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상장지수펀드(ETF)는 주가지수나 채권지수와 같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말한다. 전 세계 약 200개 자산운용사가 발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2023년 한 해 54.2%의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 규모가 121조원까지 커졌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그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반도체 ETF로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며 순위 경쟁에 나서고 있다.
김승현 ETF컨설팅담당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브랜드인 ACE 리브랜딩을 비롯한 마케팅 업무와 개인·기업 세일즈를 담당한다. 증권업계에서 전략기획부터 ETF 솔루션, 리스크 대응 등 관련 분야를 두루 거친 전문가다. 올해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끌었지만 김 담당은 이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상품 경쟁력 강화에 고심 중이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다음은 김승현 ETF컨설팅담당과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와 조직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ETF컨설팅담당으로, ACE ETF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ETF컨설팅본부는 콘텐츠마케팅부와 ETF마케팅부로 구성되어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상품 커버리지가 제한이 없고 끊임없이 확정되고 있어 종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대상 고객 또한 개인 투자자부터 증권사, 은행 등 기관 투자자까지 아우르고 있어 개인고객 대상으로 한 마케팅부터 기관투자자에 대한 상품 제안, 세미나, 경쟁 프레젠테이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점유율 상승이 눈에 띈다.
△올해 초 주력 섹터를 선정할 때만해도 미국의 금리 변화와 시장의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어느 하나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자체 리서치 역량을 바탕으로 빅테크, 반도체, AI를 중심의 섹터의 장기 성장성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을 설계하고 출시한 만큼 만족할 만한 결과도 낼 수 있었다. 올 상반기 수익률 상위 10위권 내에 최다 진입했고 무엇보다도 연금/ISA 계좌에서 장기 투자자가 증가한 것이 점유율 상승을 이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늘어난 점유율만큼 책임감도 느낀다. 하반기에도 쉽지 않겠지만 사명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TF 시장에선 산업별 선점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작년까지 반도체 시장 불황이 계속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섹터에 집중해 상품을 개발한 이유가 있다면
△반도체 섹터에 집중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 성장성이다. 반도체는 그 자체가 최종 소비물은 아니지만 산업의 쌀 이라고 여겨질 만큼 매우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상품이다. 즉, 반도체 발전 없이는 기술 발전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상품을 기획할 시기 국내외 반도체시장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던 불황기를 겪고 있었다.
SK하이닉스(000660) 같은 경우는 수 조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었고
삼성전자(005930)도 영업이익에서 90% 이상의 역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당장의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도체 섹터의 유기적 연관성에 주목했다. AI를 비롯한 전반 신기술 산업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곧 반도체 산업의 성장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두 번째는 반도체 주요 기업들의 차별성이었다. 반도체 시장에선 한번 시장 격차를 벌린 기업의 기술력을 따라잡기란 매우 어렵다. 그만큼 엔비디아나 TSMC 같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을 주력으로 삼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ETF상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ETF 시장에서 브랜드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자산운용사가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어떤 점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했는지 알고 싶다.
△사실 ACE라는 브랜드 변경 자체가 마케팅 수단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브랜드 변경은 마케팅의 결과물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변경은 여러 과정 중 하나이고, 단순히 리브랜딩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 행해지는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와의 콜라보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했다. 다만 ‘투자’라는 본질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단순히 상품이 이런 구성이다 이렇게 좋다가 아니라 투자자에게 시장의 전반적인 판단이 가능할 수 있게 콘텐츠와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런 점이 투자자에게 신뢰를 확보할 수 있게 한 것 같다.
-반도체 다음으로 주목되는 섹터가 있다면 어디이고 그것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말씀 부탁한다.
△반도체 다음은 특별히 이것이다라고 예단하기는 힘들 것 같다. 현재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품을 검토 중이다. 처음 ACE라는 브랜드로 리브랜딩을 할 때 단순히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카피캣이 되거나, 지나치게 특정한 상품에 집중하지 않으려고 했다. 다만 과거 시뮬레이션 정보와 현재 매크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기업과 산업에 대한 전망을 분석할 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현재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시장과 상품 전망을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 또는 민주당의 정권연장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산업, 기업별 분석해 신규 ETF를 출시할 계획이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