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크러시 부진에 R&D 재편…'새로·RTD'로 무게 이동
크러시, 클라우드로 재편…새로·RTD 부상
제로슈거 새로 8억병 돌파…소주 경쟁력 강화
R&D 2년째 감소…기존 브랜드 확장에 집중
공개 2026-09-30 06:2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23일 10:3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롯데칠성(005300)이 비용 축소와 함께 연구개발(R&D) 방향을 전환한다. 맥주 브랜드 '크러시'의 부진에 소주와 즉석 음용 음료(RTD)에 힘을 주며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습이다. 내수 침체로 R&D 비용은 2년 연속 감소했지만, 기존 히트상품 경쟁력 강화와 신규 카테고리 발굴을 병행해 개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크러시 광고물. (사진=롯데칠성음료)
 
연구 개발비 2년 연속 감소…'단순 축소'아닌 '방향 전환'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연결 기준 연구 개발비는 2023년 326억원에서 2024년 296억원, 2025년 268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매출 대비 연구 개발비 비중도 1.01%에서 0.74%, 0.68%로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 연구 개발비는 135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같았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0.65%로 소폭 하락했다.
 
연구개발 실적을 보면 단순한 투자 축소보다 개발 방향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국내산 쌀 100% 순미 청주 '백화'와 '로제청하 스파클링' 등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군이 연구개발 실적에 포함됐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기존 제품의 확장과 리뉴얼이 중심이다. '새로 살구'와 '새로 다래'에 이어 '새로 오미자'를 추가했고 '순하리진'은 유자와 상그리아 등으로 향미를 넓혔다.
 
올해 상반기 주목할 점은 연구 개발비 축소 기조에도 부진한 브랜드를 재정비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맥주 브랜드 '크러시'다. 2022년에 출시된 크러시는 출시 당시 시장점유율 5%도 못 미쳤다. 지난 4월 회사는 크러시를 '클라우드 크러시'로 개편해 클라우드의 하위 브랜드로 흡수했다. 지난 5월에는 클라우드 본체 리뉴얼을 단행하며 맥주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올해 상반기는 크러시의 단독 브랜드 확장보다 클라우드 중심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완전히 노선을 튼 셈이다.
 
그 밖에 맥주 연구개발 부문에서 '클라우드 크러시'의 캔·페트 등 패키지와 용량을 확대했다. 레시피와 디자인을 다시 손보는 데도 연구개발 역량을 투입했다.
 
 
 
맥주만 뒷걸음질… R&D 무게중심 '시장성 확인 제품'으로
 
회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최근 크게 떨어진 맥주 사업 실적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맥주 매출은 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304억원 대비 31.50%(96억원) 감소했다.
 
다른 주류 부문이 반등한 것과 상이하다. 소주 매출은 같은 기간 2120억원에서 2187억원으로 3.17%(67억원) 증가했다. 청주와 와인 매출 또한 각각 2.06%(9억원), 2.86%(11억원) 늘었다.
 
제로슈거 등 건강 콘셉트를 가져간 '새로'는 국내 주류 문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판매량을 지킬 수 있었지만, 맥주는 주류 소비 둔화 기조에 휩쓸려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출고량은 151만 9000kL다. 전년 대비 7.2% 감소했지만, 희석식 소주는 같은 기간 감소량이 2.8%에 그쳤다.
 
문제는 다른 주류 부문이 반등하거나 최소한 방어선을 유지한 것과 달리 맥주만 유독 뒷걸음질을 쳤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는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는 모험보다 시장성이 이미 확인된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R&D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주 '새로'는 성장축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모습이다. 크러시와 동일한 2022년에 출시된 이후 누적 판매량 8억 병을 넘어섰다. 알코올 도수를 15.7도로 낮추며 저도수 시장에 대응하는 한편 살구·다래·오미자 등 과일 플레이버를 잇따라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RTD(READY-TO-DRINK, 즉석 음용 음료)도 부상 중이다. '순하리진'을 중심으로 한 RTD 사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3% 증가했다. 회사 또한 소주뿐 아니라 맥주와 저도수 RTD 등 다양한 주류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새로운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맥주에서는 부진한 브랜드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동시에 소주에서는 새로를 중심으로 외연을 넓히고, RTD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키우는 전략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연구개발비는 개별 연구과제의 개발 단계와 진행 시점, 관련 비용의 집행 시기 등에 따라 연도별로 변동될 수 있다"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최근 3개년 약 1% 이상 유지하고 있으며, 식품사 중 다소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시장성과 소비자 수요를 고려해 필요한 분야의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한 효율적 분배 중"이라며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갖춘 제품 및 카테고리 발굴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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