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환율 역풍에도 순이익 급증…왜?
지난해 고환율에 외화환산손실 3707억원 기록
유류비 단가 이하로 영업이익 늘면서 손실 상쇄
올해 저유가 지속에 고환율 부담 방어 지속 전망
공개 2025-02-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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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환산손실 3707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절반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하락으로 당기순이익 이전 단계인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하면서 외화환산손실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는 달러로 항공기를 구매하기 때문에 외화 차입금이 많아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 차입금 상환 부담도 커진다. 유류비도 환율 상승 영향을 받지만, 지난해 유류비 단가 하락 폭이 환율 상승보다 더 컸기 때문에 유류비 증가 폭이 최소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고환율에 외화 차입금 등 비용 증가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누적 외화환산손익은 -3707억원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직전 연도 누적 외화환산손익(-344억원)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외화환산손익이 음수인 것은 외화환산이익보다 외화환산손실이 더 큰 것을 의미한다. 외화 차입금이 늘어난 가운데 환율이 상승한 탓에 외화환산손실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외화환산손실은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외화 부채를 결산 시점 기준 환율로 평가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이다. 가령 기말 외화 차입금이 100만달러가 있는 상태에서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른다면 외화 차입금의 평가액은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뛴다. 이 경우 차입금의 원화 환산 액면가가 10억원 증가하기 때문에 외화환산손실 10억원이 발생한다.
 
대한항공의 순외화 차입금은 신형 항공기 도입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의 순외환차입금은 35억달러로 직전연도 말(27억달러)보다 8억달러가량 증가했다. 아울러 환율도 상승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14%로 2023년 상승률(2.4%)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외화환산손실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외화환산손익은 미실현 손실이기 때문에 실제 현금이 나가는 돈은 아니지만,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향후 상환일에 외환차손을 기록하면서 실제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하반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환율 상승은 외환 관련 비용 증가로 인해 순이익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다만, 대규모 외화환산손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한항공 당기순이익은 별도기준 1조4167억원으로 직전연도(9168억원)보다 5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닜다. 이는 유류비 단가 하락 폭이 커지면서 영업이익부터 전년보다 크게 개선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한항공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조9446억원을 기록해 2023년(1조5869억원)보다 22.5% 늘었다. 여기에 항공기 매각 등도 당기순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유가 하락이 비용 부담 방패 역할
 
항공업계에 따르면 수익성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유류비다. 대한항공의 전체 매출 원가에서 유류비의 비중이 3분의 1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유가가 하락해 유류비 부담이 줄어든다면 원가 부담 완화로 영업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조6045억원을 유류비로 지출했다. 직전연도 유류비 총 지출금액(4조4571억원)에서 3.3% 증가했는데, 운항 편수와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비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 연료 소모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으로 유류비 증가폭이 최소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연료 소비량은 2023년 대비 증가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총 ASK(항공기 총 운항거리와 공급 좌석의 곱)은 883억4300만km로 전년대비(780억5300만km) 13.2% 증가했다. 운항거리가 증가하면 연료 소모량은 늘어난다.
 
또한 대한항공이 연료 구매에 적용된 환율도 9%가량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에 반해 국제 유가는 2023년 하반기 이래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료비 단가가 23%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유가의 하향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항공이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주요 기관들의 유가 전망을 종합한 결과 고유가보다 저유가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을 2조1630억원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외화 차입금 관련 부담에도 불구하고 순이익도 지난해 1조3470억원에서 올해 1조467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항공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가 비중이 큰 까닭에 유가 단가 하락으로 수익성 개선이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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