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SG기준원, 이미 환경 부문에 생물다양성 포함자연자본 공시 국내에도 확산…환경부, 지원연합 출범ESG등급, 기업 신용등급·타인자본에 미치는 영향 '쑥'
자연자본 관련 재무 공시 협의체(TNFD)는 2023년 9월 최종 권고안을 발표한 이후 산업별 공시 지침을 확정해 나가고 있다. TNFD는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가 기업의 재무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국제 협의체다. 아직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올해 전 세계 502개 기업과 금융기관이 TNFD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보고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TNFD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거나 부분적으로 참여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기업들이 TNFD의 확산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생물다양성 등 환경 리스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생물다양성이 새로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업이 자연자본 손실에 대응하지 않으면 기업의 경쟁력과 투자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향후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유럽 등에서는 이미 내년부터 규모가 큰 상장 기업을 시작으로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공시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국내에서도 관련 데이터 공시가 의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AI일러스트)
한국 자연자본 공시 지원연합 출범…생물다양성 중요도 '쑥'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미 국내 기업 25곳이 자연자본 관련 재무 공시 협의체(TNFD) 포럼에 가입을 완료했다. 자연자본 공시는 기업이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재무적으로 평가하고 관리 방안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로 2021년 6월 설립된 TNFD를 통해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 자연자본 공시에도 생물다양성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환경부는 지난달 국내 기업들의 실질적인 자연자본 공시 활동을 돕기 위해 '한국 자연자본 공시 지원연합'이 공식 출범시키기도 했다.
앞서 글로벌 ESG 공시기준을 만들고 있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도 최근 생물 다양성과 인적자원 및 공급망 인권 부문을 S3, S4 공시기준의 우선순위로 논의해왔다. 이미 한국 ESG기준원은 환경 부분에 생물다양성을 포함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 등을 포함한 자연자본 공시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중요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감염증 확산과 그린뉴딜 정책 등으로 ESG가 주요한 투자 트렌드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평가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지난 2020년 6월에는 한국신용평가가 국내사 중 처음으로 ESG채권 인증 방법론을 내놓았다. 이어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ESG 채권' 평가를 시작했다. 지난 2022년에는 NICE신용평가가 ‘기업 ESG평가’ 평가방법론을 발표하고 기업 ESG평가 시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신용평가사 3곳 모두가 진행하고 있는 'ESG 채권' 평가와 달리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당 회사의 전반적인 ESG경영활동을 분석해 등급이나 점수를 제시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현재에는 ESG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대다수다. 회사 전반의 ESG 요소를 점검하기보다는 해당 자금을 사용할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ESG 등급을 평가하는 실정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ESG평가는 재무 등과 달리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나 완전히 독립적이라고도 볼 수 없다"라며 "ESG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가 늘어남에 따라 ESG관련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환경부)
ESG등급, 중견 이상 기업 신용등급과 타인자본에 영향
실제로 ESG평가등급이 중견 이상 기업의 신용등급과 타인자본비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중소기업금융연구소가 발표한 '기업규모에 따른 ESG 평가등급이 신용등급 혹은 타인자본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중견기업의 경우 ESG 평가등급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경우 타인자본비용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중소기업은 ESG 평가등급 중에서 타인자본비용의 관계와 관련된 부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결제은행(BIS) 바젤위원회에서 환경과 사회적 리스크가 기업가치 평가의 지표로 보고 있어 기업의 자금조달과 위험 관련해서도 ESG경영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자금조달의 프리미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났다. 대기업은 연금기금과 자산운용기금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기 위해 ESG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브랜드 이미지로 인한 영향이 큰 대기업은 환경 혹은 윤리적인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가 높아질수록 매출과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졌다. 중소기업금융연구소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보다 ESG 경영이 기업가치와 위험, 재무적인 성과, 자금조달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신용등급과 타인자본비용에도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봤다.
이 가운데 ESG와 관련된 투자자들의 관심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공개하는 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지속가능연계채권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4월4일까지 누적 상장잔액은 255조3952억원에 달했다. 같은 날 기준 누적금액은 2022년 169조5963억원, 2023년 206조3467억원, 지난해 250조236억원으로 매년 높은 증가률을 보여왔다. 향후에도 이 같은 채권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생물다양성이 ESG평가 요소로 반영된다면 이에 대한 중요도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업들에 대한 자연자본공시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와 관련된 지속가능한 경영전략을 수립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적정 사용 유도와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28% 감축 △하천, 호소 및 연안해역에 대한 수질 관리 강화를 통한 생물다양성에 대한 오염의 부정적 영향 감소 등이 주요 목표로 제시됐다.
이와 관련, 최남수 서정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기후 공시를 이제는 기정사실로 이야기하고 대응하고 있듯이 생물다양성 공시 의무화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생물다양성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기업 경영이 자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자연 기업 경영이 자연에 많이 의존하도 있어 자연을 훼손시킬 경우 기업 경영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으로, ESG경영 시 생물 다영성 문제를 리스크 관리 요소 중에 하나로 보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