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투텍, 주인 바뀌자 890억 투입…적자 계열사 자금줄 되나
최대주주 변경 후 1년 새 계열사에 890억원 지원
계열사 3곳 적자…엔투텍 자금 창구 전락 우려
현금성자산 75.5% 급감…재무 부담 가중 지속
공개 2026-10-07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02일 17:0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반도체장비 부품 제조사 엔투텍(227950)의 자금 흐름이 최대주주 변경 이후 계열사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에이프로젠 기업집단에 편입된 뒤 1년여간 계열사 전환사채 인수와 대여에 투입한 돈은 89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말 총자산의 절반을 웃돈다. 적자에 시달리는 계열사에 자금을 대는 동안 엔투텍의 보유 현금은 크게 줄었다. 본업과 거리가 있는 바이오 사업 지원이 이어지면서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엔투텍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엔투텍 홈페이지 캡처)
 
지배구조 재편 후 대규모 자금 유출 '지속'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투텍의 최대주주가 변경된 지난해부터 회사 자금이 지속해서 계열사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배주주가 바뀐 지 1년여 만에 계열사 투자와 대여에 투입된 자금만 89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엔투텍 총자산 1593억원의 55.9%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3월28일 몬타나 신기술조합 제72호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통해 엔투텍 지분 9.6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두 달 뒤인 5월26일에는 엔투텍이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신주 6896만 5517주를 추가로 확보했고 그 결과 누적 지분율은 45.77%까지 뛰었다.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엔투텍의 지배구조도 완전히 재편됐다. 엔투텍의 상단에는 몬타나 신기술조합 제72호→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003060)스→에이프로젠(007460)→지베이스로 이어지는 구조가 들어섰다. 엔투텍이 철강과 의약품 사업을 운영하는 에이프로젠의 종속회사로 편입된 것이다.
 

(그래픽=AI제작·IB토마토)
 
문제는 이 지배구조 재편 직후부터 엔투텍의 자금이 계열사로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대주주 변경 한 달 만인 지난해 4월25일 엔투텍은 191억원을 출자해 투자조합 '제이드 신기술조합 제79호'를 설립했다. 설립 4일 후인 4월29일에는 이 조합을 통해 에이프로젠의 제25회차 전환사채(CB) 191억원을 인수했다. 지난해 5월에는 투자조합에 400억원을 추가 출자한 뒤 5월7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제16회차 CB 400억원을 사들였고, 올해 상반기 중에도 같은 조합을 통해 에이프로젠의 제25회차 CB 49억원을 추가 취득했다.
 
엔투텍의 직접 투자와 대여도 이어졌다. 지난해 8월27일과 9월5일 두 차례에 걸쳐 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인 지베이스에 각각 75억원씩 총 150억원을 단기 대여했다. 올해 5월29일에는 조합을 거치지 않고 엔투텍이 직접 에이프로젠의 제31회차 CB 100억원을 인수했다.
 
이렇게 최대주주 변경 후 1년여간 계열사에 투입된 직간접 투자와 대여금은 890억원에 이른다. 특히 엔투텍이 투자 목적으로 설립한 제이드조합은 설립 이후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CB 인수 외에 별도의 투자 실적이 없고, 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GP)인 이스트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엔투텍 최대주주인 몬타나조합의 GP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계열사 자금 지원을 위해 설립된 조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성자산 312억→76억 급감…재무 부담 '우려'
 
엔투텍이 자금 조달 창구로 전락한 배경에는 계열사들의 악화된 재무구조가 자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에이프로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지베이스 3사가 모두 수년째 대규모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엔투텍에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에이프로젠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90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 상반기에도 431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수익성 악화는 현금창출력 저하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254억원으로 여기서 자본적지출(CAPEX)을 뺀 잉여현금흐름(FCF)도 -274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OCF와 FCF 모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적자를 냈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역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569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베이스도 같은 기간 연평균 219억원의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엔투텍은 올해 상반기 1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를 이어갔고, 차입 규모가 작아 부채비율 16.4%, 유동비율 234.3%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배구조 상단의 세 계열사가 수익성 저하로 자체 자금줄이 막히자 상대적으로 재무 여력이 우수한 엔투텍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런 자금 유출이 반복될 경우 엔투텍의 자체 재무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대주주 변경 이후 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엔투텍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4년 말 31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6억원으로 75.5% 급감했다.
 
더 우려되는 지점은 이 구조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반도체장비 부품 제조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엔투텍은 최대주주가 바뀐 직후 32개의 바이오 관련 사업목적을 한꺼번에 정관에 추가했다. 해당 사업은 현재까지 전부 미영위 상태지만 추가 당시 목적이 '최대주주가 영위하는 사업 지원'이라고 명시돼 있어 향후에도 본업과 무관한 계열사의 바이오 사업에 엔투텍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업의 수익성을 기반으로 사업 역량을 키우는 대신 적자 계열사에 대한 수혈이 반복될 경우 지배구조 상단의 재무 부담이 엔투텍으로 전이되고 정작 본업을 위한 투자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엔투텍을 비롯한 에이프로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측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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