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동화약품(000020) 의료기기 자회사인 메디쎄이가 충북 제천공장 생산라인을 전면 가동하면서 의료기기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 인구 고령화로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회사가 다국적 기업들의 과점 체제에 균열을 낼 지 관심이 쏠린다.
동화약품 신사옥 조감도. (사진=동화약품)
제천공장, 유휴설비 없이 100% 풀가동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의료기기 부문 핵심 종속회사인 메디쎄이의 충북 제천공장은 글로벌 정형외과용 척추 임플란트 수요 확대에 따라 올해 1분기 기준 평균 가동률 100%를 달성했다. 제천공장의 1분기 가동 가능 시간 472시간 중 실제 가동 시간이 472시간을 전부 채우며 유휴 설비가 전혀 없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실제 생산량 추이다. 메디쎄이 제천공장의 올해 1분기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생산능력(CAPA)은 22만 5000개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실제 생산실적은 10.18%(2만 2904개) 더 많은 24만 7904개를 만들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 가동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의 과점 체제인 해당 시장에서 국내 제조 기업의 생산라인 가동률 상승은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의료기기 분야의 국산화 진전과 고부가가치 제조 산업의 고도화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받는다. 실제 글로벌 척추 임플란트 시장의 구조적 성장세는 시장조사기관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25년 497억 3000만달러(78조 9000억원)였으며 올해는 522억 4000만달러(79조 7000억원)를 거쳐 오는 2034년에는 804억 4000만달러(122조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포춘비즈니스는 해당 예측 기간 동안 척추 임플란트의 글로벌 시장은 연평균 5.5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시장 확대를 이끄는 핵심 요인은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현상이다. 고령 인구는 골절과 관절염, 퇴행성 골질환 및 척추 기형 등 정형외과적 질환 발생률이 높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는 척추 임플란트 기기에 대한 신규 수요 증가로 직접 연결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60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5년 약 12%에서 오는 2050년 22%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는 2030년에는 전 세계 인구 6명 가운데 1명이 60세 이상 고령층에 진입하게 되며 2050년까지 고령 인구의 절대 숫자가 약 21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소수 기업 독과점 구조에 '균열' 기대
글로벌 척추 임플란트 시장은 높은 수준의 기술 및 자본 집약적 특성으로 소수 기업 중심의 과점 경쟁 구도가 고착화됐다. 실제 존슨앤드존슨(J&J) 등 글로벌 10대 의료기기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메디쎄이가 영위하는 척추 임플란트 세부 시장 역시 메드트로닉(Medtronic), 스트라이커(Stryker) 등 소수의 다국적 메이저 기업들이 시장의 60% 이상 과점해왔다.
메디쎄이는 자사 주력 제품군인 척추 고정장치 'ILIAD(일리아드)'와 'ZENIUS(제니우스)' 등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회사의 제품들은 글로벌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정밀 가공 기술과 독자적인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외 임상 시장에서 제품의 신뢰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고 공급계약을 지속적으로 늘려감에 따라 수출 다변화와 함께 외산 제품 중심의 기존 시장구조에서 자사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모기업인 동화약품의 전체 매출 구조 측면에서도 정형외과용 임플란트는 비주류 외연 사업이 아닌 핵심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았다. 올해 1분기 일리아드와 제니우스 등 정형외과용 임플란트의 제품 매출액은 6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58억원)보다 12.29%(7억원) 증가했다. 동화약품 전체 분기 매출(1306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5%(5.02%)가 넘었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해 온 동화약품의 상징적 전문 의약품 '후시딘류' 매출액 55억원(매출 비중 4.22%)을 넘어섰다.
여전히 까스활명수큐액을 필두로 한 활명수류(218억원, 매출 비중 16.66%)나 판콜류(158억원, 12.13%), 잇치류(116억원, 8.91%)가 동아약품 실적을 이끌고 있지만, 해당 사업 부문의 약진은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동화약품에게는 희소식이다. 메디세이는 제약업에 편중된 동화약품 사업 구조를 정형외과용 임플란트까지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산업 전반의 특성을 감안할 때 메디쎄이가 영위하는 의료기기 부문은 타 산업군과 달리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탄력성이 극히 낮아 경기 흐름의 영향을 덜 받는다. 비급여 정형외과 치료의 경우 단기적인 경기 위축 시 환자의 경제적 부담으로 일시적 수요 감소가 나타날 수 있지만, 해당 치료는 보험 체계가 뒷받침하며 안정적 수요가 유지된다.
동화약품 메디쎄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메디쎄이의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주요 제품은 대부분 건강보험 적용대상"이라며 "흉·요추용 척추 케이지, 척추경 나사못 등 핵심 제품군이 급여 체계 안에 안착해 있으며, 전체 매출의 약 80%가 급여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국내에서는 급여 제품 기반을 유지하면서 비급여 맞춤형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해외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남미·동남아·동유럽 등으로 사업을 넓혀갈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척추 임플란트를 넘어 수술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