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소액주주들이 상장사의 주주가 되고 있다. 투자 시장에 진입한 주주들의 관심사는 기업가치 상승, 즉 밸류업을 통해 주주 이익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철강금속업계는 다수의 소액주주보다 최대주주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산업군에 속한다. 이에 다수의 소액주주는 힘을 합쳐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주주들의 관심사가 밸류업인 만큼 앞으로 철강금속업계에도 주주들의 권리 확대 요구 목소리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IB토마토>는 철강금속업계의 밸류업 현황을 점검하고, 주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기업 사례를 통해 철강금속업계가 진정한 밸류업을 이룰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일부 철강금속 상장사들이 최대주주 등의 이익만을 고려한 의사결정으로 인해 소액주주들과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최근 소액주주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업계 상위 기업들이 적극적인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는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권리 요구가 강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업계 내에서는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소액주주와 기업 간의 경영권 분쟁 사례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연강판 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한국철강협회)
최대주주 중심의 경영 ‘경영권 분쟁'으로
11일 철강금속업계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최대주주 중심의 경영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일례로 지난해 매출 1047억원을 기록한 세토피아는 지난해 11월 최대주주 에스에이코퍼레이션으로부터 강남구 대치동 소재 빌딩을 350억원에 양수하기로 한 바 있다. 해당 거래는 세토피아의 지난해 말 전체 자산(725억원)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거래로 2021년 이래로 꾸준히 영업손실 폭이 커진 세토피아에게 부담스러운 거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에스에이코퍼레이션과 세토피아의 대표이사가 서상철 대표로 동일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상철 대표이사는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39.79%)이기도 하다.
최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가운데 세토피아는 지난 4월과 8월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았고, 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이에 지난 9월4일 주주들의 요구로 임시주주총회가 열렸지만, 주주들이 제안한 기존 이사 해임안이 모두 부결되고, 이사회가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가결되며 분쟁이 심화됐다.
세토피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회사 재무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의사결정은 소액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경영과 전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무적으로 무리한 거래는 회사의 재무를 약화시켜 기업 가치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주주의 이익만 고려한 의사결정이 세토피아의 경영권 분쟁을 낳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세토피아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70.32%, 최대주주인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의 지분율은 9.54%로 나타났다.
특히 철강금속업계가 소액주주들이 권리와 이익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최근의 흐름을 잘 읽어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철강금속업계는 사업 대상이 주로 B2B(기업 간 거래)에 집중된 까닭에 업계의 사정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 외부의 시선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에 경영권을 쥔 최대주주 이익에 맞춘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심화되는 경향이다.
업계 내 상위권 기업들은 기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외부에 대한 노출도 잦고 당국의 규제도 강하기 때문에 최대주주 이익에 맞춘 기업 경영 사례가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특히 업계 내 상위권 기업들은 배당 확대, 중간 배당, 차등 배당, 배당 정책 수립 등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실시하는 등 밸류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영이 이뤄지는 추세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주로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주주와 회사 간 경영권 분쟁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공시를 통해 경영권 분쟁 사실을 공시한 철강금속기업은 총 9곳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경영권 분쟁 사실을 알린 기업의 수(4곳)가 2배 이상 증가했다.
다수 주주 밸류업 요구…경영권 분쟁 확대 가능성
향후 철강금속업계에도 주주들의 밸류업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들이 행사하고자 하는 권리와 이익이 다양해지면서 기업에 대한 요구사항도 많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 외에도 배당, 기업의 불투명한 의사 결정에 의견 개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의 권리와 이익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이는 여전히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철강금속 업체의 소액주주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한 철강금속 회사가 최대 주주에게 회사 자금을 대여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절차와 이유, 대여 조건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회사 측은 비밀 유지 의무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주들을 고려하지 않은 의사결정은 향후 기업 가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M증권에 따르면 최대주주 등 경영진과 소액주주 사이에 이해관계의 불일치로 인해 대리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대리인 비용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주주 간 분쟁이 나타날 경우 지속적인 성장이 방해받게 된다.
기업들이 불필요한 경영권 분쟁에 따른 역량 소진을 막기 위해서는 주주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등 주주 권리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보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질 경우 최대주주와 소액주가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해소되면서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