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회사의 바이오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약사는 신약 개발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바이오기업은 재무구조 개선의 효과를 기대하는 등 양측 모두 이점을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제약사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인수된 바이오기업 이사회에 합류하며 경영 참여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제약사의 경영 참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바이오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이사회에 참여한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바이오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동구바이오제약(006620)의 조용준 대표이사가 최근
큐리언트(115180)의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올초 동구바이오제약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큐리언트의 최대주주에 오른 이래로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한 첫 움직임이다. 본격적인 큐리언트의 경영 궤도에 진입한 동구바이오제약은 실적과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재무적 지원을 논의하며 '윈-윈 관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진=동구바이오제약)
큐리언트 이사회 입성한 조 대표…신약 개발 '한걸음'
21일 동구바이오제약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큐리언트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조 대표가 이사회에 합류하며, 동시에 의장에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주주총회에서 큐리언트의 이사회 정원을 최대 5인에서 7인으로 늘렸으며, 조 대표와 함께 이병걸 동구바이오제약 상무와 마영민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 대표도 이사회에 입성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이 신약 개발 강화를 목적으로 올해 초 큐리언트의 최대주주에 오른지 5개월 만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 1983년 설립된 개량신약 중심 기업이다. 개량신약은 타사에서 판매하는 신약을 기반으로 제형을 변경하거나 약효를 강화해 생산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구바이오제약은 임상 3상에 대한 업력은 풍부하지만, 임상 초기 단계에 대한 경험은 부족한 상태다.
실제 반기보고서에 나온 주요 파이프라인 현황을 보면 개량신약이 주를 이룬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시판 제품을 포함해 총 10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바이오 신약인 NCP112(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제외한 9개의 파이프라인은 모두 개량신약으로 구분된다.
올해는 큐리언트를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면서 신약 개발 강화에 나섰다. 지난 4월 동구바이오제약이 큐리언트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1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이에 지난 5월17일 큐리언트의 최대주주는 재단법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 1인(지분율 4.94%)에서 동구바이오제약(8.09%)으로 변경됐다.
동구바이오제약이 큐리언트에 기대를 건 이유는 뚜렷하다. 큐리언트의 주력 파이프라인 'Q901(CDK7 저해제)'을 중심으로 성장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Q901은 CDK7의 저해를 통해 DNA 손상 복구 매커니즘에 관여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퍼스트 인 클라스(First-in-class) 표적항암제다.
업계에서는 Q901이 가장 빠르게 기술이전(License Out, L/O)을 실행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으로 보고 있다. MSD가 개발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와 병용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모이면서 기술이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신지훈 LS증권 애널리스트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키트루다에 대해 ADC 무반응 및 내성 환자에 대한 해결책이나 ADC와의 병용 시너지를 가진 약물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큐리언트는 단독뿐만 아니라 키트루다, ADC와의 병용 개발 전략을 추진 중이며 특히 Q901은 RP2D 선정 중으로 ADC 병용을 통한 기술이전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큐리언트의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Q203(텔라세벡)'에 대한 기대도 크다. 텔라세벡은 큐리언트가 한국파스퇴르연구소로부터 기술도입(License In, L/I)한 결핵치료제다. 동구바이오제약 측에 따르면 텔라세벡은 현재 TB Alliance가 호주에서 브롤리궤양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호주에서 지난 7월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해 올해 말까지는 투약을 완료할 예정이다.
동구바이오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텔라세벡은 한달 단독 투여로 브룰리궤양 임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결핵보다 빨리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Q901과 관련해) 이번 임상 2상 시험을 통해 임상3상 권장용량이 결정되면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MSD와 공동 개발), TOP1i-ADC와의 병용요법(NCI와 공동개발) 그리고 유방암에서 항호르몬제와의 병용요법 임상시험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빈번히 관리종목 지정 노출된 큐리언트…재무적 지원 '계속'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를 걸고 이사회 입성까지 완료한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는 최대주주로써 큐리언트 실적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큐리언트는 부진한 수익성이 이어지면서 빈번히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 노출돼 왔기 때문이다.
큐리언트는 지난 2016년 2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신약개발 전문 기업이다. 퍼스트 인 클라스 신약 후보 물질을 활용한 기술이전을 수익 모델로 삼다 보니 매출 동력을 찾기 쉽지 않았다.
앞서 큐리언트는 관리종목 지정에 대한 모든 기술 특례 유예기간이 만료된 직후인 지난 2021년 매출 부진으로 인해 거래가 정지됐던 바 있다. 관리종목 요건 중 '매출액 30억원 이상'에 대해 기술 특례 기업은 5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종료된 바로 다음해인 2021년 1분기보고서에서 매출액 3억원 미만이 확인됐고, 같은해 5월14일 거래가 정지됐다.
경영 개선 기간 동안 큐리언트는 의약품 유통 기업인 에이치팜을 인수해 경영정상화 작업에 집중했다. 이에 2021년 사업보고서에선 49억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2022년(85억원)과 지난해(90억원)까지 외형성장을 이뤘다. 올해 상반기에는 41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면서 직전연도 동기(44억원)보단 규모가 줄었지만, 30억원 요건은 충족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에 적용될 상황에 직면하면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 관리종목 사유 및 퇴출 요건에 따르면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한 경우가 최근 3년간 2회 이상(기술성장기업 3개 연도 미적용)'이 있다.
유예기간인 종료된 직후인 2019년 큐리언트의 법차손 비율(법차손/자본총계*100)은 130.61%에 달했다. 이후 2020년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36.47%까지 낮췄고, 2021년에도 44.17%에 그쳤다. 그러나 2022년 다시 77.18%까지 솟았다. 지난해에도 법차손 비율은 44.49%에 달했다.
법차손 요건 탈출 관건은 올해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큐리언트의 법차손 비율은 25.38%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실적 여부에 따라 50%가 넘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3년간 2회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안정적인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하반기에도 상반기(129억원)와 비슷한 규모의 법차손이 발생한다면 260억원으로 단순 계산된다. 상반기 자본 구성에 올해 7월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유입된 자본총계 80억원을 반영해 계산하면 법차손 비율은 44.07%에 이른다. 하반기 손실 폭이 상반기보다 조금이라도 커진다면 관리종목 지정에 들어갈 수 있다.
다행히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유동성 자금은 넉넉하다. 올해 상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456억원이다. 특히 같은 시점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각각 1308%, 9.1%로, 적정 기준(200% 초과, 100% 미만)을 충족한다.
동구바이오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하반기 실적 등 수치가 좀 더 가시회되면 법차손 등 재무상황에 대한 구체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큐리언트의 실적,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재무적 지원의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