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석유화학)②탄소 감축 기술 혁신 가속…인허가 문제는 여전
석유화학 업계 전체 산업군 온실가스 배출량의 18% 차지
탄소 포집 및 저장 등 활용 기술에 업계 주목
신기술 인허가 과정 복잡…소비자 오해도 '난관'
공개 2024-10-18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18:3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파리협정에 따른 국가별 탄소 중립 목표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와 같은 고탄소 배출 산업은 직접적인 탄소배출 규제 대상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는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우리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가 탈탄소를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책적으로나 전략·기술적으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등을 알아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탄소 배출량이 특히 높은 산업군으로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넷제로' 목표 달성에 있어서 필수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장 설립을 위한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기술적 난관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기업들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혁신을 통해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며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석유화학 업계, CCUS 및 탄소저감 설비 적극 도입 
 
16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석유화학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4690만톤에 달해 전체 산업부문 탄소배출량 중 17.9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 산업이 원유 및 가스를 주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넷제로는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목표를 뜻한다. 이 목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극적으로 줄여,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데 중점을 둔다. 석유화학 업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CCUS 기술,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바이오 기반 화학제품, 재활용 플라스틱 등의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CCUS 기술은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이를 다른 산업에서 재활용하는 기술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금호석유(011780)화학은 여수에 이산화탄소 포집 및 액화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이 플랜트는 열병합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포집해 이를 탄산으로 전환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플랜트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051910)은 지난 2022년 독자 기술로 국내 최초의 탄소저감 설비를 구축했다. 이산화탄소와 부생가스를 활용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DRM(메탄건식재질) 설비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줄였으며, 동시에 주요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또 LG화학은 여수 앞바다에 '잘피 서식지 복원' 사업을 통해 연간 약 780대의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흡수하는 친환경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탄소 감축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재생에너지 활용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화학제품 개발 및 친환경 에너지 사용이 점점 중요해지며, 석유화학 기업들이 RE100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으로, 많은 기업들이 2050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011170)은 ‘Green Promise 2030’이라는 ESG 전략을 기반으로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케미칼은 한국수자원공사와 협력해 경남 합천댐에 20메가와트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연간 2만6618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해 약 1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를 통한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009830)도 태양광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한화큐셀은 미국 워싱턴주에서 142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PSE(Puget Sound Energy)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수익구조 최적화에 성공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을 통한 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소비자 인식 제고, 정부 지원 '필수적'
 
이와 같은 기술 혁신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업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CCUS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포집하고 활용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공장 설립을 위한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 그린 수소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바이오 기반 화학제품 생산 역시 더 많은 기술적 진보와 소비자의 인식 개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우리 회사의 경우 CCUS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합작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건설했는데, 발전소에서 탄소 포집을 하려고 하니 발전소에는 발전 관련 공장만 건설이 가능하고 탄소 관련 시설은 해당이 되지 않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의 1년 가까이 걸리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리사이클링 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비싼 경우가 많은데 이는 리사이클링에 투입되는 비용이 처음 만들 때보다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러한 점을 이해하지 못해 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서 필요한 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다. 값비싼 생산 비용 등을 일부 보전해주고 규제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