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콘크리트사업부 '영풍파일' 흡수합병…축소된 건설 매출 영향매출 기여 커진 환경사업 '순항'…폐배터리 재활용업 추가 투자SK에코플랜트와 비슷한 구조…신사업 관련 자회사 리밸런싱 가능성
생존을 위한 건설사들의 자회사 포트폴리오 조정이 시작됐다. 쉽지 않은 건설경기 속에서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들의 매각과 편입 등을 통해 건설사 경쟁력을 높이려는 행보가 포착되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전개한 신사업을 정리하고,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알짜 자회사’ 매각에 나서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IB토마토>는 최근 자회사 매각·편입을 시도 중인 건설사들의 사례를 짚어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아이에스동서(010780)가 건설 외 신사업 관련 자회사들의 ‘교통정리’에 착수할 전망이다. 신사업의 경영 효율화를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신사업 투자가 올 들어 마무리된 후 이뤄진 자회사 합병이기에 향후 각 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아이에스동서 본사.(사진=아이에스동서)
PHC파일 제조 기업 영풍파일 합병 임박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자회사인 영풍파일을 30일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두 기업은 지난 7월29일 합병계약을 체결했고, 8월29일부터 이날까지가 채권자들의 이의 제출 기한이다. 이의 제출이 마무리 되는대로 합병이 진행된다.
영풍파일은 아이에스동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고강도콘크리트파일(PHC파일) 제조·판매 자회사다. 지난 2014년 아이에스동서에 인수된 이후 모회사의 콘크리트사업부와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견조한 실적을 낸 ‘알짜 자회사’로 평가받는다.
영풍파일은 2022년 별도 기준 매출 471억원, 영업이익 31억원, 당기순이익 36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소폭 저조한 매출 462억원, 영업이익 10억원, 당기순이익 1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40억원의 순손실을 피하지 못하며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순이익의 하락은 모회사 아이에스동서의 사업과 궤를 같이 한다. 아이에스동서가 시공하는 건설현장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PHC파일을 공급하는 영풍파일의 특수관계자 매출이 함께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신규 착공 현장이 전무하다. 이에 아이에스동서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영풍파일의 매출은 2022년 25억원에서 지난해 2억원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당사 콘크리트사업부문은 PHC파일을 포함해 Ext파일, ICP파일 등을 제조·판매하는데, 최근 운영 현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보다 유연한 의사결정을 위한 결정”이라면서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는 조치기 때문에 별도 자금도 소요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덩치 커진 ‘환경사업’ 효율화도 시작되나
자체 개발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아이에스동서의 특성상 지난해부터 건설사업부문의 매출이 매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구역W’와 경북 경주시 용강동 공동주택 신축공사 등 대규모 사업장들의 준공이 잇따라 완료된 반면, 신규 착공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 건설부문의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 2022년 1조6478억원에서 지난해 1조2846억원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에는 건설부문에서 4776억원의 매출 만을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콘크리트사업부문 매출도 2132억원에서 182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809억원으로 각각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에 회사가 지난 2019년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해 온 환경사업부문의 실적 성장이 절실한 실정이다.
아이에스동서의 환경사업부문은 △건설 폐기물 중간처리 및 최종처리업 △폐배터리 재활용업 등으로 크게 나뉜다.
건설 폐기물 처리업의 경우 콘크리트사업부문과 같이 아이에스동서의 사업장 규모와 맞닿아 있지만, 의존율이 높지 않다. 실제 지난 2022년 4227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4614억원으로 약 400억원 성장했고, 올 상반기에도 2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본격 출범한 폐배터리 재활용업은 매출 성장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858억원의 매출을 처음으로 올렸고, 올 상반기에는 603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같은 환경사업부문의 견조한 성장세로 미루어 볼 때, 아직 투자 계획이 남아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업 관련 자회사들의 ‘리밸런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오는 2025년까지 충북 오창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 관련 토지매입을 진행 중이다. 또 미국과 헝가리, 슬로바키아, 인도네이사 등지에 해외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아이에스동서와 비슷한 시기 친환경 사업에 진출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SK에코플랜트도 투자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관련 자회사들을 합병하는 등 행보를 보였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자회사 합병 당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 효율성 증대’라고 목적을 밝힌 바 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034950) 실장은 “인선모터스에서 아이에스비엠솔루션, 아이에스티엠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폐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면서 “향후 관련 업계 추가 투자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이 변수”라고 분석했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투자를 완료하는 시점에 자회사들의 합병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주 사업인 자체 개발사업을 포함해 신사업 부문과의 시너지를 강화해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