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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K-ICS 내부모형 신청 '0건'…제도 미비에 발 묶였다
당초 상반기 예비신청 이어 하반기 접수·심사 계획
세부 세칙 만들지 못해 지연…내년 접수가 당국 목표
내부모형 적용 시 요구자본 감소로 K-ICS 하락 방어 기대
공개 2025-09-17 16:20:42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7일 16: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사 지급여력(K-ICS) 비율 산정에서 요구자본을 구하는 방식 중 하나인 ‘내부모형’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보험사로부터 승인신청서를 접수하려 했으나, 세부 수칙 마련부터 지연되면서 접수도 내년으로 밀렸다. 내부모형은 K-ICS에서 요구자본을 줄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혀 활용도가 부각되고 있다.
 
하반기 접수 후 심사 예정이었으나…세칙 없어 미뤄져
 
17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의 K-ICS 내부모형 승인신청 건수는 0건이다. 본래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 예비신청서를 접수해 준비 상황을 사전 확인하고, 하반기에는 승인신청서를 받아 심사·점검하려고 했다.
 
이후 내년부터 내부모형을 단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승인신청을 위한 매뉴얼까지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신청 건수는 하나도 없었다. 시행 세칙을 놓고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험업계 의견이 다수 있었는데, 이를 반영하기 위해 여러 차례 논의하고 태스크포스(TF)를 운용하면서 지연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신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보험업계와 함께 세부 세칙을 만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려 연말이 돼야 세칙을 제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칙이 없기 때문에 신청을 받은 것도 없고, 신청 접수는 내년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모형은 보험사가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을 산정할 때 요구자본을 구하는 방식 중 하나다. 요구자본에는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 일반손해보험위험, 시장위험, 신용위험, 운영위험 등이 담긴다. 현재는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표준모형’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감독원장이 정한 기준에 따라 위험액을 산출한 것이다.
 
반면 내부모형은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내부 기준을 따르는 만큼 금융당국 개입(매뉴얼)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전 협의부터 신청과 심사, 결정, 사후검증 등의 단계가 있다. 또한 내부모형 운영과 통제구조 감시, 평가체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
 
가용자본 확충 어려워져…요구자본 감축 병행이 '활로'
 
내부모형은 K-ICS 산출 시 요구자본 규모를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수단으로 꼽힌다. 현재 보험업계는 자본비율 하방 압력을 매우 크게 받고 있다. 거시적 요인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으며, 제도적 요인으로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는 보험사 자본을 줄이고 부채는 늘리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분자인 가용자본은 현재 확대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사채 같은 자본성증권은 그동안 다수 발행하면서 가용자본으로 인정될 수 있는 한도가 대부분 소진됐고, 유상증자도 주주 여건이 돼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도입되는 기본자본 K-ICS의 경우 자본을 확충하기가 훨씬 까다롭다.
 

(사진=연합뉴스)
 
분자 확대가 여의치 않자 대체 차원에서 시선을 돌린 것이 분모 감소다. 요구자본을 줄이려면 각종 위험액을 낮춰야 하는데, 보험영업을 전개하면 리스크가 동반되는 만큼 쉽지 않다. 업계서는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관리(ALM)를 통해 시장위험액을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다만 이는 운용자산 조정인만큼 중장기적 기간이 요구된다.
 
반면 내부모형 도입은 요구자본을 줄이면서도 비교적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은행 업권도 내부등급모형을 도입한 뒤 BIS비율을 단기간에 개선한 바 있는데, 자체적인 평가 모형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낮아져서다. 보험사가 내부모형을 적용하면 개별 회사 고유의 특성에 맞는 리스크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
 
보험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내부모형을 적용해서 요구자본이 낮아지면 그 효과를 얻는 것이고, 반대로 요구자본이 오히려 커지면 표준모형을 그대로 쓰는 양상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K-ICS 부담을 줄여주려는 금융당국이 어떻게 보면 보험사 리스크 관리 의지를 돋우면서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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