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IPO 지연 속 기업가치 폭락…나스닥 상장으로 엑시트 노리나
기업가치 10분의 1 이하로 '뚝'
스팩 통한 우회상장 가능성 제기
공개 2025-02-0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5일 12: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컬리의 기업가치가 한때 약 4조원으로 평가됐으나, 최근 10분의 1 수준인 3500억원대로 떨어지며 투자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IPO가 늦어지면서 투자회수 계획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스펙(SPAC)을 통한 미국 나스닥 우회상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에 투자한 주요 사모펀드(PEF)로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 힐하우스캐피탈 등이 있다. 대부분 외국계 자본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UTC인베스트먼트, SK네트웍스, 캡스톤파트너스 등 국내 투자사들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컬리
 
2024년 3분기 기준 컬리 지분 구조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569만5915주(13.49%)를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힐하우스캐피탈은 419만4020주(9.93%),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 359만5831주(8.51%),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 358만8678주(8.50%), 아스펙스캐피탈 299만1800주(7.08%), 김슬아 대표 240만2153주(5.69%) 등이다.
 
특히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컬리의 제3자 배정 방식의 기명식 전환주 유상증자를 통해 주당 6만6148원에 지분을 추가매수했다. 당시 컬리의 기업 가치는 2조9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다만 컬리가 2023년 영업흑자를 내지 못하면 전환주식의 전환비율이 조정되는 옵션을 통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신주 단가는 3만5829원으로 리픽싱됐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해당 옵션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었지만 컬리의 기업 가치는 하락하는 중이다. 
 
기업 가치, 4조원에서 3500억원으로 '뚝'
 
이날 기준 컬리의 기업 가치는 장외시장에서 3500억원가량으로 평가된다. 한때 주당 10만원 안팎으로 거래되던 주식이 최근에는 8000원 정도로 떨어졌다.
 
컬리는 지난 2021년 총 2500억원(주당 10만원) 규모의 프리IPO를 유치, 국내외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이끌어내면서 몸값이 4조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새벽배송(샛별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7년 간(2015~2021년) 누적 적자는 4952억원으로 이듬해 글로벌 증시까지 침체되면서 기업 가치는 걷잡을 수 없이 하락했다.
 
컬리 투자자들은 투자회수(엑시트) 방법으로 IPO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폭락한 기업 가치로 인해 가까운 시일 내 상장 가능성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대주주로 올라선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 원금을 지키기 위한 컬리의 지분가치 하한선은 2조8000억원으로, 최소한의 몸값은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컬리는 떨어진 밸류에이션을 회복하기 위해 구독형 멤버십 할인 혜택을 강화하고, 주력 서비스인 새벽배송 적용 범위를 충청·영남·호남·제주도 등으로 넓히는 등 퀵커머스 사업도 확장 중이다. 이 외에도 자동화 설비를 통한 유통 효율을 높여 인건비를 낮추는 데 성공했고, 원가가 낮은 포장재를 사용해 비용을 줄였다. 최근에는 식품 대비 마진이 3배 이상 높은 화장품 판매 등에 주력하면서 지난해 1분기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스닥 우회상장 가능성도…"기업 가치 회복 우선"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컬리가 기업 가치 회복에 성공하더라도 국내 IPO보단 스팩을 통한 미국 우회상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선 고평가 논란에 이미 유니콘 기업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데다 사실상 기관투자자들의 실패를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초 컬리는 2021년 IPO를 준비하면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앞서 경쟁사인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고, 경영권 방어에도 용이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김범석 쿠팡 의장은 클래스 A 보통주 대비 29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가진 클래스 B 주식을 통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전체 주식의 9.7%에 해당하는 1,700만주를 매각하며 약 5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로 인해 지분율은 9.77%로 감소했지만, 의결권 비율은 여전히 73.7%에 달해 경영권 방어와 함께 성공적인 엑시트(투자 회수)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컬리는 쿠팡과 달리 국내 증시로 방향을 틀었고, 아직까지 상장을 하지 못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상장 유치를 위해 상장 규정까지 완화하면서 러브콜을 보냈지만,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과대평가 논란과 경영권 문제 등으로 실패했다. 한국거래소가 컬리에 외국계 주요주주의 락업 기간을 2년 이상으로 늘리라고 요구하는 등 외국계 자본의 소위 ‘먹튀’ 방지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컬리는 우선 기업 가치 회복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김슬아 대표의 불안한 입지와 관련해서도 당장 외국계 사모펀드의 경영 간섭이나 압박은 없다고 밝혔다.
 
컬리 관계자는 “김슬아 대표와 관련한 논란은 근거 없는 풍문일 뿐, 해외 사모펀드를 비롯한 주주들의 압박이나 경영 간섭은 실제로 없다”며 “상장과 관련한 여러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당장 IPO 계획은 없고 기업 가치 회복에만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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