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롯데건설이 서울 잠원동 사옥 매각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롯데그룹의 전폭적 지원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안정화를 위한 펀드를 조성하는 등 위기가 진화되는 듯 보였으나, 이 같은 대규모 자산 매각 결정은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롯데건설 본사.(사진=뉴시스)
사옥 매각 나선 롯데건설…‘1조 유동성’ 확보 나선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현재 본사로 사용 중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옥과 해당 부지 매각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최근 부동산 컨설팅 기업과 주요 회계법인 등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사옥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50-2에 위치해 있다. 대지면적 9949㎡ 부지에 연면적 1만6653㎡,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조성돼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1980년부터 이 건물을 본사 사옥으로 사용했다.
시장에서는 사옥 부지와 건물 매각시 롯데건설이 약 5000억원 수준의 현금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회사는 수도권과 지방 소재 창고 부지, 사업 부지, 민간임대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지분 등 자산 매각을 통해 1조원 안팎의 유동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롯데건설 측은 이번 사옥 등 자산 매각 행보가 ‘유동성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유동성의 시급한 확보가 목적이 아닌,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의 자산 매각”이라면서 “잠원동 부지의 단순 매각이 아니라 자체 개발,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등 다양한 옵션을 두고 수익성 극대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 매각 이후의 롯데건설…올 1분기 ‘재무 성적표’는
롯데건설 잠원동 사옥의 실제 매각까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통상 기업 등이 부동산 자산 매각을 원하는 경우 먼저 부동산 매각자문사를 선정하기 위해 RFP를 발송하고, 선정된 자문사가 약 3개월간 컨설팅을 마친 후 매각 작업에 착수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롯데건설이 RFP 발송 단계에 그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매각자문사로 선정된 부동산 컨설팅 기업, 회계법인 등이 수요 조사를 위해 주요 자산운용사들에게 ‘티저레터’를 발송하는데, 아직 롯데건설의 잠원동 사옥에 관한 자료를 수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롯데건설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17.1%, 총차입금의존도는 28.7%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말(부채비율 235.3%, 총차입금의존도 32.7%) 대비 각각 개선된 수준이다. 아울러 같은 기간 회사는 8621억원 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올해 한층 개선된 재무건전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매 분기 지속적으로 부채비율이 감소해 왔고, 아직 집계 중인 지난해 4분기에는 200%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오는 2026년에는 약 150% 수준의 안정적인 부채비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034950)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약 5조7000억원까지 치솟은 롯데건설의 도급사업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지난해 11월 3조1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지난 2023년 광주중앙공원, 지난해 오산 양산, 의정부 나리벡 등 주요 프로젝트의 본PF 전환에 성공한 영향이다. 또한 지난해 3월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과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정밀화학(004000), 롯데물산, 호텔롯데, 롯데캐피탈) 등이 참여한 2조3000억원 규모 PF 유동화증권 매입을 위한 펀드 조성 역시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경감에 큰 역할을 맡았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기성이 본격화된 프로젝트의 분양 성과와 준공 프로젝트의 순차적인 대금 회수 등을 감안할 때 재무부담이 추가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