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양증권 품었지만…'OK금융 논란'은 그대로
고강도 세무조사 끝에 KCGI, 한양증권 인수
기업 경영권 분쟁으로 성장한 탓에 의심 '여전'
종합금융사 원하는 OK금융, 향후 행보에 관심
공개 2025-06-13 18:40:34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3일 18: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금융당국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 KCGI의 한양증권(001750) 인수를 인가했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9개월 만이다. KCGI는 '파킹딜' 의혹과 더불어 강도 높은 세무조사까지 치르는 탓에 인수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KCGI를 향한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OK금융그룹이 인수펀드에 주요 출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KCGI는 인수펀드 운영 기간동안 중도 매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간의 행보를 볼 때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우여곡절 끝 한양증권, KCGI 품에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한양증권의 대주주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한양증권의 최대주주는 기존 한양학원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KCGI로 변경됐다.
 
(사진=IB토마토)
 
KCGI가 한양증권 인수에 나선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당시 한양학원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실과 의료파업 장기화로 인한 한양대학교병원의 경영난으로 한양증권이 매물로 나왔다. 
 
그러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후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지분을 다시 사갈 수 있다는 ‘파킹딜’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금융당국에 한양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한 이후인 지난 3월엔 소위 ‘기업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는 등 한동안 먹구름이 꼈다.
 
이에 KCGI는 한양증권 인수 펀드의 운용 기간인 5년 동안 회사를 책임지고 경영할 것을 금융당국에 약속해야 했다. 이어 주요 출자자(LP)인 OK금융그룹이 한양증권 우선 매수권을 포기한다는 의사 표명하고 나서야 금융당국의 설득이 이뤄졌다.
 
KCGI를 향한 날선 의혹엔 이유가 있다
 
KCGI가 의심을 받은 이유는 그간 행보 때문이다. KCGI가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 발발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부터다.
 
강성부 케이씨지아이(KCGI)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당시 KCGI는 조현아 부사장 측에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며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과 맞섰다. 이후 2022년 3월 한진칼 지분 17.43%를 5640억원에 호반건설에 매각하면서 사세를 급격하게 키웠다.
 
KCGI는 다시 2023년 3월 DB하이텍(000990) 지분 약 7.05%를 매입하며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당시에도 KCGI는 자사주 소각 요구와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경영진에 요구했다. 이어 DB하이텍이 지분 28.88%을 보유한 자회사 DB메탈과 그룹 지주사 DB(012030)와 합병 추진설을 제기하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하지만 DB하이텍 경영권 분쟁은 불과 9개월여 만에 종료됐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졌다며 DB에 보유 지분 중 5.63%를 블록딜 형식으로 매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매각가는 총 1650억원으로 주당 거래 가격은 블록딜 거래일인 2023년 12월28일 종가보다 12.6% 높은 6만6000원이다.
 
당시 DB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61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DB는 보유 자금으로 45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DB하이텍 지분을 담보로 한국증권금융과 교보증권(030610), 삼성증권(016360)으로부터 단기 차입해야 했다. 이에 따라 DB의 차입금 규모는 412억원에서 178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DB하이텍의 경영개선을 통한 주주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한 KCGI가 결과적으로 상장사 DB의 소액주주 권익과 기업가치는 훼손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결국 KCGI는 DB하이텍 지분을 부당 매각해 소수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으로 검찰 고소를 당했다.
 
OK금융그룹 '눈독'…약속대로 5년 기다릴까
 
KCGI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사실 아직도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KCGI가 약속한 5년간의 회사 운영에 대해서도 진정성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OK금융그룹이다.
 
OK금융그룹은 계열사 OK캐피탈이 한양학원에 450억원 규모의 긴급 주식담보대출을 지원하면서 한양증권 인수전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기본 금리는 연 8.5%로 책정됐다.
 
OK금융그룹이 한양증권 인수전에 LP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시장에선 다분히 증권사 진출을 노린 행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사진=OK금융그룹)
 
일본 재일교포 출신인 최윤 회장은 대부업으로 한국시장 진출 이후 꾸준히 제도권 진출을 노려왔다. 2013년 한국IB금융을 인수해 여신금융사 진출에 성공한 이후 이듬해 예주저축은행을 품에 안으며 제2금융 진출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2015년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과 2016년 리딩투자증권 인수전엔 연이어 실패하며 증권사 진출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이베스트투자증권(현 LS증권)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부업이 위주였던 사업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다만 현재로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큰 OK금융그룹이 내부적으로 사업 역량을 개선하고 KCGI가 5년 이후 순차적인 지분 처분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부업 라이선스까지 반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조건을 갖추면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CGI가 한양증권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심이 든다"라며"다만 OK금융그룹이 대부업 라이선스까지 반납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볼 때 당국에 약속한 5년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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