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롯데그룹의 기업공개(IPO) 전략이 좌초됐다. 그룹은 올해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을 통해 최대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IPO가 무산되며 재무위기에 직면했다. 가뜩이나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로 3000억원 규모의 자금만 이탈하게 생겼다. 롯데는 자금 확보를 위해 부동산 매각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분위기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지주사
롯데지주(004990)는 유한회사 엘엘에이치(LLH)가 보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21.87%(747만2161주)를 3074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지분 인수 후 롯데지주의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율은 63.7%으로 취득 예정 일자는 다음 달 11일이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엘엘에이치는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가 롯데글로벌로지스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지난 2017년 엘엘에이치는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총 2789억원을 출자해 롯데지주(46.04%)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당시 엘엘에이치는 향후 IPO를 조건으로 최소한의 수익을 담보하기 위해 주당 평균취득단가 3만7337원에 연복리 3%를 적용하는 풋옵션 조건을 걸었다. 본래 올해 IPO를 통해 엘엘에이치의 보유 지분은 1주당 행사가격으로 5만720원이 적용돼야 했지만 IPO가 지연되며 결국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지분율에 따라 각각 80%, 20%씩 부담해 지분을 전량 되사오기로 했다.
(사진=롯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 실패는 최근까지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40조468억원으로 전년 36조7610억원 대비 1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이에 따른 이자부담도 늘어났다. 작년 롯데그룹 유통부문 계열사 이자비용은 7560억원, 식음료와 화학부문은 각각 1540억원 4230억원을 기록해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당금도 부담이다.
현재 거론되는 롯데그룹의 주요 부동산 매물 중 하나는 서울 서초동(서초동 1322-1 일대) 롯데칠성음료 부지다. 평가액만 4조원을 상회하는 알짜 부동산으로 개발 및 유동화 시나리오를 놓고 국내외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협의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사업 수익성 개선이 없이는 롯데그룹의 자금난은 계속될 것이란 우울한 진단을 내놨다. 계열사 지분 매각이 막힌 상황에서 한정적인 부동산 자산 매각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그룹은 지난 2021년부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됐지만 투자지출 대비 부진한 사업성과로 인해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라며 “결국 현재 악화된 재무 구조의 개선을 위해선 사업포트폴리오 재편과 보유 지분·비핵심 자산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