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증권사들이 대표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이 흔들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PF사업의 강도 높은 규제가 예고된 가운데 코로나19마저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의 투자은행(IB) 업무는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침체됐던 서울 부동산PF 시장을 벗어나 대구 및 경북으로 지역을 넓혀갔던 주요 증권사들은 직격타를 맞게 됐다.
3일 부동산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PF사업은 기본적으로 현장 실사가 많이 필요한 분야인데 답사 자체가 막히면서 답답한 부분이 많이 있다"라며 "대구 등 경북 지역에서 참여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없는 회사가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는 이날 오후 확진자가 전날보다 520명 늘어 누적 확진자수가 3601명이 됐다. 3574명이 현재 격리된 상태다. 국내 전체 확진자수 4812명 가운데 70%가 넘는 환자가 대구에 몰려있는 것이다. 감염 위험성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대기업들은 대구와 경북 지역으로 잡혀있던 출장들을 전면 취소하고 있다.
이런 여파로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대구에서 부동산PF사업을 강화하고 있던 증권사들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 그동안 서울에서 PF개발사업 물량이 정점에 이르렀다가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부터 대구 등으로 범위를 넓혀 활발한 사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 도원동 3-11일대 주상복합단지 개발 사업 조감도. 출처/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부터 대구 도원동 및 MBC부지 등에서 부동산PF사업을 벌여왔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말 대구 중구와 수성구 주상복합단지에 3200억원 규모로 금융을 주선했다. KTB투자증권도 지난해 7월 대구 화원지역 개발사업에 참여해 약 1600억원의 부동산PF 대출을 내줬다.
한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사업에서만 영향이 있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증권업계에 타격이 있는 것”이라며 “최대한 온라인이나 화상 콘퍼런스콜, 유선 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로 대체하는 중인데, 아무래도 직접 대면이 어려워 지연되는 사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직접 미팅이나 현장 실사가 제한적이고 부동산개발사업에서 중요한 분양관이나 홍보관을 열기가 어렵다”라며 “(코로나19에 따른) 지장이 있기는 있는데, 올스톱할 수는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딜은 잠시 미룬다고 하더라도 신규로 사업을 벌이기가 어렵다는 점이 더욱 시급한 문제다. 한 증권사의 부동산PF사업 담당자는 “대구 쪽과 연관이 있는 부동산개발사업 건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성 탓에) 아예 검토도 하지 말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곧 시행될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로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부동산PF 사업규모를 줄여야할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가뜩이나 사업 규모를 줄여야 할 상황에 처해 수익성이 좋은 '알짜'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데 투자처를 물색할 수 있는 지역 범위가 한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부동산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방안'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취급한도는 2020년 7월부터 자기자본의 200%까지로 제한된다. 종전까지는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는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 또 채무보증이 포함된 조정유동성비율(유동성자산을 유동성부채와 채무보증의 합으로 나눈 값)도 증권사의 리스크관리 지표에 포함된다. 부동산PF사업에서 쓰이는 채무보증 규모가 과도하지 않도록 당국이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장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부동산PF사업은 장기적인 호흡의 사업인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