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게임빌이 사업목적 정관에 지주회사 관련 항목을 추가할 예정이다. 회사 측이 수차례 부정해온 ‘순수지주회사 전환설’이 수면으로 재차 떠오르는 이유다. 게임빌의 컴투스 보유 지분이 50%+1주에 못 미치므로, 종속기업 편입 가능성 여부는 결국 회계상 실질 지배력에 달려있는 상황인데, 주주구성 등을 감안하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관 변경과는 별개로 게임빌 2대 주주인 KB자산운용도 행동주의를 예고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게임빌의 주주총회 결과를 잇따라 주목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게임빌(063080)은 오는 27일 개최될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 정관에 ‘자회사 주식 또는 지분을 취득·소유함으로써 자회사 제반 사업내용을 지배·경영지도·정리·육성하는 지주사업’ 항목 추가 의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게임빌이 수차례 부인해왔던
컴투스(078340) 종속회사 편입 등을 통한 ‘순수지주회사 전환설’이 재부상되는 이유다. 순수지주회사는 주식 보유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관리하는 업무만 하는 지주회사를 의미하며, 자체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와 대조되어 쓰인다.
현재 게임빌은 사업지주회사로 있다. 2017년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요건으로 특정 기업의 보유 자회사(계열회사 포함) 주식이 자산총액의 50%를 넘을 경우 등을 명시하고 있다.
게임빌은 지주회사 전환 직전연도인 2016년에 52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일시 상환했고, 그 결과 현금성자산 등이 크게 줄고 관계기업투자주식 자산 비중이 55%로 늘어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게 됐다. 게임빌은 이전부터 게임 개발로 매출을 내고 있었는데, 지주회사 요건도 갖추게 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사업지주회사로 있게 됐다.
게임빌 순수지주회사 가능 핵심은 ‘실질 지배력’
순수지주회사 전환설이 불거진 근본적 이유는 게임빌 연결기준 영업적자가 3년째 지속되면서 관리종목 편입 위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4년 연속 지속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분류된다.
게임빌은 2019년 170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동 기간 컴투스가 12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므로, 컴투스가 게임빌 종속회사로 편입될 경우 관리종목 위기 탈출은 사실상 확실한 셈이다. 즉, 투자업계는 게임빌이 현재도 사업지주회사로 있지만, 향후 모바일게임 사업의 분할-합병 등 시나리오를 통해 순수지주회사로 전환, 적자 위기를 탈피할 가능성도 타진한 셈이다.
근거가 된 것은, 게임빌의 잇따른 컴투스 지분 매입이다. 게임빌은 컴투스 주식을 이용한 담보대출과 서초동 사옥 매각 자금 일부를 활용해 올해 4월까지 컴투스 지분 600억원가량을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지난 17일 기준, 게임빌은 컴투스 지분을 29.03%까지 늘린 상태다.
게임빌이 매각한 서초동 사옥. 사진/게임빌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과 국회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편안과 등을 종합하면, 게임빌이 컴투스 지분을 30% 이상 갖추고(현행 20%), 동시에 컴투스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취득할 경우, 컴투스는 게임빌 종속회사로 편입될 수 있다.
종속회사 판단 핵심은 ‘실질 지배력’이다. K-IFRS는 실질 지배력 결정 요건으로 ‘힘’, ‘이익’, ‘힘-이익 관계’의 동시 충족을 명시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기업의 영업활동·자산취득·자금조달 등 의사결정에 대한 ‘힘’을 낼 수 있는 자가, 힘의 발휘로 변동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면 지분율에 관계없이 종속기업으로 본다는 취지다.
달리 말하면, 지분율 ‘50%+1주’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주주 간 약정 등에 의해 이 같은 지배력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해 경영진 의결권 과반수 이상을 장악할 수 있으면 종속기업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지분율에 따른 실질 지배력 판단은 주주 간 약정과 더불어 ‘사실상 지배력’, 즉 주주구성 등이 고려된다. K-IFRS 예시에 따르면, A사가 B사의 의결권 48%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은 수천명의 소액주주(1% 미만)가 갖고 있을 경우, A사는 주주 간 약정이 없어도 B사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하게 된다.
컴투스 2대·3대 주주는 KB자산운용과 국민연금공단으로, 이들 지분 합계는 15%가량 된다. 이들은 결국 재무적투자자(FI)이므로, 숨겨진 약정 등이 없는 이상 게임빌에 의결권을 넘긴다고 판단되기 어렵다. 결국 게임빌이 컴투스 지분 ‘50%+1주’를 확보하는 방안이 최선이겠지만, 컴투스 시가총액이나 게임빌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전략을 구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게임빌이 컴투스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한다”라며 “게임빌 자금 사정 등을 볼 때 50% 이상 지분 확보가 어렵고 순수지주사 전환도 힘들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게임빌 관계자는 “과거 수차례 밝혔던 대로 순수지주회사로서의 전환 계획은 없다”면서 “당사는 2017년부터 지주회사와 게임 개발 사업을 동시 영위하고 있으므로, 금번 정관변경은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하는 정비 차원으로 이해해 주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2대 주주 KB자산운용, 투자 목적 변경하며 행동주의 예고
지주회사 정관 삽입과 더불어, 게임빌 지분 13.98%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 KB자산운용이 주총에서 보일 행보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KB자산운용이 지난 6일 게임빌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일반투자’는 기관 투자 목적이 ‘경영권 개입’과 ‘단순투자’로 이분화됐을 때 생긴 회색지대를 메우기 위해 신설된 항목이다. 일반투자를 표방한 기관은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며, 대신 강한 공시의무가 부과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경영권 영향 범위를 네거티브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즉, 임원 선·해임, 자본금변경, 정관변경, 회사합병 등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 활동이 가능하다고 본 셈이다. 달리 말하면 일반투자 기관은 배당, 임원보수, 감사 자격 강화 등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셈이다.
게임빌이 지난해 말 출시한 모바일 야구게임 <프로야구 슈퍼스타즈>. 사진/게임빌
다만, 배당 확대 요구는 비교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빌이 손익 및 현금흐름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신 공개적 의견제안 및 질의를 할 가능성은 있다. 실제 KB자산운용은 컴투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 원인 등을 지적하면서 송병준 컴투스 및 게임빌 대표이사와의 미팅을 공개 요청한 바 있다.
서한 발송 여부에도 촉각이 모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최근
효성티앤씨(298020)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고, 배당성향을 기존 대비 6배로 확대하라는 서한을 낸 바 있다.
게임빌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요구나 서한을 받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담당 부서에서 소통하며 잘 조율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게임빌에 어떤 요구를 낼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서한 발송 여부도 미정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KB자산운용의 과거 행보를 살펴보면 서한을 보낼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어떤 요구를 담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