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로나19가 촉발한 공포로 한국 증시가 늪에 빠지다 보니, 재무적투자자(FI)도 차익 실현을 뒤로 미루는 모양새다. 기업공개(IPO) 구주매출이 설정된 메타넷엠플랫폼, 센코어테크, LS EV코리아가 연이어 상장철회를 결정했다. 이들 기업은 시황과 상장 예비심사 유효기간 등을 두루 고려해 상장 재추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던 3개 기업이 상장철회 의사를 밝혔다.
LS전선 자회사 LS EV코리아는 지난 13일 상장철회 공시를 냈다. LS EV코리아는 철회 직전인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수요예측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5일에는 메타넷엠플랫폼과 센코어테크가 상장을 취소했다. 메타넷엠플랫폼은 철회공시 전일 수요예측을 했고, 센코어테크는 수요예측조차 하지 않았다.
IPO를 철회한 세 회사의 공통점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회수(엑시트) 의사 등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LS EV코리아는 공모주의 약 67%인 1000만주를 구주매출로 잡았다. 해당 물량은 산업은행 산하 KDBC캐피탈과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의 공동결성 프로젝트펀드인 ‘KDBC파라투스 제2호 사모투자합자회사’로 설정돼있다.
LS EV코리아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산정한 공모밴드를 토대로 단순 계산했을 때, KDBC-파라투스 펀드가 구주매출로 확보하게 될 금액은 550억원 이상에 이를 전망이었다. 구주매출 후 지분 잔량도 721만4408주가 있던 만큼, FI는 기회를 노려 추가 차익도 실현할 수 있었다. 단, FI 보유 예정 주식 중 470만주에는 3개월의 자발적 보호예수가 설정돼 있었다.
메타넷엠플랫폼은 공모주의 약 80%인 581만9900주를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펀드 ‘Magellan Asia Ltd’ 몫으로 잡았다. 구주매출 이익범위는 703억~879억원가량 됐다. 센코어테크는 신주발행분의 32%인 69만5000주를 블루런벤처스 펀드 ‘BRV Lotus Fund 2012. L.P.’로 설정했다. FI 이익범위는 약 86억~114억원이다.
메타넷엠플랫폼 지분을 보유한 FI는 상장 후 잔여물량인 265만799주에 3개월의 자발적인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센코어테크 FI는 구주매출 물량을 비교적 적게 잡은 대신, 잔여물량 전량인 69만5000주에 보호예수를 걸지 않았다.
이들 기업의 상장 철회 주요 원인은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의한 증시 급락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T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코스닥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16일 종가 기준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3.72% 하락한 504.51을 기록했다. 게다가 코로나 감염 우려로 수요예측 직전 기관 대상 기업설명회(IR) 등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다 보니, 상장 준비 기업들은 자사의 기업가치 설득에 다소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56.58포인트(3.19%) 하락한 1714.86로,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9.49포인트(3.72%) 내린 504.51에 마감한 중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코스닥 주가 변동폭이 크다 보니 기관의 IPO 수요예측 참여율이 하락하고 있어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밴드 내에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는 데다가, 빠른 이익을 원하는 곳도 있을 테니 구주매출이 잡힌 기업들은 투자자 의견 등을 고려해 철회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철회를 결정한 세 기업은 상장 예비심사 유효기간과 시황 등을 살펴 상장 재추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는 예비심사 유효기간을 6개월로 두고 있다. 즉, 6개월 안에 수요예측, 청약 및 납입, 상장신청 등을 전부 마쳐야 하는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LS EV코리아의 상장심사 유효기간은 8월13일까지, 센코어테크는 7월9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들 기업은 상장 재추진에 나설 시간적 여유를 조금이나마 갖고 있는 셈이다.
반면, 메타넷엠플랫폼의 상장심사 유효기간은 4월15일까지 유지된다. 당장의 상장 재추진이 비교적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메타넷엠플랫폼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006800)는 2019년 3분기 누적 실적 연 환산 수치를 이용해 밸류에이션을 했는데, 3월 말에 온기 실적이 공시되므로, 경우에 따라 실사 및 밸류에이션을 재실 시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거래소의 재심도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재추진 시기가 너무 늦게 되면 한국거래소도 새로 나온 실적 등을 보고 가야 할 것”이라며 “다만, 기존과 동일한 내용 등에 대해서는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점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3월 내 코스닥 IPO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는 회사는 총 3개가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노브메타파마는 오는 23~24일, 압타머사이언스는 30~31일에 할 예정이다. 셋 다 구주매출이 잡히진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잠잠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수요예측이 최소한 4월 초까지는 부진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