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만난 배터리)③글로벌 경쟁력 강화 절실…중국산 넘을 수 있을까
한국산 배터리 글로벌 시장서 중국 이어 점유율 2위
대체 에너지 개발 등 기술 혁신 통해 원자재 자급률 확대 필요
공급망 다각화 노력 통해 대외 리스크 분산 필요성도 제기
공개 2024-08-29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7일 17: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가 캐즘(수요 둔화)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배터리업계도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잦은 전기차 화재로 인해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까지 커지면서 캐즘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IB토마토>는 배터리업계의 업황 악화 원인과 대응전략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배터리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저가의 중국산 배터리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원재료를 자체 조달함과 동시에  대량 생산을 통해 배터리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산 배터리가 중국산을 앞지르기 위해서는 배터리 안전성 강화 및 고성능 배터리 개발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원자재의 대체 소재 개발을 통해 원재료 수입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체 소재 개발은 쉽지 않은 문제이며, 경제성 측면에서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각사)
 
한국산 배터리와 중국산의 차별점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온,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등 한국 배터리3사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약 3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 점유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1, 2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산과 한국산 배터리의 차별점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기술력과 품질 △안전성과 신뢰성 △가격 경쟁력 등이다. 기술력과 품질 측면에서 CATL, BYD와 같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데다 안전성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의 주행 거리가 짧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가격 대비 성능을 중요시하는 중저가 전기차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민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사무총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LFP 배터리는 중국이 실질적으로 앞서 있는 상황"이라면서 "CATL이나 BYD 같은 중국 배터리 기업이 세계 배터리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이는 품질 또한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주로 니켈·코발트·망간(NCM)이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생산한다. NCM과 NCA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한국산 배터리는 고성능 전기차에 많이 탑재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위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국과 한국은 각기 다른 시장을 노리고 있다. 중국은 저가형 브랜드에, 한국은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시장을 노리고 있는 두 국가의 배터리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안전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중국의 LFP 배터리는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 저가형 중국산 배터리의 경우 품질 관리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도 중국의 10위권 배터리 업체인 파라시스의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상위권 업체 대비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산 배터리는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LG엔솔의 경우 최근 배터리 안전 기술과 관련해 다수의 특허를 확보하며 기술적 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간혹 발생하는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화재 사고 및 공정 과정에서의 폭발 사고로 인해 ‘완벽하게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산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 생산과 저렴한 인건비, 원자재 자체 조달 등으로 배터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형성해 승부를 보고 있다. 한국산 배터리는 가격이 높지만, 고성능 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특히 주행거리와 성능이 중요한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항구 위원은 "중국의 LFP 배터리의 경우 이미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더 떨어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한국의 NCM 배터리는 리튬 의존도를 줄이면 가격이 더 떨어질 여지가 있지만 아직 이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라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넘기 위해 다각화 노력 필요 절실
 
전문가들은 한국 배터리가 캐즘(수요 둔화)을 이겨내고 중국산보다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각화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먼저, 중국보다 앞선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혁신과 강화를 거듭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고체,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터리들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 거리와 충전 시간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향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니켈 함량을 높이고 코발트를 줄이는 고니켈 배터리(NCM 811 등)와 같은 혁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더욱 향상시켜, 한 번 충전으로 더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화재와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 LG엔솔이 최근 확보한 안전 관련 특허처럼 고온에서의 안전성과 충격에 대한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엄격한 품질 관리도 요구된다. 제조 과정에서의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배터리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로부터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다변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흥시장인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에서의 배터리 수요를 선점하고, ESS와 전력망 배터리 등 다양한 응용분야에서의 시장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니치 시장 공략도 중요하다. 스포츠카, 고성능 전기차, 항공 드론 등 고급 세그먼트에서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맞춤형 배터리를 개발해 시장에서의 차별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민하 사무총장은 "국내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인도나 동남아 등의 신흥시장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물류 부담이 매우 크다"면서 "현지에 생산시설을 세워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 해당 국가들도 타국의 배터리를 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조달 가능한 대체 소재 개발 '관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자체 조달 가능한 대체 소재를 개발해 내는 것이 관건이다.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주로 수입해오는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면 LFP 배터리의 철-인산염 등 대체 가능한 소재 개발에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외리스크로 인한 공급망 변동성을 줄이고 대체 소재 개발을 통해 원자재를 자체 조달할 수 있게 되면 제품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공급을 특정 지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신 공급망을 지리적으로 다변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주요 생산 거점을 분산해 특정 지역의 생산차질이 전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한국 배터리의 공급망 구조는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성이나 각종 규제로 인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위험이 있다.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의 경우 일본과 중국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민하 사무총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대부분의 원자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수입 규제 등의 리스크가 발생하면 한국 배터리 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중국 외 다른 국가로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것과 함께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배터리 핵심 소재의 대체제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항구 위원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소재가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땅을 파 뒤져서 조금씩 나온다고 해서 경제성을 갖추기는 여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치권은 전기차 화재 안전 대책으로 자동차 제조사에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내년 2월부터 시행하려던 배터리 인증제도 오는 10월로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배터리 인증제는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인증제는 배터리가 자동차 및 부품안전기준에 부합함을 인정받으면 국토부 장관 인증을 받는 제도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하기 위해 신축 건물의 모든 지하주차장에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도록 하고, 불의 확산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소방서에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전진 배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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