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휴온스(243070)그룹이 오너 3세인 윤인상 사내이사를 중심으로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상속세 재원 마련 방법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업계에서는
휴온스글로벌(084110)의 고배당 정책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점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인 휴노랩도 동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배당금과 개인회사 자금만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휴온스글로벌 본사 전경.(사진=휴온스글로벌)
윤 상무 중심으로 본격 경영 승계 작업…상속세 수면 위로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휴온스 그룹의 오너 3세인 윤인상 휴온스글로벌 전략기획실장이 올해 하반기 임원 인사를 통해 상무이사로 승진했다. 윤 상무가 지난해 휴온스글로벌 사내이사에 오른 이후 단기간에 입지를 넓히는 모습이다.
윤 상무는 윤성태 휴온스 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18년 휴온스에 입사해 로컬사업본부, 마케팅실, 개발실 등을 거쳐 미래전략 수립을 담당하는 전략기획실 실장을 맡았다.
윤 상무는 입사 4년 만인 2022년 7월 휴온스글로벌 이사로 고속 승진했다. 이후 지난해 3월에는 휴온스글로벌 사내이사에 등재됐으며, 올 3월에는 휴온스 기타비상무이사에도 올랐다. 이어 하반기에 상무이사로 승진,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난한 경영 승계 작업이 이뤄지자 윤 회장의 지분 상속도 수면 위에 올랐다. 윤 회장은 60대 초반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휴온스 그룹은 가족 경영을 이어왔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상속세를 마련해 놓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윤 회장이 보유한 휴온스글로벌의 지분은 43.84%(553만3011주)이다. 장남인 윤 상무가 4.16%(52만4594주)를 갖고 있어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승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휴온스글로벌 지분을 물려받아 경영권 승계가 무난히 이뤄질 경우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6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세는 납부일이 도래하기 전 직전 2개월간의 평균 주가로 매긴다. 상속세 발생 시점을 추정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최근 휴온스글로벌의 주가(2일 종가 2만3700원)에 윤 회장이 보유한 주식 수와 30억원 초과 과세표준 세율(50%)를 곱하고, 누진공제액 4억6000만원을 감산하면 유추가 가능하다.
고배당 정책 속에도 상속세 재원 마련 '골머리'
업계에서는 휴온스 그룹의 고배당 정책이 상속세 재원 마련 수단으로 본다. 윤 상무가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주당 배당금을 늘리기 때문이다.
윤 상무가 주주 명단에 오른 지난 2012년 휴온스글로벌의 주당 현금배당금은 150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4년(400원)과 2015년(550원)을 거쳐 배당 금액을 크게 늘렸고, 지난해 결산배당에 대한 주당 현금배당금은 525원을 기록했다.
휴온스그룹은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설명했지만, 같은 기간 윤 상무의 지분도 꾸준히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상속세 마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2년 윤 상무가 보유한 휴온스글로벌의 주식은 8만5162주(지분율 0.9%)였다. 이후 지난 2017년(40만1309주, 4.05%)까지 지분을 늘렸고, 올해 1분기 기준으로 52만4594주(4.16%)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배당금으로는 경영권 승계에는 무리가 있다. 윤 상무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그룹사는 휴온스글로벌가 유일한데다 지난 13년간 지급받은 결산 배당금은 21억원 정도다. 여기에 통상 1억~2억원 수준인 휴온스 그룹 임원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을 반영해도 윤 상무가 입사한 지 7년이라 큰 금액을 쌓아놓기는 어렵다.
이에 휴온스글로벌 배당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도 계속해서 늘고 있어 휴온스글로벌이 고배당을 이어가기에 무리가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온스글로벌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460억원이다. 적립이 의무사항인 법정적립금(32억원)을 제외하고, 향후 배당이 가능한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132억원에서 1422억원으로 25.62% 늘었다. 또한, 임의적립금(6억7060만원)도 지난 2022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임의적립금은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사용을 유보해 둔 이익금으로 사용에 큰 제약이 없다. 결손금을 전입하거나 이익배당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휴온스글로벌의 정관에 따르면 이익배당에 대한 임의적립금의 사용처를 특정하지 않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오너 일가가 소유한 개인회사 휴노랩 활용 가능성도 점쳐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휴노랩은 지난 2008년 설립된 회사로, 대표이사에 윤 상무가 올라 있다. 특히 윤 상무는 휴노랩의 지분 26.82%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페이퍼컴퍼니로 여겨지는 휴노랩이 휴온스글로벌의 주주 명단에 있다는 것이다. 휴노랩은 지난해 휴온스글로벌의 지분 0.55%(6만9028주)를 확보했다. 이후 올해 1분기말에는 지분을 0.59%(7만4628주)까지 늘린 상태다. 지난해 휴노랩을 통해 얻은 배당금은 3918만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윤 상무가 급여를 비롯 배당금, 휴노랩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전부 쏟는다고 해도, 6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해결하기엔 갈 길이 멀다. 이에 휴노랩을 중심으로 휴온스글로벌의 지분을 늘려 '옥상옥 구조'를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휴온스 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경영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명제 자체가 사실무근"이라며 "휴온스 그룹 상장 3사는 주주 환원 정책 강화를 위해 지난해 2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배당정책 안내'를 통해 배당 계획을 공시했으며, 계획에 따라 꾸준히 배당 규모를 늘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