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망에 뚫린 구멍이 수익성과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횡령 사건으로 돌려받지 못한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한 데다 부당대출도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업대출을 늘렸지만 계속되는 리스크에 리딩뱅크 탈환은 요원한 상황이다.
우리은행 본점.(사진=우리은행)
잇단 횡령사건…내부 통제 '도마 위'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실행된 손태승 전임 회장 관련 대출액은 616억원이다. 총 42건의 대출 중 28건이 부적절하게 취급됐으며, 19건에서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규모로 보면 부적정 대출은 350억원이며, 전체 중 부실 및 연체는 269억원이다.
손 전 회장과 관련된 부당대출 외에도 크고 작은 횡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에서는 3년 연속 횡령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에는 횡령액이 700억원을 넘었다. 이후 우리은행은 본부 조직 감사 기능을 분리해 본부 감사부를 신설하는 등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다음해인 2023년에도 지점 직원이 약 9000만원을 빼돌리는 사건이 재차 일어났다. 올해 밝혀진 것도 있다. 지난 6월 우리은행 직원이 177억원을 대출 사기로 빼낸 사건이다. 이외에도 금융업권에 따르면 지방에서도 손 전 회장 관련 부당 대출이 추가로 밝혀져 우리은행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게다가 횡령액을 돌려받기도 어렵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횡령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은 772억7780억만원이다. 이중 돌려받은 금액은 12억9650억원으로 1.7% 수준에 불과하다. 10년간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액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환수율은 가장 낮다.
끊임없는 내부 통제 잡음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지난 12일 임원회의를 통해 환골탈태를 선언한 바 있다. 임 회장은 이날 “기업문화와 업무처리 관행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횡령액, 실적에 반영…"회수 어려워"
우리은행에서 발생하는 내부통제 관련 문제는 경영 지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험가중자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산은 신용·시장·운영리스크로 구성된다.
이중 운영리스크는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내부 절차 등에 의해 발생하는 손실 위험을 뜻한다. 내부 통제 시스템에서의 금융사고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내부 손실사건 규모가 줄어들수록 운영리스크 자본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손실사건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올 상반기 우리은행의 운영위험가중자산은 17조860억원이다. 지난해 말 16조5354억원 대비 5506억원 증가했다. 지난 6월 밝혀진 횡령과 관련된 운영리스크는 운영위험가중자산에,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건은 신용리스크에 반영됐다. 대출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신용위험가중자산은 위험가중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의 신용위험가중자산은 166조172억원이다. 반년 만에 10조5330억원, 6.8% 늘어난 셈이다. 반면 KB국민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신용위험가중자산은 193조2102억원에서 200조6911억원으로 커졌다. 우리은행의 증가율이 2배 가까이 높다.
위험가중자산 증가는 BIS자기자본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BIS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이기 때문이다. 분자인 자기자본이 일정하다면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커질수록 BIS비율은 악화되는 구조다.
우리은행의 경우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증가했으나, 상반기 BIS비율 악화는 막았다. 지난 6월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 증권으로 보완자본을 확대하는 등 총자본을 앞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6월 말 우리은행의 총자본은 30조3263억원으로 늘었고, BIS비율은 16.13%로 지난해 말에 비해 올랐다.
문제는 횡령건이다. 충당금을 쌓아 비용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회성 비용이라지만 규모가 작지 않다. 대손충당금을 쌓아 비용 처리한 후 회수하면 환입되지만 가능성이 낮다. 2022년 발생한 700억원대 횡령과 관련해 지난 4월 2심 재판부도 피해 회복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해 추징금 등을 선고한 바 있다. 우리은행도 이미 횡령액 중 633억5400만원에 대해서는 회수가 불확실해 전액 손실 처리했다. 지난 6월 180억원 규모의 횡령도 비용으로 처리했다. 사건 피의자가 코인으로 60억원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대손충당금 전입액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가계대출을 비롯해 개인사업자 대출 등을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 추이가 가팔라 대손충당금이 당기순익을 깎아서다. 올 상반기 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 잔액은 1조8782억원으로, 국내분은 1조7997억원, 국외분 784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국외분은 감소한 반면, 국내분이 증가해 대손충당금 총액도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날수록 당기순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은행업권 전체에서 건전성 관리를 유난히 신경쓰고 있는 것도 단순히 건전성을 위한 문제뿐만 아니라 수익과도 연관이 있다. 수익은 리딩뱅크 경쟁에 직결된다.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확대 등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다면 헛일이 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밝혀진 부당 대출건과 횡령 사고 관련 리스크는 위험가중자산에 모두 포함시켰다"며 "6월 횡령건도 비용처리가 완료됐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