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034020)이 외부자금 조달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말라버린 투자심리와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 속에서 두산중공업의 메자닌을 살 투자자가 있을지 의구심이 커진다.
두산중공업이 오는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 정관변경의 안을 올렸다. 주요 변경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 한도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액면총액 한도는 각각 5000억원인데, 이를 2조원까지 늘리려 한다. 이를 위해 발행할 주식의 총수 역시 함께 증가시켰다. 현재 4억주인 한도는 20억주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투자은행(IB) 업계 전문가들은 CB와 BW를 발행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했다. IB관계자는 "BW의 한도가 차서 늘려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위한 방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면서 "발행할 주식수까지 늘린 것은 CB와 BW로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CB·BW의 한도를 정관에 정해놔야 한다"라면서 "또한 향후 신주 행사 시를 대비해 발행할 주식수까지 늘려놔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두산중공업의 단기성차입금 비중.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메자닌과 같은 복합금융상품까지 고려하는 까닭은 다양하다. 우선,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이 상당하다. 근 5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약 4.2조원이다. 이는 총 차입금의 85% 수준이다. 두산중공업의 단기성 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의 50% 수준이다.
또한 회사채 수준의 이자를 갚기도 쉽지 않다. 두산중공업의 사채이자율은 대략 4~5%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만약 4조원을 4%로 조달했다고 가정한다면 매년 1600억원의 이자비용이 소요된다. 이를 영업에서 생긴 이익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 628억원을 연환산할 경우, 837억원 수준이다. 즉 4%짜리 회사채로 차환(Roll-Over)할 경우, 당기순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자율이 2% 수준이어야 영업이익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를 흔히 이자보상배율이라고 하는데, 신용평가사 교육을 하는 회계사는 이에 대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주주에게 보상은 이뤄질 수 없다"라면서 "흔히들 한계기업, 좀비기업이라 부른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영업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3분기 말 두산중공업의 별도 재무제표에는 이연법인세자산 계정이 없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두산중공업의 재무담당자는 자회사를 빼고 두산중공업 만을 별도로 떼어 놓아 판단했을 때 앞으로도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기 전에 순이익이 나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를 감사한 삼정회계법인 역시 그 의견에 동의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연법인세자산은 미래 소득을 전제로 계상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이익이 나기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기에 두산중공업은 명예퇴직, 일부 휴업과 같은 강도 높은 정책을 꺼내들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자닌을 통한 낮은 이자율은 매력적이다. 두산중공업의 48회차 BW의 이자율은 1%다. 현재 상황으로는 아무리 메자닌일지라도 1%대 이자는 쉽지 않지만, 만약 1%로 4조원을 차환한다면 두산중공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갚을 수 있는 수준의 회사가 되는 셈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책"이라면서 "상환이 쉽지 않지만 계획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두산중공업의 CB·BW 발행이 원활한 자금 조달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사업에 대한 어두운 전망 때문이다. 메자닌을 살 경우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살 권리를 추가로 받는다. 이는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 의미 있는 옵션이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큰 의미가 없다. 메자닌을 통한 자금 조달의 성패는 미래 전망이 좌우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중공업에 정통한 증권업 관계자는 "최근 크레인 수주는 큰 의미가 없고, 수주가 10년 사이 최저치라는 것이 포인트"라며 "두산중공업이 CB·BW 를 발행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 두산중공업의 메자닌을 살지 의문"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다른 IB관계자는 "지금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라면서 "특단의 조치 없이는 두산중공업의 자금 조달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