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어보브반도체(102120)가
윈팩(097800)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외형은 성장했지만, 본격적인 수익성 확충을 위해서는 당분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어보브반도체는 자사주와 자회사 윈팩 지분을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영업적자가 지속된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화합물 전력반도체를 삼고 매출과 수익성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어보브반도체)
교환사채 발행으로 운영자금 조달·연구개발비 '마련'
13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어보브반도체는 2회차 자사주 교환사채(EB) 100억원, 3회차 윈팩 EB 100억원 총 200억원을 조달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둘 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0.0%로 설정됐다. 만기일은 2028년 8월13일이다.
어보브반도체가 자사주와 윈팩 EB를 각각 발행한 것은 최대주주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주를 일부 남기고, 윈팩 지배력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어보브반도체는 2회차 자사주 EB 발행으로 현금 100억원이 늘어나게 됐지만, 자기 의결권은 다소 축소될 전망이다. 2회차 EB의 경우 어보브반도체가 기존에 보유했던 자기주식 128만1997주(발행주식 총수 1778만753주 대비 7.2%) 중에서 64만7123주(3.77%)를 오는 13일 처분키로 했다. 1주당 교환가액은 1만5453원이며 13일 이후 어보브반도체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63만4874주(3.57%)로 비율이 줄어들 예정이다.
아울러 나머지 100억원은 자회사 윈팩의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삼아 원팩에 대한 지배력 하락이 예상된다. 앞서 어보브반도체는 지난 2021년 12월22일 510억원을 주고 윈팩 주식 2282만7960주(38.31%)를 매입했다. 지난 4월12일엔 윈팩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82억원을 내고 2102만4556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취득 후 어보브반도체가 소유한 윈팩 주식수는 4385만2516주로 38.31%에 달한다.
3회차 EB 교환대상은 어보브반도체 자회사 윈팩의 주식 477만7830주이며 교환가액은 2093원이다. 교환청구기간은 내년 9월13일부터 2028년 7월13일까지다. 이 기간 안에 교환청구권이 행사되면 어보브반도체가 보유한 윈팩 지분은 34.14%(3907만4686주)로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조달한 200억원은 연구개발비(R&D)를 비롯한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비는 2021년 209억원에서 2022년 243억원, 지난해 270억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3.09%에서 지난해 18.79%로 신장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가 지속된 가운데 매년 200억원 가량 연구개발비가 지출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어보브반도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일단 자사주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다 처분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웠고, 윈팩도 주주총회의에서 지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은 남기고 일정 부분 처분하게 됐다"라며 "운영자금의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윈팩 편입에 매출 늘었지만 적자…'화합물 전력반도체' 신성장 동력 집중
어보브반도체가 2년 전 윈팩을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부터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지만, 지난해 윈팩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어보브반도체도 덩달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화합물 전력반도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어보브반도체는 윈팩을 매입한 2022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2000억원대로 뛰었다. 연결 매출 기준으로 보면 2022년 매출은 2425억원, 지난해 2324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반면, 별도 매출은 2022년 1943억원에서 지난해엔 1439억원으로 500억원 가량 하락했다. 가전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문 기업인 어보브반도체는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를 비롯해 중국 샤오미, 레노보 등 국내외 가전사에 모바일 솔루션, 파워솔루션, 리모트 콘트롤러 등을 공급하고 있다. 기존 캐시카우는 컨슈머 제품인데 매출은 2022년 1348억원에서 지난해 936억원으로 감소한 탓이다.
반면 반도체 전후 공정 기업 윈팩을 종속회사로 편입하면서 세부공정 패키징(PCG)과 테스트(TEST)로 인한 실적은 늘어나고 있다. 2022년 298억원에 머물렀던 패키징 매출은 지난해 684억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매출에서 패키징이 차지하는 비율도 16%에서 30%로 상승했다. 테스트(TEST) 매출은 2022년 47억원에서 지난해 125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윈팩이 영업손실 229억원, 순손실 333억원을 내면서 어보브반도체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 126억원을 기록했지만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46억원에 달했다.
이에 어보브반도체는 기존 가전 시장과 더불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화합물 전력반도체를 내세울 전망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가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전용 프로세서로 AI 가전의 핵심 부품인 MCU는 지금까지 65~120나노미터(nm) 공정에 머물러 있었다면, 최근 성능 고도화를 위해 28nm 공정에 도전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 웨이퍼 생산 업체 SK실트론과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DB하이텍(000990)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탄화규소(SiC)·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어보브반도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전력반도체의 경우 아직 샘플 정도만 나온 상태이고 매출처도 구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이 가시화되는 시점을 예측하기는 다소 어렵다”라며 “기존 사업 방향은 메모리 위주였다면 테스트 등 비메모리 쪽도 비중을 늘려서 전체적인 매출 구성을 다르게 가져가려고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