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이사회 견제 실종…곽동신 회장 독단 경영 드러나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 20%…15개 중 3개만 준수
김민철 사내이사 이사회 의장 맡아 독립성 저해
SK하이닉스와 신경전서 곽 회장 독단 결정 배경
공개 2025-06-1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1일 11: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한미반도체(042700)의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이 2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항목 가운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등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아 이사회 독립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한미반도체가 TC본더 공급과 관련해 SK하이닉스(000660)와 벌인 신경전에서 파견직 철수 등 곽동신 회장의 독단적 결정을 막지 못한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사회 독립성 회복과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한미반도체)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 20%·이사회 독립성은 '유명무실'

 

11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은 20%로 미비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반도체는 15개 항목 중에서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내부감사기구에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 존재 여부 △경영 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여부 등 3가지 항목 외에는 모두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사회 구성을 톺아보면 독립성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반도체 이사회는 곽동신 대표이사(사내이사)와 김민현 사내이사, 이가근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정관 제29조에 의거해 3인 이상 10인 이내 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형식상 요건은 갖춘 셈이다. 사측에 따르면 이사회 공정성과 독립성을 도모하기 위해 김민현 사내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해 대표이사와 분리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배구조핵심지표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준수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신제윤 사외이사가, SK하이닉스는 한애라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반면, 한미반도체 이사회 의장인 김민현 사내이사는 한미반도체에 28년 이상 재직한 인물로써 실상 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또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를 두어야 한다는 규정 준수도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9명 중 6, SK하이닉스는 10명 중 6명이 사외이사로 사내이사보다 더 많은 인원을 차지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측은 적은 인원으로 효율성을 높였다는 입장이지만, 지배구조핵심지표에서 대다수 항목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이사회가 오너의 의사결정을 견제할 만한 수단은 실질적으로 없다고 분석된다. 한미반도체는 지배구조핵심지표 항목에서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위험관리 등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등을 모두 준수하지 않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했다.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기술력 보완필요

 

이처럼 오너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권한과 낮은 이사회 견제력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양날의 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대한 TC본더 독점 공급사의 지위를 잃게 된 가운데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기술력 보완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된다.

 

그간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TC본더 독점 공급사로 8년을 지내왔다. TC본더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조 시 사용되는 필수 장비로 열과 압력을 사용해 반도체 칩을 기판에 접합하도록 해준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매출이 661930억원을 기록해 전년(2023) 327657억원보다 2배 이상 뛴 가운데 한미반도체 매출도 지난해 23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1167억원보다 2배 가량 급증했다. 올해도 HBM 제조용 장비 수주총액은 108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4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으로 공급사를 다변화하자,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파견했던 고객서비스(CS) 전담 인력을 철수시키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한미반도체에서 TC본더 장비의 조건(레시피)을 맞추지 못해 다른 공급사를 찾았던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결국 하이닉스 측은 다른 대안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한미반도체 쪽이 강경한 대응을 했던 것은 다소 경솔했던 처사인 것 같다. HBM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최대 공급사 지위를 보전하려면 비즈니스 관점에서 냉철한 의사 판단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미반도체는 최근 들어 SK하이닉스에 다시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오는 하반기 TC본더 물량을 지키기 위한 경쟁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모두 SK하이닉스가 상반기에 발주한 TC본더 납기일이 다음달 1일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 CS 인력을 복귀시켰다. 이천에는 한화세미텍과 나란히 거점 오피스도 설립했다. 지난 5일에는 TC 본더 5 전담팀 실버피닉스도 출범했는데 SK하이닉스를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실버피닉스 팀은 고객사의 생산시설에 투입돼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을 생산하는 TC 본더 4 장비의 유지 보수와 최적화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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