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강성부펀드)는 한국의 주주 행동주의를 표명하며 지난해 7월 설립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KCGI는 델타항공의 깜짝 등장에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에서 한발 물러났고, 5개 펀드 중 2개의 펀드가 손실 구간에 진입한 가운데 마지막에 주식을 매수한 '베티홀딩스'는 30% 넘게 손실을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도 시장에 파급을 일으키지 못했다. '행동주의 펀드' 열풍을 불러온 KCGI의 행보와 성과에 대해 3회에 걸쳐 중간 점검을 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KCGI가 제안한 항공사업부 IPO에 대해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고개를 저었다. 일부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 1월 KCGI는 'Value 한진'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지배구조 개선, 신용등급 회복, 사회적 신뢰 제고 등 한진그룹의 재건 방향이 담겼다. 보고서는 차입금 감소(청산), 기업공개(IPO)를 통한 새주주 맞이(청요 請邀), 오너리스크 관리(청렴), 자산 재평가(평가) 등 '3청1평'으로 요약된다. 새주주 맞이를 위한 기업공개(IPO) 대상 기업으로 KCGI는 토파스 여행정보,
대한항공(003490) 내 항공우주사업부(이하 MRO) 등을 지목했다.
value hanjin. 출처/KCGI
KCGI는 MRO사업부문을 IPO하자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의 MRO사업부는 △보잉 , 에어버스 동체 제작부터 MD헬기 개발 △항공기 정비 △미군 창 정비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이 중 KCGI는 항공정비 측면, 그중에서도 정비 시장의 수요 우위 시장 상황에 주목했다. 보고서가 나올 당시 항공 정비 산업은 수요 우위 시장이었다. 비행기 정비를 받으려는 수요가 비행기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내년 3월 에어로K·에어프레미아·플라이강원 등 저비용항공사(LCC)가 새롭게 항공운송면허를 받기에 수요 우위 시장은 더욱 견고해질 공산이 크다. KCGI는 "빠르게 성장하는 저비용항공사 시장 대응을 통한 외형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MRO 인력 업체 확보는 더욱 시급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서 "대한항공의 기술력으로 미루어 볼 때, 국내 정비 시장에 진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장기적으로 정비 사업을 아시아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면 글로벌 항공정비 업체로도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MRO사업부문의 IPO에 대해 사모펀드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MRO사업부문이 아무리 수요 우위의 시장이라도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기 어렵고, 정비 사업 규모를 키우기에 선결돼야 하는 조건이 많다'는 것이 주된 요지였다.
매출은 가격(P)과 양(Q) 측면에서 모두 성장 폭이 제한돼 있다.
우선 항공정비업 시장에서 대한항공의 MRO 사업부문은 가격에 순응해야 한다. 항공정비 산업은 국제적으로 시장이 형성돼있다. 항공기 정비 수요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시장 가격을 마음대로 형성하는 가격결정자(Price-Maker)역할을 하지 못한다.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니, 당연히 원가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원가율은 주로 정비근로자의 인건비로 결정된다. 저숙련 반복 노동 성격이 짙다 보니 시간당 임금(Man hour)이 인건비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가격순응자(Price-Taker)로서 수익을 내려면 시간당 임금이 70달러 이하여야 경쟁력이 있다. 동남아의 경우 65달러 수준이고, 일본은 80달러, 인천 공항은 75~80달러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항공 정비에 관한 지식은 3만 페이지 분량의 매뉴얼 북에 모두 담겨 있다"면서 "1만 8000~2만 4000개의 부품이 비행기에 들어가는데, 각 부품마다 몇 도로 돌려야 하고 유격이 얼만지 측정하고 그대로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숙련 노동자 1명이 50명의 저숙련 노동자를 데리고 업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정비 횟수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기도 어렵다. 항공정비산업의 매출은 의무 점검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항공기 결함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꾸준히 항공기가 결함 될 것으로 예상하진 않는다. 정비단계 중 매출의 핵심이 되는 단계는 C Check, D Check다. C Check는 약 2년마다 최소 1번은 수행해야 하고 보통 2억원가량이 소요된다. D Check는 C Check보다 더욱 정밀한 점검으로서 '기체 점검의 최고 단계'를 수행한다. 매 6년주기로 수행하며 비용은 보통 10억원 수준이다. 다만 비행기에 따라 변차가 커 정비가격은 55만(6.37억원, 11일 기준)~600만달러(69.5억원)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항공기 유지보수 수준. 출처/IATA
항공 정비 산업의 수요 우위 상황을 활용하기 위한 전제는 정비 공간의 확보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항공 정비에 들어갈 공간이 마냥 넉넉하지만은 않다. 근처에 있는 골프장인 스카이72 컨트리클럽을 걷어내 정비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땅을 임대하기에 정비단가가 상승한다. IB관계자는 "항공 정비업은 마진이 박한 사업이기에 최소한 노동력과 땅값 중 하나는 싸야 경쟁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에 거점 정비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수반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즉,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한다면 MRO사업부문은 IPO의 메리트가 떨어진다. 기존 주주의 이익을 나누는 것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렇기에 IB관계자는 "IPO는 너무나 저차원적이고 단순한 접근"이라며 "LCC항공사가 늘어남에 따라 중고·소형 항공기도 늘어날 것이지만, 늘어나는 것만 봐선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박기범 기자 5dl2la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