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심수진 기자] '트라이(TRY)'와 '비비안(VIVIEN)'의 조합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토종 내의 기업
쌍방울(102280)은 브랜드파워가 약해졌고
남영비비안(002070)은 손에 쥔 돈이 없어 빚을 내 인수하는
광림(014200)의 재무부담을 키웠다. 자회사 쌍방울에 이어 남영비비안까지 품게 된 특장차 제조업체 광림은 전환사채(CB) 발행에 이어 보유 중인
나노스(151910)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림은 지난 22일 유진케이엘제일차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22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CB발행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목적으로, 남영비비안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으로 풀이된다. 앞서 광림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남영비비안 지분 약 404만주(58.92%)를 538억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 지분(23.80%)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8인의 지분을 사들인다.
당초 자회사 쌍방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남영비비안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협상 과정에서 광림의 단독 인수로 결정됐다. 광림은 내달 27일까지 계약금 53억원을 제외한 잔금 484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광림은 남영비비안 지분 인수와 동시에 일부를 양도 계획을 밝혔다.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유동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남영비비안 주식 약 241만주(35.14%)를 케이엘투자조합 외 3인에게 재양도하는 계약으로, 양도금액은 320억원이다. 이에 따라 광림의 남영비비안 지분은 글로리조합, 씨엘투파트너스2호조합, 체리힐4호투자조합 등이 양수하게 된다.
치열해진 내의 시장, '쌍방울-남영비비안' 시너지 가능성은
광림은 쌍방울의 'TRY'와 남영비비안의 여성 속옷 '비비안' 두 브랜드를 통해 사업적 시너지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남성 내의 특화 브랜드인 TRY와 여성 속옷 브랜드 비비안 두 라인을 갖췄다고 볼 수 있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내의 시장에는 이미 SPA브랜드를 포함한 타 의류 브랜드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TRY와 비비안의 브랜드 파워는 과거 대비 약화됐다. 쌍방울은 대리점부터 대형마트, 일반 소매점 등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했지만 TRY라는 단일 브랜드의 힘이 떨어지면서 사업안정성도 저하됐다. 2016년부터는 매출이 급감하고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이미 지난해 신용등급이 기존 'BB/부정적'에서 '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남영비비안 또한 별도 기준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중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재무안전성 저하 우려
광림은 우선 5회차 CB발행으로 남영비비안 인수자금을 확보했지만 재무부담 확대가 숙제로 남는다. 광림의 부채비율은 2017년 말 93.2%에서 지난해 108.5%로 소폭 높아졌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만 총 네 차례, 521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3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185.9%임을 감안하면 이번 자금조달로 부채비율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쌍방울은 이번 인수 과정에서는 빠졌지만 광림의 재무상태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남영비비안 인수 과정에서) 광림의 재무부담 확대 수준과 쌍방울로의 전이 여부가 쌍방울의 신용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미 지난 2016~2017년에도 보유 중이었던 현금성 자산을 나노스 투자에 소진했고, 동시에 차입금도 증가했다. 3분기 기준 쌍방울의 총차입금 501억원 중 단기차입금이 약 70%(349억원)으로, 만기구조가 단기화됐다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남영비비안 주식을 재양수하는 케이엘투자조합 등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조건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어 광림의 경영권 행사와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어떤 부담으로 작용할 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최대주주 광림의 재무부담이 커져 계열사에 대한 지원부담이 가중되면 쌍방울의 신용도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쌍방울의 신용등급에는 △광림의 재무부담 확대 수준 △쌍방울로의 계열 지원부담 전이 여부 △쌍방울과 남영비비안의 시너지 발현 여부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노스 지분 전량 매각, 유동성 확보 때문?
최근 광림의 나노스 지분 전량 매각은 이 같은 재무부담 하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나온 결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광림과 쌍방울은 보유 중인 나노스 지분 47.83% 전량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나노스는 지난 19일 브라질 프리마베라 알리멘투스를 광림과 쌍방울의 지분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나노스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광학필터 및 홀센서를 제조·판매해왔고 우선협상대상자인 프리마베라는 식품생산업체로, 사업 연관성이 거의 없다.
아직까지 지분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이나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광림과 쌍방울 모두 나노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만큼 당장 재원 마련이 필요해 나온 결정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나노스가 수년째 적자를 지속 중인 데다 유통주식 수 부족으로 품절주 논란을 일으키는 것도 광림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이날 기준 나노스의 주가는 주당 4685원, 시가총액은 5216억원이다.
광림 관계자는 "나노스 지분 가치는 최종 인수가 결정된 후 외부평가를 통해 가격이 정해져야 가늠할 수 있다"라며 "(매각 배경은)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던 시점에서 적절한 대상을 찾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