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모우CC '대박 딜'…두산, 숨통 트이나
클럽모우CC 1850억원 MOU 체결
경영정상화 이행 첫 걸음…두산 스타일 딜 '통했다'
공개 2020-07-02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6월 30일 11:2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두산중공업(034020)이 성공적인 골프장 매각으로 경영정상화에 물꼬를 트며 두산(000150)그룹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클럽모우CC 딜은 유동성 위기에 따른 매각이지만 두산 특유의 콧대 높은 매각 전략 탓에 3조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상당했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클럽모우 컨트리클럽(CC). 출처/클럽모우CC 홈페이지
 
29일 두산중공업은 클럽모우 컨트리클럽(CC)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을 선정, 이날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클럽모우CC는 두산중공업이 지난 2013년부터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서 운영 중인 대중제 27홀 골프장이다.
 
클럽모우CC 매각은 단순한 골프장 매각 거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자구안 이행의 진정성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산 관련 인수합병(M&A)자문을 할 때 항상 고민하는 게 하나 있다"면서 "두산이 원하는 가격이 너무 높다 보니 딜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산이 매물로 내놓은 회사를 진정으로 매각할 의사가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면서 "자구안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매각전이 아닌 듯 하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두산그룹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재무구조개선계획이행약정'을 강제성이 있는 바인딩 MOU 형식으로 맺었다. 해당 약정은 두산그룹이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의 자금을 긴급 지원받는 대신 마련해온 자구안이다. 계약 기간 내 계약서에 명시된 약정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은 담보로 잡은 경영권과 자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 지주회사인 ㈜두산 지분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두산큐벡스 등 계열사 지분과 두산타워, 춘천연수원 토지 등 대부분의 그룹 자산을 두산은 담보로 내놓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국가 돈으로 두산을 지원해주기에 자구안 이행을 강제하는 조항을 달았다"라고 설명했다.
 
자구안 이행 관점에서 이번 골프장 매각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시장에 놀라움을 선사할 만큼 높은 가격을 받아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클럽모우 CC딜은 두산의 구조조정 스타트로 아주 좋은 케이스"라며 "재무적투자자(FI)가 샀으면 나올 수 없는 높은 가격으로 팔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매각주간사와 두산 모두 큰 역할을 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안진에 매각 자문을 맡기기 전에 모아건설을 직접 컨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물론 딜 과정에서 안진이 잘한 부분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의 입찰가는 약 1850억원(홀당 68억원)이다. 두산그룹의 희망가격으로 알려진 가격 범위 내다. 이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클럽모우CC 입찰가로 최대 홀당 60억원(162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다들 내다봤다"면서 "홀당 60억원도 최근 골프장이 인기가 많이 반영된 높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산의 자구안 이행은 이제 시작이다.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모트롤BG, 두산솔루스(336370), 두산건설, 두산메카텍 등은 공개매각(Public Deal)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 중이다. 시야를 넓히면 두산그룹은 대대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포트폴리오 재편 관점에서 키는 두산중공업의 정상화와 두산건설의 매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은 10년 전부터 잠재 매물이었다"면서 "두산건설 매각은 자구안 이행뿐만 아니라 두산의 미래를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 정상화 역시 마찬가지다. 두산중공업의 지난 1분기 말 별도 재무제표에는 '이연법인세자산'이 여전히 없다. 이연법인세자산은 미래 소득을 전제로 계상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지원은 차입금 만기 연장 효과 수준으로 근본적 대책이 아니다"면서 "두산이 한국의 재벌그룹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싶다면 두산중공업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한 필요하다"라고 전달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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