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업계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전기차 도입 확대, 중고차 시장 진출, 보험료와 정비비 상승, 그리고 기업 간 경쟁 심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렌터카 기업들의 사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SK렌터카, 롯데렌탈, 쏘카 등 주요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번 기획을 통해 렌터카 시장의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각 기업의 전략을 비교·분석하고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렌터카 업계의 전기차 도입이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업계는 여전히 '충전 인프라 미비'와 '중고차 감가 위험'이라는 현실적 한계 앞에서 고심하고 있다. 환경과 비용 측면에서 전기차 전환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실제 수익 구조를 감안할 때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의 국내 진출이 주목받는 가운데, 저렴한 가격과 운영비 절감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신뢰도와 배터리 안전성, 중고차 가치에 대한 우려로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전기차 렌터카 시장이 과연 ‘가성비’와 ‘안전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향후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BYD 아토3. (사진=BYD코리아)
전기 렌터카 등록 대수 증가율 '축소'
8일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기 렌터카의 등록 대수 증가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말 국내에 등록된 전기 렌터카는 5만5000여대로 전체 렌터카 대비 5.2%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전기 렌터카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13% 증가에 그쳤다. 2021년과 2022년 92%, 60%에 달하는 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전기 렌터카는 유류비 절감, 친환경 이미지 제고, 정부 보조금 지원 등 렌터카 업체의 비용 구조 개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도움이 되지만 충전 인프라 문제와 중고차 가치 하락, 브랜드 신뢰도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도 분명하다. 특히 전기차 충전소의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은 아직 렌터카 사용자에게는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기 렌터카의 경우 인프라 부족과 중고차 가치 불확실성 등 현실적인 장벽이 여전히 높다. 특히 렌터카 고객 입장에서 가장 큰 불만 요소는 여전히 ‘충전 불편’"이라며 "장거리 이동 시 충전소 위치 파악이 어렵고, 대기 시간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 만족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렌터카 이용자 대다수가 짧은 시간 내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 스트레스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 기업 BYD가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 렌터카 시장에 안착할 경우 업계 수익성 향방에 큰 변수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YD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한국에서는 먼저 렌터카 및 택시 등 상용차 시장을 발판 삼아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표 모델인 '아토3'는 3000만원 초반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정부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 후반으로 구입이 가능해 전기차 도입 비용을 줄이려는 렌터카 업계에 잠재적인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BYD 차량이 장기적으로는 렌터카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차량 가격을 낮춰 원가를 절감하는 전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국산 전기차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차량 교체 주기에 맞춰 전기차를 대거 도입하면 운영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BYD 등 전기차 "감가상각 리스크 커 불안"
하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현재 국내 주요 렌터카 업체들은 BYD 차량 도입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SK렌터카, 롯데렌탈 등 상위권 업체들은 아직 BYD와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도입 계획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 안전성과 중고차 감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BYD가 유럽 등지에서는 렌터카 업체와의 대량 계약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역시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특히 전기 렌터카 사업의 특성상 차량 구매 후 수익의 절반 이상은 중고차 매각에서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3~4년 뒤 BYD 차량의 중고차 가격이 얼마나 형성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렌터카 업체 입장에서는 감가 위험 부담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 전기차는 국내 진출 초기인 만큼 중고차 잔존가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이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커 적극 도입을 고려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렌터카 업계도 전기차 사업의 수익성을 보장받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렌터카는 완성차 제조사들과 일정 기간 후 정해진 가격으로 중고 전기차를 되사는 ‘잔가 보장(바이백)’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는 급락하는 중고 전기차 가격을 방어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현대차, 기아 등 주요 브랜드조차 감가 폭이 커지고 있어, BYD와 같은 신생 브랜드의 경우 그 리스크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 렌터카 업계는 전기 렌터카 도입에 있어 가성비와 안전성이라는 변수 사이에서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BYD 등 중국 전기차 도입 여부 역시 이 변수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당장은 전기 렌터카를 통 한 수익 가시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지만, 향후 배터리 안전성 검증과 중고차 가치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다면 국내 렌터카 업계의 전기차 전략도 보다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도입 증가율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가 화재 위험성인데 이러한 우려가 줄어들수록 전기 렌터카 증가율은 자연스럽게 다시 회복될 것이며 중고차량 가격도 시장 선호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특히 렌터카 업계가 가성비를 고려할수록 저가의 중국산 전기차 도입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