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vs 행동주의펀드…롯데렌탈 유증 놓고 격돌
VIP자산운용 "기존 주주 지분율 희석" 비판
어피니니 "권리 침해 않으려 할인율 적용 안 해"
주장 다르지만 유증 철회될 경우 양측 모두 피해
공개 2025-06-11 10: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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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VIP자산운용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가 인수한 롯데렌탈(089860)의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하면서 PEF와 행동주의 펀드가 각을 세웠다. 롯데렌탈은 선제적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안정성 확보에 나섰다는 설명이지만, VIP자산운용은 회사 재무 상태를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롯데렌탈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실제 유상증자가 철회될 경우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타격은 대주주인 어피니티와 소액주주들 모두 받게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진=롯데렌탈)
 
어피니티에만 유리한 조건 '불합리'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올해 2월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이뤄진 대규모 신주 발행 유상증자 결의를 두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됐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어피니티에 일방적으로 유리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게 골자다.
 
VIP자산운용은 당시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 지분을 고가에 매각하는 동시에 최대주주가 임명한 이사회는 매수자에게 추가 지분을 헐값에 배정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은 주당 7만7115원에 거래됐지만,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발행한 유상증자는 주당 발행가액이 2만9180원이었기 때문이다.
 
어피니티는 당시 주가를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약 1조원을 지불한 셈인데,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체 평균 매입단가를 약 16% 낮출 수 있었다. 지분율도 63.5%까지 확대됐다. 이에 대해 VIP자산운용은 비싼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기 위해 당시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어피니티를 상대로 지분을 매각하는 동시에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병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VIP자산운용은 어피니티의 지분 확대가 향후 롯데렌탈의 상장폐지를 노린다는 주장도 내놨다. 실제로 어피니티는 지난해 12월 락앤락의 소액 주주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상장폐지를 강행한 전례가 있다. 롯데렌탈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철회한다면 향후 롯데그룹과 어피니티의 자본 시장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VIP자산운용  주장이다.
 
"일반 주주 이익 침해" vs "3자 배정 방식으로 타격 최소화"
 
롯데렌탈은 이에 대해 최대한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우선 주주가치 희석 우려에 대해선  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로 해소했다는 입장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소액주주 다수가 신주 인수를 포기해 실권주가 발생하는 경우, 시장에 부정적 신호로 작용해 오히려 주가 하락 위험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결정했다. 실제로 롯데렌탈 주가는 유상증자 결정 이후 지난달 주가가 3만원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0일 3만4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뿐만 아니라 유상증자는 증권발행과 공시규정에 따라 기존 주가의 10% 이내 할인율을 적용해 발행가를 산정할 수 있었지만, 기존 주주 이해관계를 고려해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준시가로 발행함으로써 최대한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 사유와 관련해서도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VIP자산운용은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이 업계 최저 수준인 약 377%이며, 4506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무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구조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롯데렌탈 측은 사채 조기상환 요구가 회사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통상 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구주 매매거래가 종결될 경우, 사채관리 계약상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게 됨에 따라 거래 종결일로부터 약 1.5~2개월 이내에 상당한 규모의 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현 회사채 보유 현황을 고려하면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7200억원 수준의 사채 조기상환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유상증자 철회 시 조달비용 상승 가능성
 
이처럼 양측 주장은 다르지만 업계에선 유상증자가 철회되면 어피니티뿐만 아니라 VIP자산운용이 대변하는 소액 주주 타격 가능성을 우려한다. 
 
앞서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12월 롯데렌탈의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지분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면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유사시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사라짐에 따라 현재 AA-인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유동성과 관련해선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 약 4200억원과 향후 1년 간 예상되는 영업부문 현금창출 규모를 더해도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2조1000억원의 차입금, 자본적지출(CAPEX), 지배구조 변경에 따른 기존 발행 회사채 조기상환 부담 등을 충당하기에 부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VIP자산운용 측은 롯데렌탈의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주장이지만, 렌터카 업체 특성상 신용등급 강등 우려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큰 편에 속한다. 렌터카는 신차를 매입해 고객에게 대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고, 매년 차량 대수의 20% 이상을 신규로 매입해야 하는 등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실제로 유상증자가 철회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총 8개 상장사의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지만, 해당 사안들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유상증자 철회로 인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철회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 중 하나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자본거래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거는 사례가 빈번해지긴 했지만 실제로 철회되기엔 양측의 주장 모두 설득력이 있다”라며 “올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금감원이 롯데렌탈의 유상증자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주주가치 훼손이 이뤄졌다는 내용도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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