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지난 28~29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19개 계열사를 거느린 SK지주사는 최근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 분야로 압축해 체질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SK네트웍스, SK스퀘어, SK텔레콤 등은 AI 관련 외 자회사들을 정리하는 등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전망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자회사 별 합병 혹은 매각 계획과 경영전략 실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SK(034730) 그룹은 각 계열사마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질적 성장’을 통해 내실을 다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손실이 난 회사들을 줄여나갈 방침인데 배터리·자동차 분야 중복 투자를 줄이고,
SK네트웍스(001740)는 인공지능(AI),
SK스퀘어(402340)는 반도체를 위주로 사업을 개편해 나갈 계획이다.
배터리·자동차 중복 투자 '축소'하고 질적 성장 '추구'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지난 28~29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기본기에 충실한 경영으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다. 최 회장은 “각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라며 “그린·화학·바이오 등의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지난해 세전이익 -10조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를 늘리면서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줄어든 탓이다. 올해는 세전이익 22억원 흑자 전환하고, 2026년에는 4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복안인데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적자가 나는 기업은 과감하게 덜어낼 전망이다. 앞서 문제로 지적된 과도한 계열사 수를 조정하기 위해 중복투자도 해소하기로 했다.
우선
SK이노베이션(096770)의 경우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9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내면서 수익성이 감소했다. 매출은 2021년 47조원에서 지난해 77조원으로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3.72%에서 2.46%로 감소했다. SK온은 2021년 매출 1조원대에서 지난해 13조원으로 10배 이상 매출이 뛰었지만, 영업손실은 확대됐다. 2021년 영업손실은 3137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 1조원을 넘어섰다가 지난해엔 581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비슷한 에너지 사업체인 SK E&S와 합병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 회사 측은 명학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SK E&S는 2년 연속 11조원대 매출을 내고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11.93%에 달했던 만큼 SK이노베이션과 협업한다면 중복 투자도 줄이고 실적 면에서도 보다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SK네트웍스(001740)는 인공지능(AI) 관련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중간 지주사 모델로 변화할 방침이다. 매출은 2021년 10조원대에서 지난해 9조원대로 다소 떨어진 가운데 자동차 관리 사업에 분산됐던 중복 투자 에너지를 한 데 모을 전망이다.
우선 SK렌터카를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SK네트웍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201억원에 머물렀는데, SK네트웍스는 매각 자금으로 2배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하게 돼 AI와 연관된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SK네트웍스는 또한 자동차 정비 사업체 스피드메이트를 오는 9월 자회사로 분할하면서 기존에 있던 자동차 관리 브랜드를 일원화할 계획이다. 국내외 차량 정비와 긴급출동 서비스(ERS), 타이어 유통, 부품 수출 등에서 전문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어 화학제품 위주로 무역을 담당하고 있는 트레이딩사업부는 12월에 물적 분할할 예정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SK렌터카는 인공지능(AI)이라는 큰 축 아래서 매각을 하고 나머지 보유하고 있던 사업들은 자회사로 분할을 통해서 중간 지주회사 형태의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라며 “스피드메이트의 경우 오랫동안 활동해 왔기 때문에 AI 관련된 고객 데이터가 많다. 빅데이터 중심의 성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사진=SK하이닉스)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에 업고 반도체 위주 개편
아울러 지난해 2조원대 영업손실을 낸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대부분 배당수익으로 재원을 삼는데 스파크플러스,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드림어스컴퍼니 등은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도 7조원대 적자를 내면서 실적은 악화됐지만,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덕에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위주로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신한금융,
LIG넥스원(079550)과 형성한 반도체 컨소시엄 TGC스퀘어를 통해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 1000억원 정도 공동 출자한 금액을 통해 반도체 관련 투자를 감행했다.
이 같은 개편을 앞두고 SK스퀘어는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한 내정자는 11번가 매각을 매듭지을 적임자로도 기대된다. 지난해 본격화됐던 11번가 매각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오아시스가 유력한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가 최근 11번가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입찰전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SK스퀘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반도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TGC스퀘어는 공동 출자한 금액으로 일본과 미국 쪽에 반도체 관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라며 "11번가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 주도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어서 (SK스퀘어에서) 협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