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보험업계는 신계약을 하나라도 더 따내려는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됐다. 새 회계기준인 IFRS17 체계서 수익성 핵심 요소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상품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부족한 생명보험 업계는 올해도 단기납 종신보험 영업에 집중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제3보험 쪽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모양새다. <IB토마토>는 생명보험 신계약 현황을 살펴보고 상품 변화 양상과 방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저축성보험 성격으로 판매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보험 상품에서 파생하는 보험료와 보험금 미스매치(부조화)를 악화시키며, 보험부채가 할인율 인하에 더욱 민감하게 만드는 요소다. 다만 여러 문제에도 판매가 불가피한 부분이 있는데 결국 보험사가 자본이나 판매 비중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으로 언급된다.
만기 '미스매치' 단기납, 할인율에 더 민감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신계약 상품은 보장성보험이지만 저축성보험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저축성보험은 개념적으로 지급 보험금의 합계액이 기납입 보험료를 초과하는 상품을 뜻한다. 위험보장 목적도 있지만 저축 기능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기본적으로 무·저해지 기반의 상품이다. 보험료를 낮게 적용하는 대신 가입 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크게 줄어든다. 납입 기간이 종료되면 장기 유지보너스를 지급해 저축성보험 성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보험업계 회계 제도가 IFRS17으로 변경된 이후 단기간 내 보험계약마진(CSM)을 증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품 판매가 활발했던 면이 있다. 다만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험부채 할인율 하락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반적인 부담을 더욱 높이는 게 문제다.
할인율은 보험부채를 현재 가치로 평가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로 올해부터 적용된 경제적 가정 변경에 따라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할인율이 하락하면 보험부채가 커지고, 그 결과 자본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할인율은 자산과 부채 동시에 영향을 주는 것도 있지만 주로 부채에 영향을 주게 된다”라면서 “따지고 보면 고객으로부터 받는 돈과 고객에게 줄 돈의 문제인데, 미스매치가 없을수록 영향이 적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신보험은 만기가 길어 원래 미스매치가 큰 상품인데 단기납은 보험료를 짧은 기간에 다 받기 때문에 미스매치가 더욱 커진다”라며 “단기납 종신보험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는 할인율에 더 민감해진다”라고 말했다.
이는 곧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비율을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뜻한다. K-ICS 비율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은 자기자본 규모가 기본 요소다. 보험부채 변동에 따라 자본 변동성 역시 커지는 셈이다.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측면에서는 금리 위험액이 증가할 수 있다.
판매 불가피 배경도…"통제 가능성 중요"
구조적 한계가 있지만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과거 생명보험사가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할 때와 달리 현재 금리가 오르고 회계 기준이 저축성보험에 불리한 IFRS17으로 바뀌면서 판매 유인이 줄어들었다. 저축성보험은 상품 특징상 보험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는데, 이 부분을 메워줄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본적으로 보장성보험이고 보험료를 몰아받기 때문에 저축성보험의 빈틈을 일정 부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IFRS17 전환기 대응력을 키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러한 양상의 구체적인 영향 관계는 보험사 여건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종신보험 판매량과 단기납 종신보험의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비중, 보험사별 유동성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팔았던 보험 상품과 어떤 상관이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라면서 “종신보험을 비교적 많이 판매했던 보험사가 단기납 종신보험까지 다수 판매했을 경우 보험부채나 재무적 부담 요인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품 판매와 신계약 확보, 신계약 CSM 성장도 결국 영업과 자본구조 안정성이 기반”이라며 “해당 보험사의 관리와 통제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