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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싱가포르 SPC 설립…최태원식 탄소감축모델 '본격화'
SK·SK이노베이션 등 출자로 신규 계열사 'Planeta Pte. Ltd' 설립
최태원식 EPCM 사업 본격 드라이브…글로벌 시장 공략 시동
공개 2025-04-01 16:22:07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1일 16:2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그룹이 싱가포르에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도사'로 불리는 최태원 회장은 매년 탄소중립을 핵심 경영 화두로 제시해 왔다. 이번 SPC 설립을 계기로, SK(003600)가 그동안 강조해 온 첨단 기술 기반의 탄소 감축 모델(EPCM)이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EPCM은 탄소 감축 기술을 적용해 향후 발행될 탄소배출권을 사전에 거래하는 방식으로, 기술 기반의 감축 프로젝트를 실행한 뒤 그 성과를 탄소배출권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최 회장의 탄소중립 철학과 ESG 경영 비전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SK사옥)
 
탄소중립 숙원사업 구체화…SK, 싱가포르서 ‘기술 기반 탄소배출권 거래’ 시동
 
1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싱가포르 중심에 합작법인 ‘Planeta Pte. Ltd’를 신규 설립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096770)이 각각 114억원, 120억원을 출자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 싱가포르 자회사 프리즘에너지가 각각 38.47%씩 보유 중이다. 이에 따라 Planeta Pte. Ltd는 지난해 연말부터 SK와 SK이노베이션의 신규 관계사로 편입됐다. 관계사는 20~50% 사이 지분을 소유해 유의적인 영향력을 보유할 때 쓰인다. 흔히 계열사로 불리기도 한다.
  
Planeta Pte. Ltd는 탄소배출권 거래 사업을 목표로 설립됐다. 특히 SK그룹이 주력으로 추진 중인 EPCM 사업 개발을 집중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EPCM은 기존 자연 기반 감축(조림 등) 방식에서 벗어나, 위성 관측, AI 분석,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탄소 감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검증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감축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탄소배출권(크레딧)을 발행하고, 탄소를 배출한 수요 기업이 이를 미리 구매한다. SK 측에 따르면 공급자인 기술 기업은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자금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고, 수요자인 배출 기업은 사전 구매한 크레딧으로 탄소를 상쇄함은 물론 향후 매매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주요 자회사와 함께 SPC 형태로 지난해 초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했다”며 “설립 초기라 EPCM을 당장 추진하기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단계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최태원 SK그룹 회장)
 
'ESG 경영 전도사' 최태원 회장 ‘EPC’ 모델 본격화
 
이번 법인 설립은 최 회장의 숙원 사업이자 SK가 추진해온 탄소 감축 로드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최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SK그룹은 '넷제로' 체제를 준비 중이다. 이에 2030년까지 전 세계 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인 2억톤을 줄인 후 2035년을 전후로 SK의 누적 배출량과 감축량이 상쇄되는 탄소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2027년부터 본격적인 배출권 판매 수익이 발생하고, 2040년까지 탄소 가격이 톤당 100달러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그룹은 이에 대비해 비즈니스 모델을 선제적으로 재편하고 탄소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준비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법인 설립으로 최 회장이 지난 2022년부터 강조했던 ‘환경 보호 크레딧(EPC)’ 사업을 구체화해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EPC란 향후 탄소 감축 효과를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로, 사회성과 인센티브 시스템과도 연계된다. SK는 해당 모델을 통해 연간 약 2억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술 기업 및 협력사의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탄소 중립은 SK의 미래 먹거리”라면서 “탄소 배출권 거래는 현재 발생한 탄소가 거래 대상이지만 EPC를 활성화하면 기업은 약속한 탄소 감축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게 되고 투자자는 미래 수익을 기대해 이런 기업에게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설립 지역을 싱가포르를 결정한 것 역시 지리적, 경제적 이점이 높다는 데 있다. 세계 탄소 배출량의 60%가 집중된 아시아는 탄소배출권 수요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는 낮은 법인세율(17%), 해외 소득 면세 혜택, 외환 자유도 등 기업 친화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또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 글로벌 탄소배출권 거래소인 클라이밋 임팩트 익스체인지(CIX)를 개설하는 등 아시아 탄소시장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와 글로벌 시장을 잇는 교두보로 적합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그룹 내에서 LNG 구매와 해외 트레이딩 사업을 수행하는 자회사 프리즘에너지의 본사 역시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있어 사업 실행 측면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는 가격 변동성, 사재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균형 등 여러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SK는 기술 기반의 감축 솔루션을 통해 문제를 해소하고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SK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탄소 중립은 전사차원을 넘어 앞으로 시대가 당면해야 할 과제"라며 "SK이노베이션, SK E&S 등 관련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탄소 넷제로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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