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에 대해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사우디 등 해외 현장에서 잠재적 리스크를 대규모 손실로 반영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어닝 쇼크 사례에서 촉발된 모습이다. 삼성E&A와 한화 건설부문 등 중동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건설사들도 이 같은 전례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IB토마토>는 주요 건설사들이 수주한 해외 건설 사업의 건전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각 현장의 리스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데다 역대 최대 규모 수주까지 달성한
삼성E&A(028050)의 중동 프로젝트 공사미수금 회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비록 소액이지만, 일부 매출채권에서 손실이 반영되고 있는 탓이다. 중동뿐 아니라 최근 동남아시아 현장에서도 14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해외 프로젝트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E&A 본사.(사진=삼성E&A)
공사미수금 2.3조원 달해…중동 프로젝트 다수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E&A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공사미수금 규모는 2조3025억원에 달한다.
약 2조3000억원 규모 공사미수금 중 평택 고덕캠퍼스 △P3 프로젝트 7918억원 △P4 프로젝트 1803억원 등을 비롯해 △미국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191억원 △기흥 삼성전자 NRD-K 프로젝트 2577억원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SBL P5 3477억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사우디 ‘APOC PDH/UTOS 프로젝트’에서 572억원의 공사미수금이 발생했고, 1583만원을 손실충당금으로 반영했다. 카타르 ‘라스 라판 정유시설 프로젝트’에서도 미수금 462억원, 손실충당금 1278만원이 발생했다. 사우디 ‘아람코 HUGRS 프로젝트’도 170억원, UAE ‘ADNOC 정유시설’에도 2410억원의 공사미수금이 각각 존재한다.
사우디 ‘APOC PDH/UTOS 프로젝트’(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공정률 90.3%)와 ‘아람코 HUGRS 프로젝트’(98.7%), UAE ‘ADNOC 정유시설’ 프로젝트(98.1%) 등의 경우 계약 만기가 지난해까지였다. 다만,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사업보고서상 아직 준공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E&A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준공이 예정됐던 프로젝트 공사미수금의 경우 아직 발표되지 않은 4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정확히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해당 프로젝트들의 미수금 규모로 미뤄봤을 때 기성에 대한 발주처와의 지급·수령 시점 차이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E&A는 아람코로부터 수주한 ‘자푸라 GPF 프로젝트’ 역시 수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1년 11월 이 공사를 1조6396억원에 수주한 바 있다.
현대건설(000720)과 현대엔지니어링도 1조2215억원 규모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 이 프로젝트에서 약 2000억원 규모 손실을 반영했다.
삼성E&A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당사가 수행 중인 ‘GPF 프로젝트’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는 발주처만 같을 뿐, 별개의 프로젝트”라면서 “발주처인 아람코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실 반영에도 영업이익 목표치 상회…호실적 계속될까
삼성E&A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9조9666억원, 영업이익 9716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10조62459억원) 대비 6.2%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2% 줄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매출 2조5785억원, 영업이익 2958억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시장 컨센서스(1943억원)를 크게 상회했다.
다만 회사는 지난해 4분기 태국에서 수행 중인 ‘타이오일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발주처인 'Thai Oil'이 계약이행보증 청구권(본드콜)을 행사해 보증금 발급 은행에 구상금을 지급했다. 기존 프로젝트 종료 시점은 지난 2022년 말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5년으로 준공 기한이 연장됐다. 이 같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에 발주처가 본드콜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구된 금액은 전체 보증금액의 약 86% 수준인 1464억원으로 삼성E&A에서 888억원, 태국 현지법인에서 576억원을 각각 지급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태국 타이오일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구상금 비용은 대부분 영업외비용으로 처리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라면서 “그럼에도 기본설계(FEED)와 설계·조달·시공(EPC) 현장에서 도급액 증액이 이뤄지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삼성E&A는 올해 경영 목표로 신규 수주 11조5000억원, 매출 9조5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실적(신규 수주 14조4000억원, 매출 9조9666억원, 영업이익 9716억원) 대비 보수적인 목표치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록한 ‘역대급’ 실적에 비해 올해는 발주 물량 감소가 예고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경영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라며 “지난해 수주 프로젝트의 매출은 오는 2026년부터 본격 발생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