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아이콘트롤스는 내년 9월까지 보유하고 있는 HDC 지분 1.78%, HDC현대산업개발 3.38%, 부동산114 25%, HDC영창뮤직 6.43% 등을 HDC 또는 제 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지난해 4월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인
HDC(012630)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인적분할되면서 자회사의 손자회사 외 국내 계열회사 지분 소유 불가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HDC그룹은 당초 HDC→HDC아이앤콘스·HDC아이서비스·HDC현대EP→HDC아이콘트롤스→HDC라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었는데, 올 4월 HDC는 HDC아이앤콘스·HDC아이서비스·HDC현대EP가 보유한 HDC아이콘트롤스의 지분을 488억3700만원에 사들이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제 HDC아이콘트롤스가 갖고 있는 HDC·HDC현대산업개발·부동산114·HDC영창뮤직 등의 지분을 팔면 인적분할, 지배구조 개편은 마무리된다. 9월30일 기준 이들 지분의 장부가액 총합은 873억원으로 매각이 완료된면 HDC아이콘트롤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기존 124억원(3분기말 기준)을 포함해 1000억원에 육박한다.
HDC아이콘트롤스 사업부분별 재무정보.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더구나 HDC아이콘트롤스는 성장을 위한 사업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의 주력 사업부는 주거환경에 IT를 융합해 사용자의 편의성·안정성을 증진시키는 스마트홈, 건물의 조명 및 온도 조절·환기·통신시설 등을 관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스마트빌딩, 공공분야에 통신·신호 등 제어시스템을 구축하는 SOC, 건축물의 주거공간과 산업 설비의 생산 공정에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M&E인데, 포괄적으로 건설업에 속해 있다. 건설경기가 나쁜 현재, HDC아이콘트롤스의 실적은 아쉽고 전망도 밝지 않다.
실제 HDC아이콘트롤스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690억원, 영업이익 81억원, 당기순이익은 1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1%, 24.3%, 42.7% 감소했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역시 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4% 줄었다.
정부가 더 강력한 부동산 규제안인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건설경기가 더욱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커졌다.
이와 관련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아시아나IDT와의 합병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되면서 유력하게 떠올랐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현행 지주법상 아시아나항공이 100%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자회사들은 매각이 마무리된 시점부터 2년 안에 지분을 모두 사들이거나 매각해야 하는데 아시아나IDT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76.2%를 보유하고 있어, 이 법을 따라야 한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IDT를 현금이 풍부한 HDC아이콘트롤스가 흡수·합병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IDT는 항공업의 필수요소인 발권·예약시스템·공항IT시스템에서 기술력을 갖췄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을 운영해야 하는 HDC그룹 입장에서는 자회사인 HDC아이콘트롤스와 합병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또한 HDC아이콘트롤스 입장에서도 건설업에 한정돼 있는 사업영역을 항공과 운송, 금융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와 관련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DC아이콘트롤스가 아시아나IDT를 운영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라며 “이는 사업영역을 넓혀나가는 동시에 신(新)성장 동력 등을 가시화 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나IDT의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개념도. 출처/아시아나IDT
반면 겹치는 사업 부분 때문에 합병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아시아나IDT는 항공 이외에도 운송, 건설·제조, 금융 등 분야에서 대외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사를 갖고 있다. 건설의 경우 건설SOC사업, 스마트홈 등 HDC아이콘트롤스와 겹친다.
여기에 인수 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HDC 입장에서 매각이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의 6개 자회사 중 항공IT서비스와 운송, 금융 등에 노하우를 갖고 있어 가장 매력적인 매물로 꼽히는 아시아나IDT를 활용해 자금을 수급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IDT는 항공IT서비스 이외도 운송, 금융, ICT융합 분야에서도 기술을 갖고 있어 IT서비스 시장에서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