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C 소송 중인 PE·국민연금에 펀딩 받은 PE 등 인수전 참여 어려워유력후보 현대중공업 그룹, 코로나19 직격탄…투자 축소 중신기건 프로젝트 속 사니(Sany)중공업·XCMG·SDLG 등 부각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000150)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매각이 공식화됐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풍요 속 빈곤'이 우려되고 있다. 재무부담 요인으로 거론되는 중국법인(DICC) 소송전과 관련해 IMM PE와 같은 유력 사모펀드(PE)와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 출자자(LP)가 엮여있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현대중공업 그룹 역시도 개별 협상에서 거절하기도 했다. 인수 후보가 적다 보니 전략적투자자(SI)로는 중국 기업이, 재무적투자자(FI)로는 대형 사모펀드운용사(PEF)인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이 잠재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마땅한 인수자로 중국 기업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 중장비와 엔진을 제작 판매하는 회사다. 출처/두산인프라코어
3일 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해 투자안내서(TM)를 배포하는 등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다. 가격은 7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수 후보는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DICC소송이다. DICC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Doosan Infracore China Co.,Ltd 이하 'DICC')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와 관련해 IMM PE·하나금융투자 PE·미래에셋자산운용 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주식매매대금 지급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아 있으며, 법원은 1심에서 두산의 손을, 2심에서는 FI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이후 진행되는 잔여대금지급 청구 소송은 현재 1심 판결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하며 사활을 걸고 있지만, 통계상으로 파기 환송보다는 2심 판결이 유지될 확률이 상당하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이 파기된 건수는 전체의 4.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만약 패소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최대 8000억원 수준의 자금 소요가 예상된다. IB업계의 한 변호사는 "인프라코어가 패소 가능성은 높지만 변수는 많다"라면서 "특히 FI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 변동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라고 설명했다.
DICC소송의 파급효과는 크게 3가지다. △유력 PE의 인수전 불참 △유력 LP가 전주로 있는 FI의 인수전 불참 △대형 PE 인력의 중형 PE 이동 등이다. 송사가 5년 이상 이어지다 보니 대형 PE에서 중형 PE로 인력 이동이 상당했다. IMM PE, 하나금융그룹, 미래에셋그룹 등과 직간접적으로 엮인 PE,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에서 펀딩을 받은 PE의 참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DICC소송은 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입체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면서 "5년 이상 소송은 PE업계와 꽤나 악연으로 작용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DICC 소송전에 참여하지 않은 '전주'로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등 공제회가 꼽히고 있다. 하지만 PE 중 순수하게 공제회 자금만 받는 PE가 적을뿐더러 공제회 자금이 많은 글랜우드PE, 나우IB, 스틱인베, 스카이레이크, 케이스톤파트너스 등이 인수하기엔 두산인프라코어의 규모가 크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공제회로부터 펀딩 받은 주요 PE의 성격을 고려할 때 인프라코어 인수는 사실상 어렵다"라면서 "미스매칭이 생긴 상황에서 국내 PE의 남은 후보 중 드라이파우더(투자미소진액)가 많은 PE는 MBK와 한앤컴퍼니 뿐"이라고 전달했다.
또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코로나19 속에서 별건으로 신뢰성 센터 구축, 산업차량 내구성 센터 등 자본적투자(Capex)가 계획되다 보니 신규 투자 여력도 많지 않다. 게다가 그룹 내 캐시카우인 현대오일뱅크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신규투자 등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IB업계에서는 중국 건설장비 제조사 사니(Sany)중공업, 서공그룹(XCMG), 샹동링공(SDLG) 등 중국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배경은 중국의 신기건 프로젝트에 따른 시장 확대와 중국 내 인프라코어의 점유율(이하 M/S)이다.
중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8%로 관련 통계 발표 이후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냈다.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한 중국은 지난 3월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판 뉴딜인 '신기건(新基建)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무려 5900조원(59,000,000,000,000원, 34조 위안)가 투입되는 경기 부양책으로 고속·도시철도 연장, 5G 기지국, 전기차 충전소, 스마트 공장 확대, 특고압 설비 확충 등 각종 인프라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인프라 조성에 대규모 투자가 확정된 상황에서 인프라코어는 중국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지난 5월 중국공정기계협회(CCMA) 자료에 따르면 중국 MNC 시장에서 인프라코어 M/S는 2015년 12.9%에서 올해 상반기 23%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현지 진출 해외 기업(MNC) 가운데 가장 높은 M/S다.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3조9850억원으로 전년보다 9.1%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3353억원으로 38.7% 감소했지만, 2분기 중국 매출은 52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7.7% 증가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인프라코어 매각전의 관전 포인트는 중국 기업 참여 여부"라면서 "아직까지 자문업계에서 별다른 중국 기업 마케팅은 없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사니, 서공그룹 등에 탭핑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