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B 투자서 220억원 유치…총 투자 유치액 290억원 이상인공지능에 필수 아날로그 반도체…향후 반도체 시장 1조달러팹리스 지원 확대 등 정부 정책 관심사 시스템 반도체로 이동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고금리에 VC(벤처투자) 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 관악아날로그가 시리즈B 투자에 성공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팹리스 시장에 대한 투자 시장의 기대감과 관악아날로그의 기술력이 성공적인 자금 조달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최근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대한 중요도가 커지는 가운데 팹리스 업체들에 대한 투자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관악아날로그가 다양한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투자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관악아날로그)
기술력 바탕으로 투자 유치…기업가치도 '상승'
9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관악아날로그는 지난 7월 시리즈B 투자에서 220억원을 유치하며 자금 조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3월 시리즈A 단계에서 70억원을 투자받은 이후 두 번째 자금 조달도 성공적으로 끝낸 것이다.
관악아날로그는 서울대학교 내 산학협력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로 지난 2018년 설립됐다. 관악아날로그는 그간 꾸준히 외부 자금의 성공적 유치를 통해 기술개발에 매진해 왔다. 시리즈B 투자는 사업 초기 단계를 넘어 확장하는 단계에서 주로 유치하는 투자인데 시리즈B 단계에서 유치한 투자는 마케팅 활동 확대 및 연구 개발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번 시리즈B 투자를 살펴보면 이전 단계 투자자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신규 투자자들이 합류했다. 서울대학교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서울대기술지주가 시드(창업 직후) 단계부터 시리즈B까지 꾸준히 관악아날로그에 대한 투자에 참여했으며, 그 외 기존 시리즈A 단계 투자자들도 시리즈B 투자에 참가했다.
이번 시리즈B 투자에는 산업은행·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문 투자사인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JB인베스트먼트 등이 신규 투자자로 들어왔다. 관악아날로그가 속한 팹리스 업계가 투자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관악아날로그의 시리즈B 투자자도 보다 다양해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금리에 VC 시장에서는 시중 금리 이상의 수익률이 기대되는 영역에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팹리스 분야는 투자 시장의 기대감에 투자가 집중되는 분야다. 관악아날로그의 핵심인 아날로그 반도체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를 변환하기 위한 핵심 부품으로 앞으로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에 따르면 복잡하고 불확실한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성장 예측이 어렵지만, 글로벌 반도체 칩 시장은 2020년 4400억달러에서 2030년 1조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적인 투자 유치 실적과 아날로그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관악아날로그는 시리즈B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1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척박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환경에서 독보적 기술력
해외에 비해 국내 팹리스 시장은 척박하다는 평가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반도체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25% 정도의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며, 나머지는 시스템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관련 시장은 작다. 팹리스 분야도 마찬가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50대 팹리스 기업 중 한국 기업은 LX세미콘이 유일하며, 글로벌 팹리스 시장은 엔비디아·퀄컴 등 미국 회사들이 석권하고 있다.
관악아날로그 창립자 김수환 서울대교수(사진=관악아날로그)
척박한 국내 팹리스 환경에서도 관악아날로그는 기술력과 IP(설계 자산)를 바탕으로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행보를 넓히고 있다. 관악아날로그의 창립자 김수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아날로그 반도체 연구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로 현재 관악아날로그가 보유한 아날로그 반도체 관련 IP(설계 자산)는 383개에 달한다.
관악아날로그의 아날로그 반도체는 통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있다. 통신을 통해 디지털 신호를 받아들일 경우 통신 장애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아날로그 반도체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디지털 신호를 전환하기 때문에 통신 장애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아울러 SoC 기술을 통해 여러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시켜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의 팹리스 업계 지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리스·제조시설 등 반도체 업계 전반의 지원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정책 금융·펀드 등을 활용해 지분 투자 혹은 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도 예산을 3423억원 증액한 15조2920억원으로 편성하며, 팹리스 업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신설 및 국내외 대기업과 팹리스 업체 간 협업을 주선하는 지원안도 추진한다. 그동안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자신들의 반도체 설계를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좁았지만,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양산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공지능의 쓰임새가 커지면서 다양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악아날로그의 아날로그 칩셋은 원활한 신호 변환이 가능해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