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심수진 기자] 수익성 부진에 시달리던
에이블씨엔씨(078520)가 멀티브랜드숍 '눙크(nunc)'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누적적자 탈피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로 화장품업계 로드샵(원브랜드) 신화를 썼지만 최근 실적 부진이 지속되며 영업적자에 시달렸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어퓨 등의 원브랜드에서 멀티브랜드 채널로 전략을 변경했으나, 이미 화장품업계의 멀티숍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고군분투가 예상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액은 2988억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8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매출액은 2017년 3732억원, 지난해 3455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112억원에서 지난해 189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17년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순이익도 급감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180억원에서 2017년 87억원으로 반토막 수준이 됐고, 지난해에는 116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은 35억원이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어퓨' 등을 보유한 화장품 및 생활용품업체다. 화장품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내수 경기 침체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로드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핵심 브랜드인 미샤 마저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미샤의 부진으로 결국 에이블씨엔씨는 기존 미샤, 어퓨 등의 원브랜드 점포 수를 줄이고, 멀티브랜드 '눙크'를 앞세워 체질개선에 나섰다. 로드샵을 포함한, 면세점, 지하철 등 오프라인 매출이 계속해서 감소하자 가맹점과 직영점 수를 줄이고 주요 상권 매장을 눙크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눙크는 미샤와 어퓨를 포함, 에이블씨엔씨가 판권을 보유 중인 스틸라, 부르조아 등의 해외 브랜드를 함께 유통하는 채널이다. 지난 6월 이대 1호점 오픈 이후 매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눙크의 올해 목표는 약 70개점, 내년까지 350개점 목표를 내세웠다. 3분기 말 기준 눙크 매장 수는 21개로 집계됐다. 미샤는 이미 상반기 지하철 매장만 40개점을 철수했고, 어퓨의 경우는 중심상권 위주로 운영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미 지난 2017년 최대주주가 비너스원(IMM인베스트먼트의 특수목적회사)으로 바뀐 이후 지난해 말 미팩토리, 올해 초 제아H&B 등 인수합병(M&A)을 실시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원브랜드에서 멀티브랜드로 전략을 바꾸며 저수익 매장을 정리하고 미팩토리, 제아H&B, 지엠홀딩스 등과의 시너지를 기대 중이다. 다만 적자전환, 현금흐름 등 재무안정성이 흔들린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차입금 규모는 올해 더 확대됐다. 에이블씨엔씨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29억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555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채 또한 지난해 말 692억원에서 올해 183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제회계기준(IFRS) 1116호 도입으로 리스부채가 늘었고, 올해 초 인수한 GM홀딩스의 전환상환우선주 부채도 연결 편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은 올해 에이블씨엔씨의 연간 매출액을 3500억원, 영업손실 50억원으로 전망했다. 케이프투자증권도 적자는 전년 대비 감소하겠으나 연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턴어라운드 시점을 내년으로 기대해볼 수는 있겠지만 눙크의 안착과 별도 및 종속 법인들의 외형 성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 매장 감소 효과는 내년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오프라인 유통망 재정비 효과는 내년에 연간으로 나타나며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별도 매출의 90% 이상이 미샤에서 나오며 아직까지 미샤의 오프라인 비중은 60% 이상"이라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