축소 기조, 부동산 규제 강화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주택사업에 ‘올인’하는 사업구조가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호반그룹은 그동안 여느 건설사와 다름없이 주택사업 위주로 공사수익을 올렸다. 계열 시행사가 발주한 주택건축 위주로 주로 공공택지 사업을 수주해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게 분양가를 책정하는 사업방식을 취해왔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호반건설의 영업실적과 현금흐름은 주택경기에 민감하다”라며 “주택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한 데다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 강화 등 부정적 거시경제 환경으로 영업 실적은 과거 대비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그동안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하고 수도권 지역 위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공급이 줄어드는 등 공공택지 물량을 제한해왔다. 또한 공공택지 입찰기준도 강화되는 등 호반건설에 불리한 영업환경이 지속되어 왔다.
다만 호반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호반건설이 꾸준히 현금성 자산을 쌓아둔 만큼 아직까지 신사업 확대를 위한 체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기준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규모가 1조5000억원으로 연간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규모가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단기 차입금 3300억원과 용지대금 2995억원을 대응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권 연구원은 “우수한 영업실적과 준공사업장의 원활한 잔금회수에 힘입어 실질적 무차입상태를 유지하면서 2019년 말 호반건설 및 계열사의 연결합산 조정순차입금은 마이너스(-)1조원까지 낮아졌다”라며 “연결부채비율도 36.7%로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