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선진·팜스코, 차입부담 늘고 수익창출력 줄고
3사 총 차입금 직전연도 말 대비 46% 증가 ·차입금의존도 60% 내외
회사 측 “환율 급등에 따른 어음 연장으로 일시적 증가”
공개 2020-02-21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9일 19:0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재계 26위' 하림그룹 축산부문 사업장에 비상이 걸렸다. 축산분야의 화두인 공급과잉 문제로 가격이 하락하며 수익창출력이 둔화되는 가운데 투자 등으로 차입 부담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공급과잉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익성 악화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룹 측은 "현 시점에서 문제 될 일은 없다"라고 설명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하림지주(003380)의 2019년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전년 대비 8% 증가한 5조2214억원을 기록했다.
 
하림지주는 순수지주회사로 하림그룹의 최상단에 있다. 즉, 하림지주의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하림그룹의 한 해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하림지주의 부채 증가는 그룹 총매출의 50% 내외를 담당해온 축산부문 사업장 하림(136480), 선진(136490), 팜스코(036580) 등의 차입금 확대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개 사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직전연도 말 대비 46% 증가한 1조8173억원을 기록했다.
 
일단 하림은 익산에 들어설 종합식품단지 ‘하림푸드 콤플렉스’ 투자 등으로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지속해왔고, 총 차입금은 2019년 3분기 연결 기준으로 직전연도 말 대비 33% 증가한 5618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선진과 팜스코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진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직전연도 말 대비 37% 증가한 6605억원을 기록했다. 선진비나·선진팜스코 인수와 해외 사료사업 진출 등이 차입금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팜스코 역시 사료공장 투자 등으로 2019년 3분기 연결 기준 총 차입금이 직전연도 말 대비 33% 증가한 595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 결과, 차입 부담이 늘어났다. 3개 기업의 총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60% 내외를 맴돌았다. 즉, 차입금 규모가 전체 자산의 60%에 이른다는 의미다. 실제 이들 기업은 유형자산, 단기금융상품, 재고자산 상당을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특히 하림은 유형자산의 90% 내외를 담보로 잡혔다.
 
이는 하림지주 재무제표에도 부담을 미치고 있다. 하림지주의 별도 기준 총 차입금의존도는 30% 내외로 비교적 건전한 편이지만, 연결기준으로 보면 50% 이상으로 불어난다. 그 영향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해 하림지주의 당기순이익도 일부 짓눌렸다.
 
하림그룹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축산업은 사료용곡물 거의 전량을 수입해야 하므로 대금 결제를 위한 유산스(USANCE)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 3사의 차입금은 환율 급등에 따른 유산스 연장 등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차손을 방어하기 위해 유산스 만기를 연장했고 그 결과 차입금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라며 “4분기 환율이 조금씩 낮아지면서 만기 연장한 유산스를 일부 상환했고 현재 선진과 팜스코의 차입금의존도는 30~40% 내외, 하림은 5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문제없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하림그룹 본사 사옥. 사진/하림그룹
 
차입금 상환의 가늠자가 되는 수익창출력도 일부 감소했다. 하림지주의 2019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3035억원을 기록했다.
 
하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9억원 감소하며 적자전환됐다. 생닭 공급과잉에 따른 시세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팜스코 영업이익도 돼지고기 공급과잉 등에 따라 전년 대비 15% 감소한 203억원을 기록했다. 선진은 잠정실적을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업계는 생닭 공급과잉이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돼지고기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소비침체 등으로 공급과잉이 유발됐는데, 일단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국내 식육용 닭(육계) 사육 마릿수가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봤다. 돼지 사육 마릿수도 0.7%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성계 사육 마릿수 증가 및 생산성 향상으로 병아리 생산량이 늘어 도계 마릿수가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육계 산지 가격도 전년 대비 하락할 것”이라며 “돼지 사육 마릿수는 모돈 감소에 따라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육류 공급과잉이 일부 발생한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수익성은 반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축산업은 생물을 기르는 기간 사이의 변동성 등을 감안해야 하므로 수요예측이 쉽지는 않다”라고 전제하며 “생닭과 돼지고기 글로벌 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아지면서 값싼 수입산 육류의 유입이 크게 늘었고, 여기에 국내 생산량 증가 등이 일부 더해져 결과적으로 공급과잉이 유발된 측면은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관계자는 “다만, 공급과잉이 크게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공급과잉은 결국 시장의 자율적인 수요·공급 조절 기능, 즉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글로벌 가격이 반등하고 수입량이 줄어 차츰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돼지고기는 미·중 잠정적 무역합의 등으로 중국의 대미 돼지고기 수출이 증가해 가격 반등 시점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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