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4년 적자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국순당(043650)이 벤처캐피탈(VC) 펀드에서 수취하는 거액의 배당금으로 상장폐지를 면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매점 갑질에 고액 연봉과 배당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배중호 대표 등 경영진의 만년 적자 해소 의지가 없어 보이는 점이 기업의 계속성 판단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국순당은 올해 초 4사업 연도 영업손실 지속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후 1년 더 영업손실이 이어지면 상장폐지 실질심사대상이 돼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 하지만 국순당은 올해 반기 기준으로만 가늠하면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매출 축소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순당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 연 환산 추정치까지 연평균 8% 감소하고 있다.
매출 감소 주요 원인은 막걸리 시장 위축에 있다. 수입맥주, 저알코올 혼합주 등의 공세 속에서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해 소비자에게 외면당한 탓이다. 실제로 국순당의 지난해 막걸리 내수 매출액은 2014년 대비 44% 감소한 188억원을 기록했다.
‘가짜 백수오’ 여파도 있다. 관련 제품에 비싼 백수오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엽우피소가 사용된 일이다. 당시 국순당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중 유통 중인 백세주를 전량 회수했고, 이 영향으로 2015년 영업손실은 83억원으로 불어났다. 이같은 노력에도 소비자 심리는 쉽게 돌아서지 않았고, 결국 국순당의 지난해 백세주 매출은 2014년 대비 34% 감소한 123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매출이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하면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 하락폭이 급증할 수 있다. 국순당은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옥천공장을 폐쇄하고 구조조정 등으로 판관비를 낮추는 등 고정비 축소에 주력해 손실 폭을 축소했지만 여전히 흑자전환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대만 코스트코에 입점한 국순당 생막걸리. 사진/국순당
코스닥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3심 체제로 구성된다.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에서 1심이 진행되고, 이후 코스닥심사위원회의 2심을 거쳐 상폐여부가 결정된다. 이후 기업이 이의제기를 하면 최종심인 3심이 열린다. 심사에 따라 최대 2년의 개선 기간이 부여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심사는 기업 계속성, 재무구조,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 고려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업계는 심사항목 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기업 계속성, 그리고 계속성의 핵심 요소인 경영자의 개선의지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가 아닌 미래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실적 부진 사유로 즉각 상폐 시키면 결국 손해는 소액주주 등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지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 계속성 판단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은 심사위원들의 질적 해석에 달린 셈이다. 이 점이 국순당에게는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만 한정하면 국순당의 계속기업가치가 낮지만, 총포괄손익이나 현금흐름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순당은 종속기업인 지앤텍벤처투자가 운용하는 펀드 등에 2017년부터 적극 투자하고 있고, 이로 인해 거액의 배당수익을 받고 있다. 국순당의 지난해 별도 기준 배당수취액은 무려 203억원이나 된다.
덕분에 국순당은 영업이익 적자에도 잉여현금흐름 흑자를 시현하며 별도 기준 부채비율을 10%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무려 4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쌓은 적도 있다. 게다가 90억원 가치의 투자부동산도 보유하고 있다.
한 회계사는 “기업 계속성 판단은 질적 판단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라면서 “영업이익에서 적자가 나도 투자 수익이 좋거나 재무구조가 좋으면 기업 계속성을 인정받아 상폐 심사에서 긍정적인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영업손실 지속으로 상장폐지 실질 심사를 받는 기업이라고 해서 꼭 영업이익만 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당기순이익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기업 계속성 판단이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다만, 배중호 국순당 대표 등 주요 경영자의 개선의지 측면에는 다소 물음표가 붙고 있다. 매출목표 강제 할당 등 갑질 논란이 지속되는 중에 영업이익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 탓이다. 일단 상폐 위기에서 벗어나도 영업손실이 지속되면 결국은 재심사를 받게 된다.
실제로 국순당은 지난해 2분기 110억원을 들여 토지를 매입했지만 아직 해당 부지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영업손실 지속으로 현금성자산은 감소 추세에 있다.
한 회계사는 “통상 영업적자 지속 사유로 상폐 위기에 놓인 회사는 이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기 마련”이라며 “국순당은 현금성자산이 많고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특별한 개선 의지를 보이는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계사는 “못해서 그러는지 여건이 안 되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국순당 관계자는 “토지는 잠재적 사업 부지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용도를 확정 짓지는 못했다”면서 “현금성자산 역시 아직 정해진 사용처는 없다”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