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3년 연속 적자 위기…재무구조 악화에 자금조달 비상
상반기 순차입금 1조9748억원·부채비율 346%
1000억원 회사채 발행서 960억원 '미매각' 발생
업황 악화 심각 수준 평가…수익성 회복 더딜 듯
공개 2024-10-2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2일 15:1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여천NCC가 올해까지 3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조달도 어려운 실정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주관 증권사들이 물량을 떠안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여천NCC는 원가 절감과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 나가겠다는 방침이지만, 단기간 내에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사진=여천NCC)
 
2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영업적자 기조 이어져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여천NCC는 지난 2022년부터 3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여천NCC의 매출은 6조8569억원을 기록해 최근 5년 내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38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직전연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매출과 영업손익 각각 5조4348억원, -2388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매출 3조1295억원을 낸 반면 60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김혜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중국의 석유화학 관련 신증설에 따른 공급 부담과 글로벌 경기 부진 영향으로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 약세가 지속된데다 유가가 하락한 결과”라면서 여천NCC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이유를 진단했다.
 
특히 여천NCC는 2022년과 지난해 유지보수 목적의 경상투자 부담이 완화되고 배당금을 미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가 발생하면서 차입부담이 확대됐다. 올 상반기 실적이 조금은 나아지면서 영업현금흐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유가 상승에 따라 운전자본이 확대됐다. 이로 인해 잉여현금흐름(FCF)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면서 제반 투자 지출을 감당하기 부족한 상황에 다다랐다.
 
이에 따라 2021년 1조5507억원이었던 여천NCC의 순차입금은 2022년 1조7561억원으로약 2000억원 가량 늘어났고, 지난해 1억8736억원, 올 상반기에만 1조9748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기준 여천NCC의 차입금의존도는 55.9%에 달하며 부채비율 역시 346%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000억원 모집에 고작 40억원 주문 
 
이러한 가운데 최근 여천NCC는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대규모 미매각 사태를 겪었다. 여천NCC는 지난 10일 진행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년물 700억원에 30억원, 3년물 300억원에 10억원이라는 저조한 주문을 받았다. 발행 수익률이 각각 5.5%, 5.8%로 책정돼 비교적 높은 고정금리가 보장됐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한 것이다. 이는 올해 6월 여천NCC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석유화학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 속에서 증권사들도 상당한 리스크를 안게 됐다. 이번 미매각 사태로 인해 여천NCC의 공동대표 주관사로 나선 키움증권(039490)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가 해당 물량을 떠안게 됐다. 이들은 2년물에서 134억원, 3년물에서 58억원을 각각 부담하게 됐다.
 
여천NCC는 이번에 조달한 1000억원 전액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중 상당 부분은 GS칼텍스의 나프타 구매 대금으로 사용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원료로 여천NCC의 생산 활동에 필수적이지만, 업계 전반의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으로 인해 이들 제품의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다.
 
여천 NCC의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여천NCC가 단기간 내에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석유화학 업황 자체가 장기적인 침체를 보이고 있어, 시장 수요 회복과 가격 반등이 없는 한 회사의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와 차입금 상환 압박은 회사의 자금 운용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천NCC는 자체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업황 악화를 극복해내겠다는 방침이다. 여천NCC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 수익구조 상 신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이익개선활동이나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특히 원료 구매처 등 공급망 다변화와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천NCC 이러한 노력이 수익성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혜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해에도 업황 회복이 저조한 상황이다. 부타디엔과 방항족 등 일부 제품 스프레드가 반등하면서 적자폭을 축소시켰지만 여전히 에틸렌 등 주력 제품의 경우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과 증설부담 등으로 손익분기점 이하의 마진 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자급률 상승, 저성장 기조 지속 등에 따른 수급 여건을 감안할 때 수익성 반등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